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청주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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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청주댁’입니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3.19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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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문화부 기자
‘청주댁’을 아십니까. 요즘 유행하는 주말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을 보면 악독한 ‘청주댁’이 나옵니다. 단순히 드라마 캐릭터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극중 청주댁의 행동은 좀 많이 지나치죠. 일단 가정부였던 청주댁은 주인집 안주인을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합니다.

게다가 안주인의 딸인 박정금이 아들을 잃어버리도록 일부러 방치하거나, 오히려 찾지 못하도록 계략을 꾸밉니다. 사람을 사서 그 아들의 불행한 삶을 수년 째 지켜보는 악취미도 있습니다. 정말로 상식으로 설명될 수 없는, 욕망 덩어리의 불쌍한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청주댁’이라는 데 있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 ‘청주댁’에 관한 글이 육두문자로 도배됩니다. 맞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욕 먹을 만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청주댁’이라는 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를 지칭하는 단어는 ‘청주댁’이 유일합니다. 아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이름은 ‘청주댁’일 것입니다.

왜 수많은 이름을 두고, 청주댁 이냐고 작가에게 따져 물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왜 하필 청주냐고 묻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까요. 청주는 종종 텔레비전 프로그램, 특히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드라마 작가의 대모라고 불리는 김수현 씨가 청주여고 출신인 관계로 그의 드라마에서 늘 주인공들의 고향은 ‘청주’로 그려지죠.

현재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도 지역 설정은 ‘청주’라고 합니다.
또 하나, 영화에서도 청주가 나왔습니다. 바로 2006년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짝패’라는 영화였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직접 출연해 화제를 낳았던 액션 활극이었죠. 정두홍 무술감독도 연기자로 본격 데뷔했고, 청주 청석고를 졸업한 이범수 씨도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청주 성안길과, 성안길 내 한 선술집이 나옵니다. 영화는 ‘온성’이라는 가상의 신도시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서울에서 형사생활을 하던 태수(정두홍 분)가 친구 왕재의 부음을 받고 청주에 내려왔는데, 알고 보니 그 범인은 그들의 친구였던 필호(이범수 분)였다는 설정입니다.

영화는 태수와 석환(류승완 분)이 왕재 죽음의 단서를 찾다가 패거리들에게 시내 한복판에서 공격을 당하고, 이후 적들을 향해 돌진한다는 내용입니다. 감독이 언젠가 해보고 싶었다는 ‘액션활극’의 로망을 보여주는, 영화 내내 패싸움이 지겹도록 전개됩니다.

그런데 싸움의 배경이 된 곳은 성안길 한 복판. 눈에 띠는 익숙한 간판들을 보면서 과연 반가워할 일인가 싶습니다. 영화 자체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고향은 어느덧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설정이니, 친구가 죽고, 고향인 청주의 이미지도 함께 죽은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더 안타까운 것은 당시 이 영화에 ‘청주’가 나왔다고 반가워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당시 이것을 홍보마케팅으로 삼은 극장주들도 있었습니다.

천년고도 청주, 청풍명월의 도시, 더군다나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를 탄생시킨 청주가 아니었던가요.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청주의 이미지는 실로 화가 납니다. 마인쯔는 구텐베르크의 도시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파리지엔으로 불리며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합니다. 청주는 직지의 도시로 세계에 알려질 날이 과연 언제일까요. 먼저 국내에서 ‘악독한 청주댁’은 이제 그만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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