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의 방미 외교는 '실패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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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의 방미 외교는 '실패작' "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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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한·미 관계의 원칙은 지켰어야 됐을 것, 통합형 신당만이 살길... 당 정체성도 밝으면 안돼.

 민주당이 잔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신당논란이 극점을 향하는 시기에 노무현대통령의 방미외교 파문까지 겹치면서 소속 의원들은 몹시 조심스럽다. 분명 정치의 큰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신당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시각은 소위 개혁신당과 통합신당론의 엇박자에 쏠리고 있다.

신당과 관련, 당내에서 시종일관 범민주세력의 통합을 주창하는 의원이 있다. 김근태의원이다. 굳이 2분법적 사고로 재단한다면 통합신당론에 속하겠지만 엄밀히 말해 김의원의 ‘통합’은 민주당의 구주류와 신주류만을 의식한 게 아니라 우리사회의 개혁적 사고를 모두 통할하는 발상이다.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사선을 넘나든 역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그의 정치성향은 항상 일방적인 쏠림이 없는 균형을 견지해 왔다. 그래서 요즘 할말이 특히 많을 것같은 그를 20일 만나 신당에 대한 소신을 들었다.

-지난 16일 신당워크숍이 있었고, 엊그제까지는 그날 토론된 내용에서 신당추진이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같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신·구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16일 모임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신당을 놓고 워낙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터라 그날 자리가 자칫 당 분열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나 스스로 긴장한 상태에서 회의에 임했는데 오히려 완벽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져 나도 놀랐다. 우리당 의원들이 결코 분열을 원치 않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그날 동료의원들로부터 ‘김근태의 개혁적 통합신당이 떴다’는 농담까지 들었다. 이런 방향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공방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나는 지금을 그런 과정으로 본다.”

-16일 워크숍은 신주류의 전략적 접근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다시 말해 조만간 본격 움직일 신당추진위가 당무회의 추인을 무난히 받을 수 있도록 자세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추진위가 추인되면 곧바로 당 밖으로 뛰쳐 나갈 개연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신당에 강한 욕구를 갖고 있지만 작위적 인적청산에 대해선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개혁과 통합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두 사안은 상호보완 관계로 굴러 가야 상승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둘 사이를 단절시켜 패가름을 시도한다면 신당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당내에선 공식기구가 움직이고 또 사회 각계의 세력들이 각자의 활동을 벌인후 궁극적으로 총의를 모아야 신당은 성공한다. 나는 이를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한후 경선 등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유권자와 당원에 의한 정치개혁이나 물갈이가 가능한 것이다.”

-통합신당은 결국 도로 민주당 내지 리모델링으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을 들었을 줄 안다. 당의 해체나 모든 기득권의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통합신당론은 결국 명분에 그치고 신장개업으로 끝날 소지도 많다.

“이거야말로 사실을 왜곡하는 국민분열적 발상이다. 실체를 직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의 공식적인 기구가 신당추진을 전담하는 순간부터 사실상 모든 기득권은 상실된다. 그런 다음에 민주, 개혁세력들을 맞아들이는 것인데 왜 이것이 리모델링인가. 나는 이런 말을 한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특정인 배제는 오히려 패거리정치를 답습하는 꼴이다. 부적격한 인사들은 공정한 시스템운용을 통해 유권자와 당원들이 걸러낼 것이다. 지난번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 우리는 이미 이런 합리적 절차를 운용했고 또 성공했다. 이런 원칙이 무시된다면 신당은 결국 당권이나 기득권 싸움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신당을 바라는 이유는 민주당이 아직 1인 보스체제와 지역구도를 완벽하게 불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지 당의 정체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제기하는 신당은 곧 노무현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어불성설이다. 민주당 정권에서 영남 출신의 후보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도 전국정당화할 수 있는 신당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신당과 노대통령을 매치시키는 발상은 그야말로 억지다. 노무현정권이 끝나면 신당도 끝난다는 발상 밖에 더 되느냐. 신당은 철저하게 당.정분리를 지킬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 탄생도 민주당의 이런 당·정분리 원칙 때문에 가능했다.”

국회에서 반전평화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의원은 남북관계, 특히 북핵문제 등에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노무현대통령의 방미외교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도 김의원은 할말이 많다. 한미정상회담전 부시대통령에게 한반도문제 및 북한 핵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개편지를 보내 주목받은 그는 지난 19일 동료의원 9명(민주 7, 한나라 2) 명의로 노대통령의 방미외교를 질책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정치권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김의원은 노대통령의 방미활동에 대해 “원칙을 깼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국민들 특히 민주당과 햇볕정책을 지지해 온 사람들에겐 엄청난 혼란과 충격을 안겼다. 대북 강성 발언이나 대미 우호 발언 모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북한 관련 발언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상호 신뢰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특히 정.경분리 원칙을 훼손한 것은 큰 문제다. 나도 북한정권은 신뢰하지 않지만 북핵과 교류문제는 별개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그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으로 한국의 운신폭이 오히려 좁아들었다고 평가한다.
“서해 교전이 두번씩이나 벌어져 상호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어도 경제교류와 금강산관광은 계속됐다. 이런 교류가 이어져야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역할도 가능하다. 이것이 정.경분리 원칙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그 신뢰의 축이 졸지에 무너진 것이다. 앞으로 실무적인 접촉에서 이번 외교파문을 얼마나 불식시킬지는 모르지만 햇볕정책으로 구축된 상징적인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궁극적으로 무엇이 잘못 됐다는 것인가.

“북핵과 남북교류는 상대적 현안이 아니다. 이 둘 사이에서 선별적 접근을 한다는 발상은 과거 냉전주의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안타깝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군사력동원의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추가적 조치에 대해 노대통령이 무력사용 절대불가를 미국측에 확실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이 왜 그렇게 처신했는지, 한때 같은 대권주자로서의 견해를 듣고 싶다.

“아마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사전에 무슨 메시지를 전달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특히 경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서 무디스의 압력도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막상 강대국 미국의 실상을 보고 본인의 입장만 고수하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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