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텃새냐 철새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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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 ‘텃새냐 철새냐’ 기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12.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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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용 대통합민주신당 총선 전후 분열 관측
이념 성향, 친소 따라 최대 3~4인 이동 전망
대통령 선거가 끝남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불과 111일 후에 실시되는 18대 총선으로 옮아가게 됐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격차가 선거전 내내 고착화된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총선에 뜻을 둔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시선은 오래 전부터 18대 총선에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으로만 ‘일단 대선에 전력하고 총선은 그 후에 고민하겠다’고 말했을 뿐 마음은 ‘콩밭에 있었다’는 얘기다.

   
 
   
 
2004년 17대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에 실시돼 사실상 탄핵 찬반을 묻는 경향이 강했고, 그 후폭풍에 힘입어 충북은 8석을 모두 열린우리당이 가져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시종일관 30%를 밑돌면서 끝내 친노-반노로 분열돼 분당과 합당의 수순을 밟기도 했다.
따라서 대선 승리를 향한 실낱같은 가능성에 의지해 출발한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이 앞으로도 그 틀을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관심은 ‘총선 전에 헤쳐모일 것인가 후에 분열할 것인가’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 Q씨는 “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나서 한나라당으로 투항할지는 몰라도 총선 전에 거취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개의 의원들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특검을 무기로 총선까지는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지속돼 기성 정치인은 물론 정치지망생들의 한나라당 줄서기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금배지가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충청 출신의 두 정치인(이회창, 심대평)을 중심으로 창당될 충청권 신당으로 현역 의원이 자리를 옮기는 상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13.5%(KBS MBC출구조사 기준) 득표에 그친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충청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이회창 캠프로 이적한 장한량 무소속 이회창 후보 연락사무소 상임고문은 “민주신당은 대선 패배 후 지리멸렬하게 분열할 것이다. 자연적인 정계개편에 편승해 적어도 서너 명은 이회창의 충청권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떠나지 않거나 떠날 수 없는…
민주신당 잔류가 확실시되는 의원은 일단 홍재형, 노영민, 이용희 의원 정도다. 홍재형(청주 상당) 의원은 열린우리당 초창기 정책위원회 의장을 시작으로 충북도당위원장,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대통합민주신당 출범 시에도 충북도당위원장을 맡는 등 쉽사리 몸을 움직이기에는 몸이 너무 무거운 상태다.

칠순을 넘긴 나이를 고려할 때도 3선 고지에 무사히 오른다면 더 이상의 정치적 야망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당을 옮겨 다닐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근태 전 당의장 계열인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은 초창기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려했던 정체성과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당의 완전 해체가 아닌 상황에서 노 의원이 당을 떠난다면 사실상 정치전 전향으로 간주해야 할 정도. 지역구의 한나라당 상황도 김준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 남동우 청주시의회 의장 등 절대 강자가 없이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이라 상대적으로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이용희(보은·옥천·영동) 부의장은 정치경력만 50년에 가까운 국회 최고령 4선 의원이다. 18대 총선에 출마할 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DJ정권 이전까지 평생 야당의 길을 걸어온 인생을 반추해볼 때 총선에 불출마한다면 여기까지가 정치이력일 가능성이 높다. 대선 패배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선거에서 아들인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에게 지역구를 ‘바통 터치’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김종률 의원 ‘친구 따라 강남가나’
김종률, 이시종 의원은 처한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적 가능성이 점쳐지는 경우다. 김종률(진천·음성·괴산·증평)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지역구를 꿰찼다. 그러나 이해찬 전 총리와의 막역한 관계가 드러난데 이어, 한때 대권 잠룡으로 손꼽혔던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의 충청권 포스트 역할을 맡게 되면서 대표적인 친노 계열로 분류됐다.

문제는 친노 김혁규 전 최고위원이 돌연 이회창 캠프에 합류한 것. 김종률 의원은 정치적 계보로 볼 때 확실한 친노지만 재벌정책 등에 관한 발언 등에서 우편향을 보여 이념적으로는 보수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대선 이후에는 이회창의 충청권 신당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대선 막바지에 이명박 특검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MB 저격수로 활약한 강한 인상이 남아있어 변신이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김혁규 전 최고위원이 이회창 캠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동행을 제안 받았으나 “(이회창이) 너무 보수적이라 부담스럽다”며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시종(충주) 의원 역시 이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은 민자당으로 민선 1기 충주시장에 당선된 뒤 무소속,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3선에 성공하고, 열린우리당 후보로 총선에 당선됐을 정도로 지역 장악력에 대한 검증이 끝난 상태다. 아직까지 떠오르는 정적이 없기 때문에 구태여 ‘또 당적을 바꿀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역설적으로 ‘3번 바꾼 사람이 한번은 더 못 바꾸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시종 의원실 관계자는 “의정활동에 대한 지지기반이 확실한데 굳이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겠냐”며 “이명박 특검법 발의가 도내 의원들을 결속시켰기 때문에 분열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검 칼날 얼마나 예리할까?
대선이 끝나자마자 의원들의 당적 변경을 거론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지만 이명박 후보에게 50.3%(KBS MBC 출구조사 기준)의 국민적 지지가 쏠린 상황에서 현 여권의 지각변동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그 진앙은 오제세, 변재일, 서재관 의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의원은 모두 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소신이 ‘중도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변재일(청원), 서재관(제천·단양) 의원은 철저한 반노그룹으로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도 탈당한 전력이 있다. 대선 이후 정치적 선택 역시 계보의 수장인 김한길 의원의 행보를 쫓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서재관 의원의 경우 당내에 뚜렷한 경쟁자가 없지만 변재일 의원은 5.31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한범덕 행정자치부 제2차관이 지역구 경쟁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공천 경쟁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오제세(청주 흥덕을) 의원의 경우에는 비록 사석에서지만 이회창 후보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 바 있고, 지난 6월 정치적 암중모색 과정에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를 만나는 등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당의 탄생에 관심을 가져왔기에 이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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