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도서관 약속대로 지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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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서관 약속대로 지켜질까?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3.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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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이나 공사비도 예측 어려워… 오는 16일 시의회서 예산안 상정
취지의 순수성 불구, 건립 과정서 적잖은 부작용 우려

제천시가 지난 4월‘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이하 책사본)’와 한 방송사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기적의 도서관’ 건립 도시에 선정됐으나 실제 지원 액수가 당초 약속의 절반에 불과한 5억 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천시와 ‘책사본’에 따르면 기적의 도서관 건립 사업은 TV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해당 지역 자치단체가 도서관 부지를 제공하면 ‘책사본’이 건평 100∼200평 규모의 공사비를 지원하고 부족 예산은 해당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시의 경우 자체적으로 건평 290평 규모로 기적의 도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잠정 수립한 것으로 전해져 ‘책사본’의 지원 정도에 따라 시가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는 최소 90평에서 최대 190평 상당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평 당 공사비 500만원으로 계산할 때 적게는 4억 5000만 원에서 많게는 9억 50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책사본’의 지원액은 5억∼10억원에 불과해 기적의 도서관이 건립될 때까지 자치단체에 떠넘겨지는 비용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책사본’ 측은 제천을 포함해 순천, 청주, 금산, 대구 달서, 서귀포, 태백, 고양, 진해, 울산 북구 등 도서관 유치가 확정된 10개 지역에 10억원 이하의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에 10년 간 도서관 운영권과 설계, 시공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우월적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자치단체들은 부지를 포함해 건축비의 절반 이상을 ‘책사본’에 건네고도 10년 동안 도서관의 주인으로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책사본’의 지원금도 주관 방송사의‘느낌표’ 프로그램 선정 도서 수익금과 건설사의 후원 등으로 충당될 예정이어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취지의 순수성에도 불구하고 건립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올 초 전국 최초로 기적의 도서관을 유치했던 전남 순천시의 경우 당초 시가 부지만 제공하면 ‘책사본’ 등 사업 주체가 건립 비용 전액을 기부채납 형태로 제공키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와 공사비 전액을 순천시가 부담하게 계약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달 시의회가 추경안을 부결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로 인해 순천지역에서는 기적의 도서관 건립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와 관련해 주민 상호 간에 갈등과 반목이 깊어지는 등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책사본’측 관계자는 “기적의 도서관 건립과 관련해 제천시와 포괄적으로 기본적인 계약을 맺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추진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내내 막말과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해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함양하시키겠다는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의 사업 주체로서 최소한의 양식조차 의심케 했다.

그러나 제천시는 아직까지 기적의 도서관 건립과 관련해 어떠한 계약도 맺은 적 없으며 특별한 계획도 수립된 사실이 없다며 ‘책사본’과는 다른 주장을 펼쳐 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시 관계자는 “책사본이 당초 제천시 어린이 도서관에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거나 지원금이 5억원으로 결정됐다는 일부의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로서는 건평 규모, 설계, 책사본의 지원 평수 등 많은 변수로 인해 지원금이나 공사비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천시가 오는 15일 시의회에 기적의 도서관 건립 사업과 관련한 추경 예산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져 포괄적 계약서의 존재 여부, 공사 계획, 지원비 규모 등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악의 경우 순천시처럼 시의회가 추경예산안 자체를 부결시키는 등의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기적의 도서관 건립 사업은 이날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제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현재로서는 집행부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상태여서 표결 결과 등을 짐작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안이 중요한 만큼 의원들이 그간의 진행 과정을 파악한 뒤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엄격한 심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 동안 기적의 도서관 유치를 위해 제천시가 홍보비 등으로 지출한 비용은 공식적으로 3000만원. 현수막 등 현물 협찬과 무형의 비용까지 합치면 족히 5000만원 정도의 넘는 노력과 돈이 투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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