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은 정치의 세대교체, 정치신념 잣대로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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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은 정치의 세대교체, 정치신념 잣대로 평가해야”
  • 한덕현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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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원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

 

충북에서 개혁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중에 가장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이가 유행렬씨(39)다. 실무간사를 맡은 그의 휴대폰은 요즘 정신없이 울려댄다. 유행렬씨가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다. 청주 제 4선거구 도의원에 출마했으나 낙방거자의 좌절을 겸험한다. 그는 당시를 “평생 만날 사람들을 한꺼번에 다 만난 것같다. 많은 것을 배웠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가 세상에 이름을 날린(?) 것은 사실 아주 오래전이다. 지금까지 ‘쌍철용 사건’으로 회자되는 89년 충북대 사태 때다.

그해 충북대 총학생회가 당시 학생운동을 이끌던 전대협을 전격 탈퇴함으로써 큰 파문을 던졌다. 이 와중에 총학생회장이 전격 탄핵됐고 결국 보궐선거를 통해 유행렬씨가 운동권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이다. 총학생회장과 세차례의 투옥, 그리고 도내 민주당 개혁그룹에 속하는 그의 이력은 신당추진의 핵심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는 사업에서도 능력을 보여 현재 청주 용암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우리밀빵을 전문 취급하는 ‘들꽃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일 그를 만나 신당과 정치에 대한 아주 격정적인 얘기를 들었다.

-지금 충북에서 추진되는 신당의 성격을 알고 싶다. 뻔한 얘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분명한 개념정리가 있어야 할 것같다.

“한 마디로 말하면 지역과 인물중심의 정당 구조를 탈피해 이념, 정책과 시스템 중심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도 이를 간과할 경우 결국 신당도 지역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전후관계를 사람에 귀착시킨다면 구태 정치에 물들었던 정치세력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변하는 시대정신에 어떻게 사고방식을 맞추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지금 중앙의 신당논란이 이런 본말이 전도된채 인적청산 시비에 휘말리는게 안타깝다.”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은 인적청산이 될 수 밖에 없다. 뜻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과는 갈라서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으냐. 구주류가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부산지역의 정개추에선 특정인의 이름까지 거론하는 바람에 소위 구파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는 것으로 안다. 사안에 대해 흑백논리나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지금 인적청산론은 바로 이런 흑백논리로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구파나 기득권 세력들이 주장하는 통합신당론도 신당의 원칙만 준용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인위적인차단보다는 이러한 원칙에 위배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신당 세력들이 이를 무시하면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져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다.”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충북 자체적으로 정해진 가이드라인이라도 있는가. 결국은 이 문제가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누가 봐도 반칙한 사람들은 곤란하다. 이미 공론화를 통해 결정된 사안에 반기를 들었거나 명분없는 탈당행위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동안의 행보가 반개혁, 보수 수구 일색인 사람들도 어렵지 않겠나. 이런 층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신당에 들어 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상호공존의 구조를 갖출 것이다.”

-지금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솔직히 말해달라.

“지난 7일 신당추진 세력들이 1차모임을 가진후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확실하고 비중있는 인물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그런 발상 자체가 과거 답습임을 오히려 지적하고 싶다. 특정인 몇 명에 쏠리고 환호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선 내부 논의와 조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 외연을 넓히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청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군지역의 주체세력을 결정하는 것이 화급한 과제다. 서두르지 않고 철저히 준비하며 내실을 다지겠다.”

-화제를 돌려 지금 정가의 또 다른 얘깃거리인 김민석의원과 관련, 궁금한 것이 있다. 둘은 청주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같이 한 소위 감방동기생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그의 복당론이 솔솔 나오고 있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이 질문에 대해 유행렬씨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며 운을 뗐다)

“김민석씨와는 청주교도소에서 두번 만났다. 그는 한번 들어가 줄곧 있었는데 내가 단기간으로 세 번씩이나 들락날락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우선 그의 복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주가 아깝기는 하지만 그의 정치적 자질은 이미 검증됐다. 엄청난 반칙을 한사람이 얼마나 됐다고 복당을 꺼낼 수 있나. 시행착오도 유분수지… 교도소에서의 기억은 별로 안 좋다. 차갑게 느껴졌고 사람과의 대화도 선별해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관심이 많았지만 그쪽(김민석)의 냉담으로 진솔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내가 지방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어쨌든 그의 머리회전은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행렬씨는 김민석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했을 때 충북에서 노골적인 반대운동을 폈다. 이른바 낙선운동을 편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교도소에서의 기억으론 글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 차원의 사감이 아니라 정치의 원론적인 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신당이 적어도 운동권 출신들의 집합체라는 이미지는 벗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이 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일부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학생운동 출신이다 보니 그런 오해를 받고 있다. 앞으로 신당추진이 본격화되면 다양한 계층과 직종의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정치적 신념을 균형되게 유지할 수 있는 소위 중간지대 인사들을 많이 영입하고 싶다. 학생운동의 전력보다는 정치적 신념의 잣대로 평가해 줬으면 한다. 그래야 신당이 바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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