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동안 권구현을 찾아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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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권구현을 찾아 헤매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3.1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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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출신 시인·평론가·화가였던 권구현 전집 낸 김덕근 씨
“권구현은 아나키즘 사상 삶과 문학으로 실천한 인물”
   
 
  ▲ 권구현 전집  
 
20대 중반, 김덕근 씨(47)는 대학도서관에서 ‘권구현’ 선생의 기록을 처음 만났다. 켜켜이 쌓여 있는 오래된 책들 가운데 눈에 띤 ‘한국현대시자료집성’에서 권구현에 대한 기록은 ‘영동출신 시인’이라는 것이었다.

청주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덕근 씨는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또한 ‘한국 현대선사의 맥락과 지평’을 낸 저자가 되기도 했지만, 권구현 선생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권구현 선생의 삶과 문학을 탐구한지 10여년이 흘러, 드디어 올해 전집을 내놓았다. 권구현 전집(도서출판 박이정)은 지금까지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된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1부 시집과 시 2부 소설 및 수필 3부 평론 및 그 외 글 4부 만화 부록 순으로 엮였다.

또한 권구현의 작품목록 및 생애를 첨부했다. 작품의 배열은 발표순을 원칙으로 했고, 그 출전을 일일이 표기했다.
김덕근 씨는 “90년대 초 지역에서도 권구현 선생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후대 문인들이 고향에 권구현 시비를 세우기까지 했다. 또한 연구를 위해 영동에 내려갔을 때 셋째 아들(권승춘)씨와 손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들은 당시 생가에서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구현 선생이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려지고, 또한 학문적으로 연구되기를 바랐다.

“권구현 선생은 일본의 아나키즘을 수용했어요. 문학과 미술, 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상호부조, 자유, 권력에 대한 반항, 자연으로의 귀의 등 아나키즘의 정신을 작품에 녹여냈어요.”

권구현 전집에는 선생에 대한 세세한 기록들도 나온다. 권구현 서화전이 영동 청년동맹회관에서 열렸는데, 반응이 좋아 3일간 연장했다.(조선일보 1931년 11월 1일자) 또한 청주에서도 미술 강연회가 개최됐다.(조선일보 1934년 6월 26일자) 또 돈이 없어 고향을 내려가지 못한 권구현 선생이 이광수를 찾아가 돈을 빌리자, 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을 미리 받아서 여비를 챙겨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화가인 안석주는 권구현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그를 ‘피리젓대’라 칭하며 방랑자 기질을 예찬했다.

권구현 선생의 대표적인 시는 ‘구천동 숫장사’다. 외로운 별하나/ 외로운 별하나/ 쓰러질 듯이 깜빡이고 있는/ 천마령 높은 재를 / 이슬 찬 이 밤에 어찌나 넘으려노?/ 우거진 숲속에는 부엉이 소리마자 처량한 이 밤을/ 게다가 무거운 짐을 진 몸으로/ 혼자서 어찌나 넘으려노?/ 구천동 숫장사야...(중략)

김 씨는 “권구현의 시는 우울한 시대배경에서 소시민을 그렸음에도, 자유를 갈구하는 힘이 느껴진다. 시와

   
  ▲ 만화가인 안석주가 그린 권구현의 캐리커처. 1933년경의 권구현(원안).  
 

소설은 아직 연구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동과 쌍계사, 영동에서 개인전 기록이 있기 때문에 그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책 표지 디자인도 했다고 하는데 아직 못 찾았다.

앞으로 미술 쪽에서도 연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저자가 ‘금화산인’인 글은 아직 권구현 선생의 글로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단지 목록만 소개했다고 한다.

권구현 선생은...

권구현 선생은 1898년 충북 영동군 양강면 산막리 479번지에서 태어났다. 영동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동경 미술학교에 유학하면서 일본의 아나키즘에 경도된다. 권구현은 아나키즘을 대표했던 색을 따와, 호를 흑성(黑星)이라 지었다. 25년 귀국해 이듬해 프로레타리아 예술동맹에 가입하고, 제4회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부에 입선한다. 27년엔 시집 ‘흑방의 선물’을 펴낸다. 32년 서울에서 영동으로 내려오는 데 가끔 원고를 쓰면서 서울을 오갔고, 영동과 하동, 지리산에서 개인전을 펼치기도 했다. 말년엔 전국을 유랑하면서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그는 38년 마흔 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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