삶의 공허함이 구도의 길로
상태바
삶의 공허함이 구도의 길로
  • 한덕현
  • 승인 2003.04.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시의원하다 출가한 원근스님
세상의 풍진(風塵)을 다 겪고 나서 산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겐 오묘함이 느껴진다. 속세의 갖은 어지러움이 오히려 더 승화된 구도(求道)를 잉태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청원군 미원면 운용사 원근(圓根)스님이 바로 이런 경우다. 현재 마을의 전설로만 내려오던 삼불산 사찰 복원에 매달리는 스님은 몇 년전만 해도 지방언론에 자주 거론된 지역 인사였다. 속세명이 황찬주인 원근스님은 1995년 6.27 지방선거에 출마, 청주시 용암 용정 방서동의 시의원에 당선돼 활동했다. 당시엔 기자들과도 잘 통하는 의원이었다.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부동산 건설업 유흥업 등을 계속하며 지역 사회의 각종 직능단체와 봉사단체를 이끌어 그야말로 촉망받는 유지였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그가 99년 홀연히 출가, 주변을 놀라게 했다. 마음속에 항상 머물던 원인모를 ‘공허함’이 결국 그를 산중으로 인도한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 오면서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늘 가슴 한 켠을 짓누르는 그 무엇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증상은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며 더욱 심해졌고, 그 때 꿈속에서 여러번 부처님을 만난 것입니다.” 신도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하는 원근스님은 지금 문화재급으로 인정되는 삼불산 약사여래불상을 모시기 위한 사찰복원에 전력하고 있다. 고려 때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불상은 지금까지 이곳(미원면 운용리) 주민들이 관리해 왔다.
사찰이 어느정도 갖춰지면 장애인 및 소년소녀가장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싶다는 게 원근스님의 작은 희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