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로움’을 노래하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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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로움’을 노래하는 시인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8.16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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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흥덕문화의집 관장 늦깎이 시집 ‘유월의 거리에 서서’펴내
   
 
  김희식 시인  
 
“유월의 거리에 서서/ 독재 타도 민주 쟁취 모두 하나 되어 거리에 나선 그날/ 거리는 술렁이며 강물 되어 큰 흐름 이루고/ 민중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무시무시한 백골단과 저들의 위험은/ 발걸음에 밟혀 거리마다 늘어지고/ 간간히 쏘아 대는 최루탄의 겁먹은 장벽조차 흔들리던 그날/우리의 대열 맨 앞에는 어머니들이 있었다/ (김희식 ‘유월의 거리에 서서’ 중략)”

김희식 시인은 20여년전 6월의 기억을 들춰낸다. 제목 또한 ‘유월의 거리에 서서’이다. 작가는 오래전 기억들을 고스란히 저장하고 있다. 긴 세월동안 ‘딜리트(delete)’키를 한번도 누르지 않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는 삶의 기억과 기록들을 마흔일곱의 나이에서야 풀어놓는다. 김희식 시인은 “진실하게 쓰고 싶은 고민들이 발간을 늦추게 했다. 또 아직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미뤘다”고 말한다.

흥덕문화의 집 관장으로, 문화운동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의 대답은 예상외로 너무 수줍다. 유성호 문화평론가는 “그의 시편에서 지나간 시간들은 격렬한 역류(逆流)로 존재하면서, 우리의 재빠른 망각과 너무 일찍 찾아온 역사 허무주의를 질타하고 있다. 그 점에서는 우리는 그를 ‘오래된 새로움’의 시인이라 부를 수 있다”고 평했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는 “작가는 작가의 길을 가야 하는 법이다. 시인이 문화운동가로 존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고향은 시다”라고 단언한다.

그의 문학인생은 벌써 한 세대를 지나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문학소년, 충북대 재학시절의 객토 창립, 청년 시절의 분단시대를 걸으며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후 충북민예총과 충북작가회의 등 시인과 사회변혁운동가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문학은 늘 그의 삶의 뿌리였다.

“나이 들며 사무친다/ 산다는 게/ 참 쓸쓸한 일임을/ 입안에 털어 넣는 /독한 외로움/ 밀려 살아가는 /바람 같은 삶/ 저리게 바라보는/ 저 구름 저 하늘 / 쓸쓸한 상처여/ 삶의 경솔함이여 (김희식, 쓸쓸한 상처)”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는 부재 위에 서 있고, 상처 위에 서있다. 사랑의 부재, 아버지의 부재, 혁명의 부재… 아물지 않는 상처를 깃발처럼 흔들며 부재의 빗줄기에 흠뻑 젖어 있다. 또한 상실을 노래한다. 운동적 가치의 상실, 사람의 상실, 시대의 상실을 아프게 노래한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늦깎이 시집을 내면서 조용히 초청장을 내민다. 출판기념행사는 오는 24일 오후 7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인 시 노래와 배우의 낭송, 그리고 한판 굿이 벌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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