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후엔 가구 전시회도 열 계획
▲ 김경순 씨는 7년차 목수다. ‘괜찮은 소목장’이 되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캔버스 대신에 나무를 매만지고 있다. | ||
이사 오기 전에는 수곡동에서 소목공방(小木工房)을 운영했다. 새해 들어 주인이 세를 올려 김경순 씨 부부는 이곳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김 씨는 “아담한 뜰과 나무 저장창고를 갖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웃음을 보였다.
좁은 방안 곳곳 그의 가구들이 놓여있다. 그의 집은 곧 작은 전시장이다. 소박한 나무 나이테에 어울리는 특이한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경주 가서 구입한 문인데, 장식장 문으로 덧대봤어요.” 그는 이렇게 오래된 집이나 고택에서 얻은 나무들을 다시 가구에 활용한다.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리폼, 즉 재활용이다.
“사실 나무가 많이 귀해요. 숭례문이 무너진 이후 복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나무 구하기라고 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쓸 만한 나무들은 이미 법적으로 벌목할 수 가 없어요. 그래서 목재들은 수입품이 많아요. 때로는 고택에서 전문적으로 나무를 채집해 목수들에게 팔기도 하죠.”
그는 청주대 91학번으로 서양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 두 번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줄곧 가구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 “한 때 밥벌이를 위해 인테리어 일을 했는데, 계속 나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나무를 어떻게 다룰지 몰라서 나름대로 공부하다가 그렇게 7년여의 세월이 보냈어요. 지금은 나무를 만지고만 있어도 좋아요. 대패질할 때 드러나는 나무 속살은 여인의 살결 같이 부드럽다니까요.”
사실 그의 아버지는 목수였다. 그는 “아버님은 대학교 때 돌아가셔서, 기술을 전수받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골동품 가게를 돌면서 수집을 하고, 독학으로 도면을 짜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7년 동안 가구에 매달려
그의 가구 만들기는 ‘느리게’ 진행됐고, 또 전통을 고집했다. “문이나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을 소목장이라고 하죠. 못 대신에 홈을 파서 연결하고, 본드 같은 접착제는 사용하지 않고요.” 그는 한마디로 “경순 만의 색깔이 있는 가구”라고 정의했다.
김 씨는 나무도 우리나라 소나무만을 고집한다. 나무 구하기가 쉽지 않은 초보 목수는 제일 부러운 것이 ‘나무가 한가득 쌓여있는 창고’라고 했다. “목수 일은 20~30년을 해야 비로소 나무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해요. 아직 다룰 수 있는 나무가 많지 않아서, 기회만 닿으면 온갖 나무를 접해보고 싶어요.”
그 만의 색깔이 녹아 있는 가구들은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아우라를 드러냈다. 장식장의 문을 마치 옛날 대문의 형식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여인이 비녀를 꽂은 듯한 장식장 등 투박한 손맛과 더불어 세련된 감각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가구들은 어떻게 판매되고 있을까.
▲ 김경순 씨의 가구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아우라를 드러낸다. 나무 문짝을 덧댄 장식장이나 거북모양으로 장식한 거북장 등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 ||
그러면 하루 빨리 홈페이지라도 오픈해홍보하라고 물었더니 “아직은 때가 안됐다”는 답이 들려온다. “제 성격인지도 모르겠는데, 천천히 가고 싶어요. 주변에서 고집스럽다고 할지 몰라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3~4년 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땐 전시회도 열어야죠. 또 한계가 있으니까 주문이 밀리면 감당 못하고요.”
오랜 침묵을 깨고 한마디 말을 던지는 아내 안설해 씨. 그는 결혼하기 전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고, 사진에 취미가 있어 가구를 만들 때마다 사진으로 기록한다고. “홍보가 제 전공인데, 신랑 말 따르려니까 좀 갑갑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느리지만 단단히 가자는 데는 동감해요.”
가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 DIY나 리폼 등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가구가 유행하고 있다. 비교적 가볍고 편안하게 나무를 조립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그에 반해 김 씨의 가구는 무게도 무겁고, 둔탁하다. 이번에는 안 씨가 설명에 나섰다. “요즘 가구는 99%가 필름지를 부칩니다. 우리나라는 각양각색의 필름지가 너무 발달해서, 합판 위에 붙여도 감쪽같죠. 원목이 주는 참 맛을 알지 못하고 가격만 따질 때는 안타까워요. ”
원목은 대물림을 할 수 있는 가구다. 이러한 원목가구는 기후와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된다. “평면작업을 하다 입체 가구를 만들 때, 마치 덩어리 덩어리를 놓는 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원목가구는 시간을 머금고 주인과 함께 늙어가는 것 같아요. 물이 배어도 자연스럽게 얼룩을 만들어내죠.”
숨을 쉬면서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는 가구는 또 하나의 생물일지도 모른다. 김 씨는 “가구는 결국 타자에 의해 정의되고 평가받는다”고 말한다.(문의 019-607-3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