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지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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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지원의 딜레마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8.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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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문화부기자
‘예술가를 지원하라.’ 이 문제를 육하원칙으로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판타지일 것이다. 다만 ‘지자체및 기업과 후원자들이 예술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을 공정하게 배분해 가난한 예술가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예술의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라’정도로 답을 대신해야 할까.

현재 지자체마다 예술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예술가 지원은 대개 문화행사의 주최권을 넘겨주거나, 개인발표회나 프로그램 지원 등이다. 최근에는 발전적인 형태로 미술분야에서 작가에게 작업실을 제공하고, 매니지먼트하는 미술창작스튜디오가 운영중이다.

하지만 늘 지원 뒤에는 ‘공정한 심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사실 예술을 심사하고, 국가가 부양하는 문제는 어느 시대나 되풀이됐던 문제다. 안타깝게도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시대에 맞게끔 진화할 뿐이다.

우리는 예술분야에서 심사를 할 때 뒷거래가 관행처럼 오가거나, 각종 평가제도에서 실력보다는 인맥과 학벌을 따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문화예술계의 학벌 조작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반대로 학벌과 인맥을 따지는 이유는 그만큼 ‘평가기준’을 잡기 어렵다는 변명의 여지를 남긴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예술가 지원을 할 때는 ‘가장 편의적이고 다수를 위한다’는 이유로 신청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다보니 적은 지원액을 받아, 더 적은 규모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히려 지원을 한 다음부터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왕왕 들린다.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은 제대로 평가해 지원액을 늘려주길 바라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은 ‘공동 분배’ ‘기회 균등’의 논리로 예술가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한마디로 동상이몽!

이러한 관(官)주도의 예술 지원과 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 바로 문화예술위원회 구조였다. 문예진흥원에서 민간 위원회 구조로의 전환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숨은 카드’로 제시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문화예술위원회는 분야별 11명의 현장 전문가를 배치해 힘찬 출발을 보였다.

이들은 복권기금을 포함한 약 1000억원대의 지원액을 운용하면서 또 다른 문화권력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오는 10월 초 전세계 뮤지션들을 초청해 경기도 이천에서 열 예정인 원월드뮤직페스티벌 개최를 둘러싼 내분이 공개됐고, 결국 김병익 초대 위원장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문화예술위 내부에서 누적돼 온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적나라하게 노출된 셈이다.

실제 문화예술위원회는 ‘정부 산하 연기금 운용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일선예술가들이 예술행정 경험부족으로 운영상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官)은 넘길 준비가 됐는데 민(民)은 아직 준비가 안됐다니….

하지만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기금 배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해나간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자는 ‘착하게’ 믿고 싶다. 새로운 체제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한순간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관행’을 깨기 위한 ‘충돌’은 바람직하다.

충북도도 해마다 도 문예진흥기금, 찾아가는 문화활동, 무대지원 사업등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방식은 여전히 ‘골고루 나눠주기’식이다. 또한 도는 최근 발표한 도립예술단 창단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찬성하는 문화 예술 정책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태는 중장기적인 플랜과 정책이 부재한 우리의 ‘허약한 현실’을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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