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소통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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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소통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7.2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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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씨어터제이, 일본 극단과 카프카의 소설 <변신>공연
한일 연출가의 다른 시선과 배우 교류 눈길 끌어
‘교류’가 가져다주는 일회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얼까. 한 무대에서 일정기간 땀을 흘리며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에 대한 답일지 모른다. 극단 씨어터제이와 일본 극단 유니크 포인트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재구성해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 빅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 극단 씨어터제이와 일본 극단 유니크 포인트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재구성해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 빅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지난 16일 일본배우 6명이 공연연습을 위해 청주를 찾아왔다. 왼쪽 첫번째가 장경민 극단 씨어터제이 대표다.
극단 유니크 포인트의 야마다 히로유키 대표가 1부 공연을, 2부는 극단 씨어터제이의 장경민 대표가 연출을 맡는다. 또 일본연출가는 한국배우, 한국 연출가는 일본배우와 작업하게 된다. 극단 유니크 포인트과 극단 씨어터제이는 2005년 5월, 씨어터제이 개관기념 ING페스티벌에서 해외초청작 <동경, 아꼬가레> 작품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야마다 히로유키 대표가 극단 씨어터제이의 정기공연 <안티고네>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면서 이번 일정이 본격적으로 짜여졌다.

사실 ‘교차편집’같은 이번 교류는 서로의 제작환경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짜여졌지만 무엇보다 양국 연출자의 다른 시선과 연출방식이 기대를 모은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됐다. 지원금은 400만엔(한화 약 4000만원)이며, 우리나라의 문예진흥기금이나 무대지원사업과 유사한 기금이다.

일본 오디션 통해 배우 선발
장경민 씨어터제이 대표는 이미 지난 6월초 일본으로 건너가 배우 오디션을 봤고, 총 9명의 일본 배우를 캐스팅했다. 또 일본 무대에 서게 될 한국배우는 조성희 씨 외 현지 유학생을 포함한 총 3명이다. 그리고 지난 7월 16일 일본배우 6명이 청주에 왔다. 순전히 장경민 대표와 ‘공연연습’을 위해서다. 다음날 청주대학 공연연습실 만난 일본 배우들은 연출가와 함께 첫 장면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한 장의 가족사진을 통해 가족의 무관심을 표출하고자 한 것.

카프카의 <변신>은 부조리한 시선으로 인간의 실존과 현대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문제적 소설이다. 어느 날 아침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흉측한 벌레의 몸을 지니게 된 그가 자신이 부양해왔던 가족들의 냉대 속에서 점차 벌레로서의 본능에 인간의 정신을 점령 당해간다는 내용이다.

야마다 히로유키 대표는 “가족에 대한 현대인의 무관심, 서서히 붕괴되는 가족의 모습은 현재의 일본사회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경민 대표는 “가족도 사회의 일부 구성원 조직에 불과하다. 사회 속에서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버림받을 수 있다. 결국 연극을 통해 인간 소통의 부재, 소외 등을 다루고 싶다”고 설명했다. 야마다 히로유키 대표가 ‘사실주의’에 가깝다면, 장경민 대표는 신체움직임을 강조하는 ‘실험주의’연극을 보여주고 싶다고.

장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교류를 통해 성장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지역에 있으면 대학로에 가는 게 마치 꿈처럼 여겨지는데, 굳이 서울이 목표가 아닌 것 같아요. 이젠 전 세계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번이 앞으로의 연출인생에서 중요한 첫 단추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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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배우’는 투잡족이예요”
한국인 역할 맡아 우리말 익힌 야스키 상과 재일교포 3세 홍명화 씨

   
▲ 아스키 가즈유키(왼쪽)와 홍명화 씨.
극단 씨어터제이와 극단 유니크포인트의 한일합작공연을 위해 청주에 온 6명의 일본배우가운데 유독 한국말로 인사는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재일교포 3세인 홍명화 씨(37)와 한국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우리말을 배웠다는 야스키 가즈유키 씨(29)다.

홍명화 씨는 3년 전 씨어터제이 개관기념 ‘ING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청주에 처음 왔다고 한다. 일본 극단 유니크 포인트의 정단원인 그녀는 공연 연습 틈틈이 통역이나 내레이터, 한류 콘서트에 사회를 맡으면서 배우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배우만 해서 먹고 살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찾는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어요. 다행히 20대 초반 한국에 와서 우리말을 따로 익힌 것이 도움이 많이 되네요.” 그는 지난해에는 거창연극제에 참가, 일본 제7극장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출가 ‘오태석’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번 교류에서 통역까지 맡아가며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다.

야스키 가즈유키 씨는 이번 연극의 주인공인 ‘그레고르’역을 맡았다. “사람이 아닌, 벌레와 같은 몸짓을 익히는 게 제 과제예요. 한국 연출가가 대사보다는 신체표현으로 감정을 전달한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예요.” 스무살 때 연기와 인연을 맺었고, 홍명화 씨와 마찬가지로 극단 유니트 포인트의 정단원이다. 그는 지난해 재일교포 역할을 맡아 우리말까지 배우게 됐다고. 그러면서 그가 또한 관심 갖게 된 것은 바로 한국과 일본의 전쟁사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잖아요. 앞으로 이러한 민감한 부분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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