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시장은 없다②-사라진 콜렉터]
"르네상스가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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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미술시장은 없다②-사라진 콜렉터]
"르네상스가 다시 올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8.1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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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후반엔 자고 일어나면 그룹 생겼는데…”호시절 지나가
2000년 이후 침체…신진작가 키워내는 기획전과 마케팅 필요
   
 
  ▲ 지난 10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는 제8회 충북국제아트페어 개막식이 열렸다. 총 30명의 작가가 참여해 개인부스를 갖고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잔치’이지만, 사실상 페어의 기능을 상실했다.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 미술시장이 활성화될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충북국제아트페어의 막이 올랐다. 올해 주최측은 국제아트페스티벌로 방향전환을 선포했다. 30명의 참여작가중에 해외작가가 10명이 포함됐지만, 형식은 여전히 개인전 컨셉이었다. 충북아트페어가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동안 지역의 예술가들은 이 행사로 인해 지역의 미술시장이 활성화 되길 바랐다. 하지만 ‘페어’의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지금은 일년에 한번 열리는 ‘미술잔치’로서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지역 미술시장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콜렉터를 만들어 내는 데 게을렀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때 7개 갤러리에서 전시 열리기도
일단 시장에는 공급자, 소비자, 매개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 미술시장은 공급자만 있을 뿐 소비자와 매개자의 존재가 미약하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큐레이터 A씨는 “예를 들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지 않느냐. 하지만 지역 미술계는 판매자에 대한 성향 분석까지는 못하더라도 제대로 된 명단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문화예술경영 학문이 뜨면서 경영적인 마인드가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자 중심의 연구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발로 뛰면서 실질적인 소비주체를 파악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작가군은 있지만, 이를 구매할 콜렉터는 없다는 얘기다. 한 때 월천갤러리를 운영(98년~2001년)했던 박원규씨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청주미술이 붐이 일어났다. 미술그룹이 자고나면 하나씩 생겨날 정도였으니까. 양적으로 생산이 급증했고, 여기서 앞으로 치고 나간 소위 성공한 전업작가들이 나왔다. 또 이러한 작가들은 교수로 진출할 수 있는 문도 열려있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비평준화가 되기전 청주여고 졸업생의 전시회가 열리면 작품이 120%팔린다는 전설도 있었다”고 는 것.

이어 그는 “당시 기대에 부풀었던 젊은 작가들은 지금 40대가 됐지만 여전히 화단에서는 아이로 남아있다. 중견작가들은 여전히 중견작가이다. 이것이 지역 미술 시장의 한계였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결국 생활고로 인해 작가로 살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부업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갔다고. 회화파트는 학원을 경영했고, 조각가들은 조형물 사업에 도전했다고 한다.

지역 미술시장이 붐을 이룰때는 지역내 갤러리들도 활발히 움직였다. 박 씨는 “당시만 해도 갤러리 7개에서 전시가 빡빡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2003년만 해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기획전으로 도심내 7개의 갤러리를 순회하는 ‘갤러리 버스’가 운행될 정도였다고. 그러나 그중 조흥문화갤러리가 은행사정으로 문을 닫았고, 스페이스몸과 갤러리 신은 각각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가갤러리, 갤러리 청 등은 이름만 있을뿐 활동은 미약하기만 하다. 우암갤러리도 최근 한빛갤러리(충청매일신문사 지하 위치)를 인수했지만 간헐적 전시가 열릴 뿐이다.

콜렉터 산파 역할 했던 무심미술회
지역 미술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이 것이 바로 무심갤러리다. 90년대 문을 연 무심갤러리는 지역미술계의 작가와 콜렉터 배출의 산파역할을 해왔다. 또한 지역미술시장의 호황을 누린 화랑이기도 하다.

무심갤러리 엄은숙 관장은 93년 미술관을 인수한 이후 무심미술회를 만든다. 무심미술회는 순수 콜렉터들의 모임이다. 초대회장은 노영민 현 국회위원이 맡았다. 무심갤러리는 다양한 미술관련 프로그램을 펼치며 콜렉터들의 안목을 높였다. 무심미술회는 당시 청주시내에서 잘나가는 병·의원 관계자및 기관단체장들이 모여 ‘고급문화’를 이끌어갔다고 한다.

무심갤러리는 95년에는 대구 맥향화랑, 서울 가나아트 갤러리 등과 연계해 제1회 서울국제판화미술제를 열면서 세를 넓혔고, 이시기에 백남준,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 정창섭 등 ‘거물급’ 작가들의 전시회를 청주에서 잇따라 선보였다. 또한 판매고까지 올리며 전국적인 화제를낳기도 했다. 이 시기에 백남준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이 청주에도 있다. 그리고 쇼냐,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미술을 최초로 한국 화단에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무심갤러리 큐레이터였던 안승현씨는 “작품을 구매할 경우 직접 디스플레이를 해주면서 호응을 얻었다. 또 같은 작가의 작품일 경우 교환을 해주거나, 판화작품을 월 5만원에 대여하는 행사등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미술시장은 일단 콜렉터들의 명단을 뽑아야 하고, 취향과 돈의 흐름 등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 작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문화상품 개발등 매니지먼트를 해나가야 하는데 이러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 지역미술시장은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다. 무심갤러리도 2002년 서울로 자리를 옮겨 UM갤러리를 냈다. 지역작가 K씨는 “IMF영향으로 소비가 주춤했던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눈이 높아진 콜렉터들이 청주가 아닌 서울에서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역 내 콜렉터들이 더 이상 지역 미술 시장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 다양한 기획전시와 미술프로그램으로 콜렉터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작가 H씨는 “작품을 1000만원에 구입했다면, 다음에 더 비싼 값에 팔수 있어야 하지만 사실상 녹록치 않았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콜렉션에서 멀어져 간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미술시장에 대한 견해는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성공을 거둔 이유에는 몇 년간 콜렉터를 만들기 위해 씨를 뿌린 것에 대한 결실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때 콜렉터였던 시민 K씨는 “지역에서 미술행사들이 많이 열리지만, 이미 수준높은 작품을 봤기 때문에 쉽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을 던졌다.

지금이라도 지역 미술계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갤러리와 공립·사립미술관들이 콜렉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획전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의 신인작가들을 발굴하고, 또한 국제무대에 선보일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를 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지역미술시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할 것이다. 지역작가, 지역 미술관, 콜렉터 등 세 존재가 다시 한번 톱니바퀴를 맞물려 전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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