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업체 공모에 얽힌 진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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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업체 공모에 얽힌 진실이 궁금하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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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업체 문제되자 뒤늦은 무효화 '파문' 한대수 시장, 시의회에 공식 유감 표명 진화나서

문제의 발단

사업 계획 부터 잡음 불거져

청주공예비엔날레 참여업체 선정잡음은 2월 17일 사업설명회에서부터 불거졌다. 조직위의 경직된 분위기가 당시 참석한 업체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곧바로 조직위 홈페이지엔 적지 않은 불만의 글들이 올라 왔다. 3월 12일 1차 심사결과가 발표되자 탈락업체들의 동요가 본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틀 후 14일 최종 선정업체가 결정된 이후로는 선정과정의 각종 문제점들이 속속 여론화되며 업계와 당사자들을 긴장시켰다.

급기야 1, 2차 심사에서 떨어진 청주지역 중견 전시, 행사업체인 (주)휴먼씨, (주)다산애드컴, 청사 관계자들이 19일 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모과정의 여러 의혹을 공식 문제화함으로써 지역에 파문을 던졌다. 이 문제는 다시 청주시의회로 비화돼 시정질문을 놓고 의장과 의원간 의사봉 쟁탈전(?)까지 벌어지는 등 계속 여론의 도마위에 올려졌다.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청주시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일부 선정업체를 백지화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공모과정 희혹

일부업체, 신청서 양식부터 달라


2월 10일 공모공고를 거쳐 17일 열린 사업설명회엔 전국에서 총 52개 업체가 참여했다. 전시시절분야에 27개업체, 행사분야에 25개 업체가 각각 참가한 것이다. 공모는 전시.시설분야와 행사분야로 나눠 발표됐다. 그러나 실제로 제안서를 접수한 업체는 전시시설분야 5개와 행사분야 5개 업체다. 전시시설분야는 백두대간(주)(대표 윤호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주)디자인아이넥스(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구디(대표 이강현. 진천군 문백면) (주)휴먼씨(대표 박명구.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주)다산애드컴(대표 이종태.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등이고 행사분야는 (주)시룩스(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엔컴패스(대표 오창근. 충북 청원군 강내면 월곡리) 청사(대표 유선요.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대일기획(대표 청주시 흥덕구 용암동) (주)이름(대표 황동민.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등이다.

1차 심사결과 전시시설분야는 1위 디자인아이넥스 2위 휴먼씨 3위 백두대간으로, 행사분야는 1위 시룩스 2위 청사 3위 엔컴패스로 결정됐다. 이들 업체를 갖고 실시한 최종 2차 심사결과는 전시시설분야의 경우 1위 디자인아이넥스(평점 7070) 2위 휴먼씨(평점 5980) 3위 백두대간(평점 5150)이었고, 행사분야는 1위 엔컴패스(평점 6830) 2위 시룩스(평점 6650) 3위 청사(평점 6520)로 나타났다. 행사분야에 응모한 엔컴패스는 1차에선 3위였다가 2차 심사에선 1위로 올라가는 이변(?)을 보였다.

시설전시분야의 업체로 선정된 디자인아이넥스는 우신엔지니어링(대표 박승희. 청주시 흥덕구 성화동) 연흥(대표 연규식. 청주시 흥덕구 사직2동)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했고, 행사분야 업체로 결정된 (주)엔컴패스는 한서커뮤니케이션즈(대표 박찬규. 서울 마포구 마포동)와 컨소시엄을 이뤘다. 의혹은 여기서부터 불거진다. 우신과 연흥은 탈락업체로부터 원초적으로 자격미달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우신은 철물 철골이 주 종목으로서 조직위가 요구하는 사업종목에 맞지 않으며 연흥은 사업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응모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조직위가 발표한 공모는 전시시설분야의 경우 전시물설계, 실내장식, 건축, 모형제작 등으로 업종을 제한했는데 우신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청주세무서가 발행한 사업자등록증에도 우신은 철물 철골 철근과 관련된 제작 및 설치를 주종으로 하는 업체로 나타났다. 청주시의 특별감사에서도 이 점이 지적됐지만 감사팀은 ‘행사장 외곽 울타리 설치 등 시설분야에는 철물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전시시설분야의 시설분야 자격 조건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제행사의 전시시설이 울타리나 치고 철근조립하는 것으로 끝나느냐. 아전인수격 해석도 유분수지 너무 지나치다”고 비난했다.

또한 우신이 제출한 응모신청서엔 접수번호와 간인(직인)이 찍혀 있지 않아 이 부분도 논란을 빚고 있다. 조직위가 준용한 지침에 따르면 응모신청서는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업체에 한해 교부하며 교부기간내에 신청서를 교부받지 않은 업체는 응모할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한 응모신청서엔 필히 교부확인자의 직인이 찍혀야 한다고 규정해 간인이 없는 우신의 신청서는 사실 문제가 있다. 같은 컨소시엄 업체인 연흥의 응모신청서 역시 접수번호와 간인이 없다. 특히 연흥의 신청서는 조직위가 발행한 원본이 아닌 자체 타이핑한 것으로 확연히 구별된다. 연흥은 현장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의회측에선 이들 두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과정에 유착의혹이 짙다며 의문을 제기했지만 청주시와 조직위는 업무상의 착오라고 해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 청주시는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컨소시엄 업체는 사업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아도 무관하며 신청양식도 대표업체의 것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간인이 없는 것은 접수과정에서 직원의 착오 때문이었다”고 밝힌 반면 시 감사팀은 “컨소시엄 참여업체에 대해 대표업체와는 별도로 응모신청서에 표시된 제출서류를 작성토록 통보하고도 불필요한 응모신청서를 받아 접수번호와 간인누락이라는 오해를 불러 특혜시비를 일으켰다”고 약간 다른 해석을 내렸다. 행사분야의 컨소시엄 업체로 선정된 한서커뮤니케이션즈도 의회측에 의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신청서가 접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공모내용에 대표업체와 컨소시엄 참여업체를 구분해 서류관계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으로써 야기된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

 

선정 업체 자격시비 논란

컨소시엄 구성과 협정서 내용 상반


행사분야의 업체로 선정된 (주)엔컴패스와 한서커뮤니케이션즈는 자격시비에 휘말렸다. 조직위의 공고에 따르면 행사분야는 이벤트로 등록된 업체에 한해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그런데 두 업체 모두 사업자등록증에 ‘이벤트’가 누락되어 있는 것이다. 대표업체로 선정된 엔컴패스의 사업자등록증엔 종목이 인터넷방송과 영상물제작으로 되어 있고, 한서커뮤니케이션즈의 종목은 이벤트모델에이전시와 방송제작업으로 기재돼 있다. 특히 청주시의회는 업소의 오픈 행사 때 이벤트를 대행하는 회사인 한서에 집중 문제를 제기했다. 청주시의 감사결과 엔컴패스의 경우 공식 제출서류가 아닌 법인등기부등본상에 문화행사대행업으로 등록돼 있어 이를 확대해석해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컴패스와 한서커뮤케이션즈의 부적절한 관계는 컨소시엄 구성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두업체가 맺은 공동도급 표준협정서<사진>를 보면 출자비율이 엔컴패스 70%, 한서커뮤니케이션즈 30%로 당연히 70%에 해당하는 엔컴패스가 대표업체가 되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30%의 한서커뮤니케이션즈를 대표업체로, 70%의 엔컴패스를 참여업체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행업체로 선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감사팀은 엔컴패스의 사업종목이 인터넷방송과 영상물제작으로 되어 있어 응모자격에 문제가 있자 사업종목이 이벤트모델 에이전시로 등록된 한서커뮤니케이션즈에 요구해 이런 오류가 발생했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두 회사 모두 외지업체여서 ‘타 지역업체는 청주지역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응모기준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직위 자체 조사에서도 한서는 실행능력 부족으로, 엔컴패스는 행사경험 부족으로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 두업체는 감사결과에 따른 조치로 선정이 무효화되는 수모를 당했다.

 

심사위원 선정의 문제점

조직위 직원이 심사위원 맡기도


공예비엔날레 참여업체의 선정은 1, 2차 심사를 거쳐 결정됐는데 1차엔 6명, 2차엔 8명의 심사위원이 위촉됐다. 그런데 1차 심사위원들이 2차에선 모두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국가기관 시행사업의 업체선정시 준거가 되는 건축설계경기운영지침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발주기관 등이 임명 또는 위촉한 10인 이상 15인 이하의 심사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제 12조) 또한 이번처럼 설계경기를 단계별로 시행하는 경우 모두 동일인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제 13조) 이에 따라 청주시의회는 심사위원 명수의 기준미달과 심사위원의 교체를 문제삼았다. 한 관계자는 “사실 심사위원 명수는 큰 논란이 없었는데 심사위원 교체는 말이 많았다. 1차와 2차의 결과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의회는 심사의 일관성을 위해 동일인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었고, 조직위측은 공정을 위해선 이 방법이 더 유효하다고 주장했는데 규정을 떠나 논리상으론 양쪽 다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1차는 100점 만점, 2차는 10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전시시설분야의 경우 1차심사에선 5개 업체가 위원별 70~80점대(100점 만점)의 고른 점수를 받은 가운데 유독 한 심사위원만이 특정업체에 98점의 높은 점수를 줘 주목을 끌었다. 특히 두 업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이 분야에서 A업체는 1차에서 4명으로부터 최고점수를 받았으나 2차에선 8명의 심사위원 모두 B업체에 1위 점수를 매겨 이 업체가 최종 선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조직위는 사업설명회에서 이번 공모와 관련, 기획능력은 감안하지 않고 실행능력 위주로 평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막상 심사에서는 40점(1차)과 500점(2차)이 기획분야와 관련된 것이어서 탈락업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1차심사에선 독창성 20, 효율성 15, 예산편성의 적정성 5점을 각각 배점, 결국 기획관련 점수가 40점에 달했고, 2차에서도 독창성 20%, 효율성 15%, 예산편성의 적정성 5%, 행사장환경 연출방안 및 기반시설실행방안 10%를 각각 반영해 무려 50%가 기획력과 관계된 배점이었다.

전시시설분야의 심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조직위가 기획점수를 감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다. 업무를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나로선 1차 심사시 사업실적과 관련된 점수가 40%나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업실적이 많다고 해서 꼭 행사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차라리 사업실적은 응모자격으로 규정하고 심사시엔 아이디어나 기획력을 중시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행사 시나리오엔 심사위원장은 심사를 하되 총합산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고 동점일 경우만 판정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도 1차 심사시 심사위원 모두의 동의하에 위원장의 심사 평가를 총 점수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주시는 “이번 평가결과에서 심사위원장 점수를 제외하더라도 순위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1차 심사위원중에 조직위의 계약직 직원 한명이 속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모씨로 알려진 그는 조직위가 제출한 공식서류에도 기재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건축설계경기운영지침 제 13조에 의하면 심사위원의 명단은 시행공고시 공개해야 하지만 발주기관이 과당경쟁 등의 우려가 있어 사전공개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할 경우 심사결과 발표시 이를 공개할 수 있다. 이번 공모에서 1차 심사는 김두영(청주대교수) 이석준(서원대교수) 장기영(극동대 겸임교수) 장인경(세연철박물관장) 김동연씨(청주예총회장) 이 모씨(조직위 직원)등이 맡았고, 2차 심사는 최공호(전시감독) 박종성(청주시의회의원) 박호표(청주대교수) 안병학(코엑스 디자인실장) 양준경(KIDP 팀장) 탁윤태(SBS 프로덕션국장) 한범덕(충북바이오추진단장)황동렬씨(중앙대교수) 등이 담당했다.

건축설계 경기운영지침과 관련, 청주시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실행업체 선정은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이 정한 건축사법에 의한 건축설계 및 발주에 해당되지 않을 뿐더러 건설기술관리법 시행규칙에 의한 건축공사로 볼 수 없는 이벤트사업 및 전시시설에 해당되기 때문에 건축설계경기운영지침에 의한 공모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심사위원 명수와 교체 등은 이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총론

업무실수 - 특정 업체배제 판단 쉽지 않아


현재 대체적 분위기는 조직위 책임자의 문책인사를 불러 온 이번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쪽이다.
청주시의 특별감사도 이번 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행사관련 행정경험 부족에 의한 업무처리 미숙’으로 결론냈다. 업무미숙에 의한 처리절차상의 문제이며 응모업체간 의견차이와 조직위의 자의적 판단이 빚은 오해와 불신이었다고 단정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업체를 배제하기 위한 고의적인 위법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문제점이 드러나 관계자가 문책까지 당했기 때문에 공모 자체의 공신력은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좀더 명쾌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책임자를 다른 부서로 옮기는 눈가림식으론 사태해결이 안 된다. 엄밀히 말해 이번 공모는 무효다. 그러나 10월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더 이상 소모전을 펴선 안 될 것이다. 지역 업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를 걱정한다면 차라리 행사를 직영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관련자 역시 이번 행사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것이 옳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지역업계는 얼마든지 사심없이 도울 수 있다. 지역업계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건 어쨌든 잘잘못를 가리자는 취지였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와 관련된 논쟁중에 가장 관심을 끈 사항은 공모를 주도한 조직위측의 특정업체배제 의도여부다.심사에서 탈락한 다산 청사 휴먼씨 등은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업체로 그동안 다양한 행사경험으로 업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기정 전시장 재임시 주요 행사를 도맡아 온 전력 때문에 지난해 지방선거시의 한대수시장 캠프 종사자들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조직위가 이들 업체를 배제하려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청주시와 조직위측은 ‘사실무근’임을 밝혔고 특별감사에서도 이런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탈락업체들의 의구심은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욕심같아선 이번 문제가 더 파헤쳐져 진실이 완벽하게 밝혀졌으면 한다. 공모과정의 전후관계를 면밀히 분석하면 결국 우리를 배척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 절대 일어나선 안될 것이다”고 밝혔다. 단순한 업무상의 착오냐 아니면 특정업체 배제냐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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