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경선 이상은 ‘586’ 현실은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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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경선 이상은 ‘586’ 현실은 ‘286’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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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대세론 직면한 지방의 허와 실
일부 무용론 제기에 당사자들도 혼란

경선(競選)은 분명 내년 총선의 최대 관심사다. 현재 정치권을 달구는 ‘정치개혁’을 실제적으로 담보하는 것도 바로 상향식 정치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경선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총선은 이 경선을 어떻게 치러내는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선도 지방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판단이 쉽지 않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乖離) 때문이다. 경선 불복에 따른 후유증은 지방에서 특히 크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충북은 경선의 딜레마를 확실히, 그것도 명쾌하게 체험했다.

 다름아닌 청원군에서다. 당시 잘 나가던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후보로 나선 김병국 전청원군의회의장과 박노철 전도의원이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결국 경선까지 갔으나 탈락자가 불복하는 바람에 당사자 모두가 좌절한 사례가 있다. 경선에서 이긴 김병국씨는 상대의 계속된 문제제기로 후보를 중도사퇴했고, 대타로 차주영씨(전 충북도기획조정실장)를 영입한 한나라당은 그 후유증으로 본선에서도 패함으로써 당시 “집안싸움이 다 따 놓은 당상(군수)까지 내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칫 집안 싸움 부를라
때문에 경선을 바라 보는 지방정가의 속내는 사실 그다지 편치 않다. 일부에선 경선 무용론까지 제기하는 가운데 최근 신당을 놓고 정치권의 지루한 소모전이 장기화되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더 해가는 추세다. 이런 면에서 민주당은 후보가 확실히 드러나는 한나라당보다 고민이 더 하다. 한 관계자는 “지금 진행되는 신당논란은 결국 내년 총선의 경선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서의 경선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선거같은 전국적인 이슈에선 경선의 명분과 논리가 먹혀들지만 지방에선 안 그렇다. 당장 부작용이 따른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지역사회의 한계다. 우리나라 정치문화의 현실상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은 당연히 등을 돌리게 되고 그 파장은 곧 자당 후보의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선을 너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다간 큰 코다친다, 경선 불복자에 대한 제재방안도 여러각도로 모색되고는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 문제는 당사자와 유권자들의 의식인데 단시일 내에 고쳐질 수는 없다. 아마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의 경선은 곧 필패(必敗)”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경선도 잘못하면 동원정치의 악순환
현재 정치개혁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은 국민참여형 경선이다. 물론 당원이나 대의원들보다 일반 유권자들의 참여폭을 넓힌다면 가장 합리적이고 신망받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민주당 구주류가 가장 염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경선에 의해 자신들이 자연도태될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경선 참여는 고사하고 당원이나 대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도 희망적으로만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이 신당논란에 휩싸이기 전, 한 때 현 최고위원을 대체하는 중앙위원을 선출하는 방안을 세워 지역 중진정치인들을 바짝 긴장시킨 적이 있다. 이 때 지지자 확보에 나선 인사들은 당비를 내는 소위 진성당원 물색에 애를 먹었다. 아직 당비 내는 정당활동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서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곧 경선의 성공적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선에 당원과 일반인들이 얼마의 비율로 참여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 당원이건 비당원이건 막상 내일 처럼 나서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결국 경선하기 위해선 후보자들이 자기사람들을 동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경선의 근본취지가 동원과 금권정치를 막자는 것인데 오히려 이를 더 부추길 수도 있다. 실제로 기간(진성)당원에 국한한다면 특정 후보가 당비를 대납하면서 동원시키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당원들만의 경선은 부작용을 필히 수반하기 때문에 경선에 일반인들의 참여비율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분위기라면 서로 자기 사람들을 동원할 공산이 크다. 아마 경선 무용론은 이런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선의 축제화가 총선 승리의 관건
그러나 경선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총선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경선의 이벤트화’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청주에서 신당논의를 주도하는 충북정치개혁추진위원회 유행렬씨(40. 우리밀빵 들꽃세상 대표)의 말이다. “물론 지방의 경우 경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경선은 정치를 정치인으로부터 국민과 유권자로 돌려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러한 참여문화가 활성화될 때 개혁도 가능하다. 경선무용론은 너무 단견적인 시각이다. 지방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소극적인 생각이 문제라는 판단이 선다. 변화를 위해선 좀 더 넓게 보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부작용을 극복하면서 경선을 반드시 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역시 내년 총선출마를 준비중인 박영호씨(40. 중앙당 직능국 심의위원)는 경선당위론을 주장했다. “경선무용론은 일종의 기득권 주장이다. 정치개혁을 논하면서 경선을 도외시한다면 명분상으로도 절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시행착오를 각오하더라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경선엔 세가지 원칙이 있다. 공정경쟁과 절대승복, 절대지지다. 이것이 지켜질 때 비로소 경선을 통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해진다. 경선불복 행위에 대해선 제도적 제재가 필요할 것이다. 외형적 불복보다도 내용적 불복이 더 큰 문제다. 경선 탈락후 경쟁자를 헐뜯으며 돕지도 않고 더 나아가 해당 행위를 한다면 정치발전은 요원하다. 이런 행위는 물리적 수단에 앞서 유권자들의 의식으로 견제해야 할 것이다. 바로 표에 의한 심판이다. 경선무용론은 정치를 후퇴시키자는 주장과 다를바 없다.”

최근엔 경선 후유증을 우려해 일종의 변형(變形) 경선을 주장하는 여론도 종종 감지된다. 각종 여론조사를 경선의 핵심잣대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어차피 공천은 중앙당 차원에서 운용될 심사위원회를 거쳐 결정될 것이다. 이 때 여론조사는 물론 모든 자료가 감안될 것이고, 현격하게 경쟁력에서 뒤진다든가 부적격한 인물은 배척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이것을 얼마나 원칙에 입각해 시스템으로 푸느냐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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