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구역 축소 결국 노동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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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구역 축소 결국 노동탄압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12.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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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업체 노조원 해고, 신규업체는 선별 고용
   
 
  ▲ 삶과 환경 해고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12월 24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주시가 음식물쓰레기 수거 민간 위탁업체를 기존 4개에서 6개로 늘리면서 사업구역이 절반으로 축소된 기존 2개 업체에서 해고가 예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재취업을 보장하지 않아 고용안정이라는 대전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사업구역이 축소돼 노동자 일부를 해고한 업체 두 곳이 모두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던 업체였고, 해고가 예고된 노동자의 75%가 노조원이라는 점에서 결국 이번 사태가 전방위 노조탄압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수거업무를 민간에 위탁해온 청주시는 2007년 말을 기준으로 1기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기존 4개 업체 가운데 2개 업체(나눔환경, 삶과환경)의 업무수행능력을 문제 삼아 이들 업체의 사업구역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축소된 영역에 신규업체 2곳(디에이치아이, 승일전기)을 추가 진출시켰다.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기준 모호, 일부 업체의 눈속임 계량 의혹(충청리뷰 12월7일, 14일자 연속보도) 등의 문제는 차차 규명해 나간다 하더라도 당장 2008년 1월1일부터 6개 업체가 쓰레기 수거에 나서야하는 상황에서 나눔환경, 삶과환경에서 12월31일부로 해고가 예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업체 재취업은 신속히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청주시 정휘만 청소과장은 이에 대해 “근로자들은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가 부도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재취업에 해당된다”며 “가능한 신규업체가 해고 근로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해고 노동자 75%가 노조원
문제는 공교롭게도 노조가 있는 2개 업체만 사업구역이 축소된데다, 이번에 해고가 예고된 노동자의 75%가 노조원이라는 것이다. 나눔환경의 경우 전체 수거원 15명 가운데 9명이 노조원인데, 이번에 해고 예고된 8명 가운데 노조원이 7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삶과환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수거원 16명 가운데 7명이 노조원인데, 해고가 예고된 8명 가운데 5명이 포함된 것. 삶과환경의 경우 노사가 직원을 해고해야 할 경우 장기근속자를 중심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근태상황, 상벌, 업무능력 등을 고려해 해고순위를 결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정작 이번 해고 사태에는 이 같은 원칙을 반영하지 않았다.

삶과환경으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은 노조원 A씨는 “해고가 예고된 노동자 가운데 노조원들은 모두 장기근속자들인데다, 지각, 조퇴, 결근 등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발상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A씨는 특히 “사업구역은 한정돼 있음에도 청주시가 신규업체의 진입을 허용해 해고사유가 발생한 만큼 고용도 원청인 청주시가 보장해야 한다”며 “고용승계나 재취업 등 고용안정에 대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업자가 바뀌거나 늘어날 때마다 지금과 같은 사태를 되풀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시 말로만 재취업 보장
하지만 청주시는 신규업체에 고용승계를 구두로 권고하는 것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고용보장을 계약서에 명문화할 수는 없고, 다만 구두 설득을 통해 신규업체를 대상으로 해고 근로자를 최대한 재취업시키도록 이해시키고 있으며, 어느 정도는 납득하고 있다”는 것이 정휘만 과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2개 사업장 노조가 가입돼 있는 민주연합노조 청주지부(지부장 최은섭)는 24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 의정부시, 화성시, 남양주시 등은 청소대행 계약과정에서 고용승계, 근로조건 하락 방지 등의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며 “밤낮으로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성실하게 치우던 사람들이 아무런 잘못없이 일자리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1월부터 수거업무에 들어가는 신규업체들은 해고가 예고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해고 노동자들 가운데 각각 4~5명 정도를 고용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상태다. 그나마 최은섭 지부장에 대해서는 26일 현재 면접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해고일인 12월31일 이전에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최은섭 지부장은 이에 대해 “어차피 해고가 통보된 전임 회사의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신규업체에서의 노조 결성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며 “사실 근무조건과 처우에 문제가 없다면 노조를 만들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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