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초경량비행기 관광 사업,‘위험한 곡예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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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초경량비행기 관광 사업,‘위험한 곡예 비행’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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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기준인증, 구조변경허가 없이 민자 사업 강행 물의

  제천시 초경량비행기 관광 사업,
‘위험한 곡예 비행’
     안전기준인증, 구조변경허가 없이 민자 사업 강행 물의

청풍명월 벚꽃축제를 맞아 상춘 인파 1000여 명이 제천시 청풍호변을 가득 메운 4월 13일 오후 1시경, 행사장 상공을 비행하던 관광용 초경량비행기 한 대가 수면 위로 곤두박질치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비행기의 현란한 곡예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던 관광객들은 기체의 날개 부위가 파손되고 본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끔찍한 사건을 접하며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비행기 조종사는 긴급 출동한 모터보트에 구조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고 수중으로 가라앉던 기체도 보트 조종사의 도움으로 물가로 견인될 수 있었다.
확인 결과 이 항공기는 민간 초경량 비행기 운항 업체인 D항공(제천시 청풍면 교리) 소속 CH-701 기종 2인승 비행장치로 2002년 5월부터 이곳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번 비행할 때마다 3만∼3만 5000원의 탑승료를 받고 영업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항공기에는 관광객 없이 교관 혼자만 탑승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무고한 관광객이 피해를 입을 뻔한 위험천만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지역에서는 D항공의 초경량비행기 운항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들과 함께 항공기 영업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에서 초경량비행기를 운항하고 있는 박모 씨는 “이번에 사고를 낸 CH-701기종은 현재 항공청이나 협회 등이 인증하는 초경량 비행장치 안전기준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상 이착륙 용도로 구조변경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라며 “따라서 D항공이 청풍호에서 하고 있는 일체의 영업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항공청은 D항공 측에 ‘비행장치를 적법절차에 따라 신고한 후에 운항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항공청 기술과 관계자는 “이 비행기는 차륜항공기여서 수상이착륙용으로 운항되기 위해서는 초경량 비행장치 안전승인과 함께 프로트 장착에 따른 구조변경허가를 얻어야 한다”며 “그러나 D항공이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비행기 구조를 임의 변경한 채 청풍호 수면 이착륙을 강행해 지방항공청 명의의 이행 촉구 공문을 3월 7일자로 발송했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4월 2일 D항공 측이 관련 서류를 제출해왔으나, 비행기 제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고 사진 자료도 첨부되지 않아 구조변경 허가를 유보하던 상태에서 4월 13일 항공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최근 D항공이 제출한 서류 일체를 반려했다”고 밝혀 당분간은 구조변경 승인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미 기술과가 D항공의 수상 이착륙 비행기 운항이 불법임을 파악했음에도 항공 운항 허가 부서인 운항과는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채 D항공의 CH-701기종 항공기 운항을 4월 1일부터 6월30일까지 3개월 간 허가한 것으로 나타나 경비행기 안전관리 체제에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경비행기 전문가들은 “초경량비행장치 안전기준 인증서를 받지 못한 항공기는 비행 허가 승인을 받을 수 없다”며 “항공운항과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사전에 비행을 불허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D항공이 안전기준 및 구조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초경량비행장치로 영업행위를 하게 된 데는 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2001년 D항공 측이 청풍호에 비행기 이착륙장 시설을 이용하는 대신 연 임대료 400만원을 시에 납부하고 항공기가 2대 이상일 때는 임대료의 6%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시는 이와 관련해 수자원공사 측으로부터 항공기 진출입로와 접안용 부교 등에 대한 하천점용허가를 받고 시 예산 1억 3850만원을 들여 항공기 격납고와 사무실 신축을 지원하는 등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초경량 항공기와 관련해 영리 활동을 규정한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태여서 공공기관인 제천시가 영업용 항공 사업에 뛰어든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공협회의 한 관계자는 “제천시가 법에도 없는 초경량 항공기 영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경비행기의 불법 영업행위를 지도·단속해야 할 시 당국이 오히려 업체의 행정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나아가 해당 업체에 배타적 독점권까지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불법을 조장한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제천시 관계자는 “D항공의 경비행기 운항은 항공청이 관할하는 사항이어서 적법성 여부를 시가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D항공의 청풍호 수면 이용과 경비행기 영업행위가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새로운 관광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시가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D항공측의 경비행기 수면 이착륙 운항은 번호판도 없는 무등록 차량이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행위를 한 것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법적인 하자가 많은 데다가 처음부터 시가 사업 전반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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