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증평군 독립놓고 “거 참 계산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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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증평군 독립놓고 “거 참 계산어렵네”
  • 한덕현
  • 승인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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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증평의 몰표현상이 17대 총선 대세 가를듯

정치인들의 궁극적 목표는 ‘표(票)’다. 그들이 지역구의 현안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곧바로 외면한다. 정치인들에게 금과옥조로 통하는 금언(?)이 하나 있다. ‘민심은 바람에 날리는 새털과도 같다’다. 작은 요인에도 항상 변할수 있음을 함축한다.

증평출장소의 독립군(郡) 결정이후 이곳의 민심을 보면 이를 실감한다. 증평출장소는 그야말로 지역주민들의 청운의 꿈을 안고 1991년 개청했다. 시승격을 앞두고 일단 충북도 출장소로 출발한다는 솔깃한 말에 주민들은 환호했고 이를 주도한 당사자들은 시쳇말로 인기 ‘짱’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증평출장소 개청의 일등공신은 바로 자민련 김종호의원이다.

사실 당시의 분위기와 지역 여건은 시승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만해도 증평만한 규모의 중소도시가 많지 않았던데다 청주의 배후도시로서 발전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증평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추진된 것도 바로 이때 부터다. 증평출장소 개청으로 한껏 기세를 올린 김의원은 다음해(92년)에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증평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증평지역에서의 유세는 시승격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기만하면 무조건 성공적이었다. 당시 김의원에게 거세게 도전하던 김동관씨(전 증권예탁원장)의 좌절은 이런 증평에도 원인이 크다. 힘을 얻은 김종호의원은 이 때부터 ‘총리’와 ‘대권주자’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자포자기 심리가 표심 향배 결정
그러나 증평출장소의 곶감은 12년이 지난 지금 정우택의원에게 돌아 갔다. 국회의 독립군 결정 이후 정의원에 대한 증평지역의 여론은 절대적이다. 출장소의 한 공무원은 “그동안 정의원이 증평을 위해 총대를 맸는데 우리로서야 달리 해줄 일이 있겠는가. 내년 총선 때 보답하는 길밖에 없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몰표가 나올 것이다”고 장담했다. 지방 정치권의 1차적 반응도 증평군 독립이 정의원의 3선가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데 모아졌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괴산지역의 민심 이반이다. 증평을 내주어야 하는 괴산은 지금 오히려 정의원에 대해 대단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이야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막상 선거 때 상대 후보가 이를 악용한다면 반발표심은 일방적으로 쏠릴 것이다. 원래 민심은 그런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 괴산 주민은 “달천댐 건설계획과 증평분리로 야기된 자포자기 심리가 역시 이곳에도 몰표현상을 부추길 것이다”고 내다 봤다.

표면적으로 접근하면 김종호의원은 괴산과 증평에서 똑같이 여론에 치이지만 정우택의원은 증평을 확실하게 얻은 대신 괴산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 때문에 이들 현역의원들조차 내년 총선의 역학구도가 아주 복잡해진 것이다. 정치적으로 반드시 3선을 해야 하는 정의원이나 와신상담 지역구 탈환을 벼르는 김의원 모두 쉽게 해석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괴산 음성 진천과 같은 복합 선거구는 대체로 특정 지역의 몰표가 대세의 분수령을 이룬다. 정의원의 경우 증평의 지지세를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괴산의 반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증평 효과 미미할 수도
지난 16대(2000년) 총선에서 이 선거구는 박빙의 승부를 보였다. 당선된 정의원(3만6505표)과 차점자인 김진선씨(3만5168표)의 표차는 불과 1300여표에 불과했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기준 괴산과 증평의 유권자수는 각각 3만4000여명과 2만2000여명이었다. 만약 이곳 지역중 어느 한 곳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몰표 내지 비토가 제기된다면 고작 몇천표 차이의 승부를 감안할 때 후보들로선 아찔할 수밖에 없다. 괴산과 증평 전체를 놓고 봐도 다른 군에 비해 유권자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지방선거시 이곳 복합선거구의 유권자는 각각 음성 6만3645, 진천 4만3616, 괴산 5만6147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어디까지나 정치를 단순 계량화하는 시각에 불과하다. 아무리 가변성이 심한 민심이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이보다 더 복잡한 구조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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