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불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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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불만 많습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10.17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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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는 법적으로만 금지, 지역구 관리비도 많은 부담
지방의원들,“생활비와 활동비 합쳐 월 500만원은 돼야”
지방의원들은 현 의정비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지방의원 유급화를 실시했으나 말만 유급화지 봉사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는 것. 의원들은 현 수준이 “봉사직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면서 현실화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충북도의원(왼쪽)과 청주시의원의 지출명세서.  
 
본지는 충북도의원과 청주시의원 2명에게 월 평균 지출명세서를 받았다. 두 명 모두 의정비 외에 다른 수입이 없는 전업 의원들이다. 현재 제대로 된 금지조항이 없으나 유급화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겸직금지였기 때문에 다른 직업이 없는 의원들을 선택했다. 따라서 이들은 의원직을 직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월 500만원 가량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으로서의 활동비와 생활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유급화를 실시한 이상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입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도의회 A의원은 생활비와 지역구 활동비, 기타 비용을 합쳐 월 평균 500만원 이상을 쓴다고 말했다. 청주권이 아니고 도내 모 군이 생활 근거지인 그는 경조사비와 지역구 관리비가 도시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고 하소연 했다.

“법적으로는 경조사비나 후원금을 내지 말라고 하지만 이게 되는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의원치고 이 돈 안 내는 사람 있나 따져 봐라. 아마 이 쪽으로 들어가는 돈이 가장 많을 것이다. 특히 군단위는 서로 형님, 동생하는 사이라 경조사를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아주 적게 쓰는 편에 속하는데도 100만원 정도 든다. 또 지역구 범위도 넓어 교통비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매월 200여만원 적자가 난다. 다행히 형제들이 도와줘 이 적자를 메꾸고 있다. 생활비 걱정 안 하고 정치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A의원은 비용을 최소화해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생활비 한 번도 못 갖다줘”
또 청주시의회 B의원은 모임 20개에 들어가는 회비와 경조사비, 지역구 관리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보다 의례적인 행사에 가는 것을 대폭 줄였음에도 대학 다닐 때부터 해온 모임과 단체에 관여하고 있어 회비 및 후원금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모임이 보통 15~20개는 된다. 이 모임을 챙겨야 하고 기초의원들은 직능단체 행사와 연례 모임에 가야 한다. 지역구 사람들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는 것까지 합치면 지출은 상당히 늘어난다. 나는 아주 적은 비용을 쓰는 의원축에 속하는데도 그렇다. 의원들에게 경조사비·후원금·식사비 등을 내지 못하게 하지만 어떻게 지역구 행사를 모른 척하고, 밥 값을 안 낼 수 있나. 차라리 법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면 의원들은 좋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과연 될까 의심스럽다.” 부인과 맞벌이를 하는 2선의 B의원은 현재까지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 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는 으레 부인 몫이었다는 것.

B의원은 “주변에서는 의원들이 월급 받는다고 하니까 떼 돈 버는지 안다. 얼마인지 알아볼 생각도 않고 부단체장급 정도 된다고 생각하고 곱잖게 보는 게 불만이다. 나는 의정비 인상이 의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 의정비는 부인한테 생활비를 기대야 하는 수준인데 어떤 사람이 사표내고 오겠는가. 월 1000만원씩 버는 전문가가 월 200여 만원 밖에 안되는 시의원을 한다고 하겠는가”라며 “의원의 질을 거론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능력있는 사람이 들어올 구조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의원들의 의정비 씀씀이를 볼 때 경조사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법적으로는 경조사 때 봉투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조항일 뿐이어서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를 의정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여론은 이와 다르다.

의원들은 의정비를 현실화시키는 대신 현행 선거법을 대폭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의원수를 반 이상으로 줄이는 한편 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모 청주시의원은 “의정비를 현실화하는 대신 의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선거구제로 바꾸고 현행 의원 수를 절반 가량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 현재 26명의 시의원은 너무 많다. 3~5개 동을 하나로 묶은 중선거구제는 지역구만 넓어졌지 소선구제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런 부분은 의회 개혁을 논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정당공천제 또한 하루빨리 폐지돼야 할 제도라는 게 중론이다. 능력보다는 정당에 충성해 공천을 받아내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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