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문화예술 교류 10년, 무엇이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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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문화예술 교류 10년, 무엇이 남았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8.2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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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가 주 교류 대상
예술인 “지자체 자매결연 행사 때 동행”주장
8월과 9월은 바야흐로 ‘국제 교류의 계절’이다. 충북예총, 충북민예총, 해동연서회 등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이 시기에 국제교류 행사를 벌인다. 벌써 횟수로 10년을 훌쩍 넘긴 교류행사들도 있다. 충청리뷰는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국제교류 현주소를 살펴본다. / 편집자

국경의 문턱이 사라진 시대, 예술의 벽도 허물어졌다. 충북 지역 문화예술단체들도 지금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청도, 연길, 제남, 장춘, 집안, 하얼빈, 북경, 내몽고, 곤명, 정주, 석가장과 베트남의 다낭, 푸옌성 등. 이는 예술단체가 문화 교류의 물고를 튼 곳들이다.

충북예총은 2001년부터 해마다 중국내몽고자치구를 방문해 문화예술교류행사를 펼치고 있다. 또 올해에는 베트남 다낭성과 지난 6월 13일부터 18일까지 첫 교류사업을 진행했다. 베트남 다낭성 정부가 충북 예술단을 공식 초청했고, 이들은 현지에서 문화예술교류 협의서를 체결했다. 또 다낭성이 주최하는 ‘다낭성 문화축제’에 참여해 전통문화를 선보였다고. 정상용 충북예총 사무처장은 “교류의 가장 큰 숙제는 예산확보다. 미국에서도 교류제의가 있었지만 예산 때문에 포기했다. 베트남과 교류를 추진한 것은 2005년이지만, 예산이 없어 미뤘다. 올해는 문화예술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충북민예총은 2004년부터 베트남 푸옌성과 문화예술교류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양국을 오가며 민예총 공연예술팀과 베트남 사오빈 예술단이 교류를 벌였다. 이밖에 베트남 호아빈 평화학교 건립, 책걸상 보내주기 운동을 펼치며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사업으로 범위를 확장시켰다. 물론 지원은 ‘예술적 방식’에 주안점을 뒀다. 도종환 시인이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의 인세를 기금으로 내놓았고, 기금마련 전시회, 베트남 평화콘서트 등을 개최해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9월 3일부터 8일까지 호아빈 평화학교 개관식에 맞춰 현지에서 교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청주예총은 2002년부터 한·중문화예술교류사업을 진황도, 하얼빈, 연길, 북경, 청도 등에서 펼치고 있다. 또한 한·중학생 예술콩쿨을 2005년도부터 해마다 연길에서 개최한다. 이밖에도 충북미술협회(회장 이돈희)가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중국 하북성과 첫 국제교류에 나섰다. 양 도시 작가들이 하북성 석가장에 모여 ‘한·중미술교류전’을 선보였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하북성미술가협회, 서법가협회 회원들이 청풍명월예술제 기간 동안 ‘한·중미술서화교류전’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음악협회 소속 청소년교향악단은 자부담으로 진황도시를 방문해 공연행사를 가졌다. 연극협회도 올 연말 중국 단동으로 국제교류를 떠난다. 시예산 400만원과 연합공연예산을 포함해 약 1400만원 예산을 잡고 있다는 것. 중국 단동에 연극협회에서 활동했던 지인이 있어 연결됐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예술단체들의 국제교류사업은 점차 협회단위에서 개별단체로 단위가 좁혀지고 있다.

김동연 청주예총 회장은 “지난해 한중교류를 통해 청주 10개 협회와 진황도 10개협회 회장단끼리 교류를 맺었다. 이로 인해 진황도시 건설국 관계자들이 건축가협회를 직접 방문해 공사 논의와 전시교류를 합의했고, 진황도 문화국은 현지 민간건설업체를 스폰서로 잡아 역으로 청주 연예인 협회를 초청했다”며 문화예술을 통한 다양한 파장을 전했다.

예산확보 못해 교류 포기하기도
대부분의 국제교류행사는 항공료와 숙식·체류비를 따지면 천만원 단위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이나 충북문예진흥기금,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별도의 국제교류 예산 등 3가지 정도의 지원 루트가 있다. 예를 들어 충북도에서 충북예총과 민예총 국제교류사업에 2000만원을 별도로 지원해준다. 충북도 문예진흥기금은 96년 기금 지원을 할 때부터 ‘국제교류기금’ 항목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2006년 7개 단체 총 3030만원, 2007년 9개 단체 총 3840만원을 지원했다. 지원금 액수는 항목과 내용에 따라 5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사실상 협회가 아닌 자생단체와 또는 개인이 기금을 신청 했을 때는 받기가 수월치 않다. 따라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인 단체들은 자비를 출혈할 때가 많다. 예총협회내 한 회원은 “협회내 소속단체가 아닌 개별단체임에도, 인식은 그렇지 않다. 예산지원이 협회와 단체간에 동등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언씨는 작년과 재작년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 초청공연으로 전통문화예술행사를 펼쳐 화제가 됐지만, 올해는 자부담 예산이 부담돼 교류를 일단 미룬 상태다. 또한 2000년부터 해마다 벌였던 독일 국제카니발 참가 행사는 1000만원 내외를 지원하던 시 지원 예산이 전면 삭감돼 올해는 도 문예진흥기금 470만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한편, 협회 차원의 해외공연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국제교류행사에 참여했던 공연예술인 P씨는 “선진 시스템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적인 공연에 치우칠 때가 많다. 또 협회에서 교류에 나설 경우 몇 주일을 남기고, 예술단이 급하게 꾸려지기도 한다. 대부분 각 협회별로 ‘돌아가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 국제교류를 떠나는 이유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다. 어쩌면 항공비를 내고 나면 빠듯한 비용 때문에 공연예술 파트는 ‘노 개런티’일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제교류는 보기좋은 명함이기도 하다는 것. 지난해 교류를 다녀왔던 예술인 K씨는 “고생하러 간다는 이유도 있지만, 공짜로 해외여행 간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미술전시 파트는 교류가 이력이 된다는 것.

지역에도 국제 타이틀을 단 교류뿐만 아니라 초청공연행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제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 전국 행사도 못되는 동네축제 수준의 행사들도 많다. 한 지역예술인들은 “국제 타이틀을 무조건 갖다 붙이는 것 같다. 준비된 국제행사가 열려야 지속성과 역사성을 갖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도, “조례 개정 전까지 방법 없다”
지역의 한 예술단체장은 “충북도가 국제교류행사를 지원할 때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국제교류가 일단 해외교류인만큼 외교통상팀에서 일정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문화는 제 3의 언어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미 외교통상 담당과에서 예산을 따로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이 아니라 러시아가 된 이유가 ‘볼쇼이의 문화프로그램’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에서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문화교류를 함께 한다면, 잠정적으로 얻는 이익도 커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청주예총 회장도 의견을 같이 했다. “관에서 맺는 자매결연은 끈끈하게 이어지는 결속력이 있지만, 민간 예술단체끼리 부딪히다 보면 여러 가지 걸림돌이 생긴다. 국제교류에 있어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이에 충북도 외교통상팀 관계자는 “충북예총의 추천을 받아 ‘박재희 무용단’과 더불어 자매결연도시를 방문한 적은 있다. 하지만 수상실적을 보고 단체를 임의로 정한 것일 뿐이다. 정기적인 지원을 하려면 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는 행사를 할 때마다 사항에 따라 의뢰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예술단체 교류가 충북을 알리는 측면에서 성과를 내지만, 지자체가 나서서 ‘관계’를 맺어주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 다만, 자매결연을 한 도시에서 초청 제의가 있을 때 동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간 국제미술교류 효시 ‘아홉용머리’는 지금?
청주시에서 1000만원 지원받아, 12회째 심포지엄 행사

대청호 환경미술제는 문의면 대청호반의 환경을 주제로 펼치는 행위예술이 생경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작가와 해외작가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한 때 예산도 억대 단위였지만, 지금은 청주시에서 10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대청호환경미술제는 이제 대청호를 떠나 ‘비무장지대(DMZ)’, ‘새만금 방조제’와 ‘고금산 열도’ 등으로 지역을 확대했다. 또 이러한 행위의 결과물들은 6월 청주예술의전당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선보였다. 올해는 13개국 2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박병욱 아홉용머리 위원장은 “문의에서 행사를 치르다보니 주민들은 지역축제, 문화상품, 경제적인 효과 등을 요구해왔다. 순수 미술행사를 원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벽에 부딪혔다. 1회 대회부터 심포지엄을 지향했고, 앞으로도 그 원칙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미술인 J씨는 “대청호 환경예술제는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운영상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결국 전문적인 교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서 생긴 문제다. 유목주의를 내세웠지만, 문명인들의 중심주의를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환경예술이라는 장르가 주민과 지역미술계를 통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국제교류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은 지원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의전만 해도 해외 대사들이 방문해도 관에서 아무런 경험이 없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삭감에 대해 “이제 예산을 받지 않아도 행사를 치를 자신감이 생겼다. 행사의 인지도로 외국작가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이들은 대사관을 통해 경비를 지원받기도 한다. 최소한의 재료와 체류비용만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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