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에 빠진 사람들 1]“전통을 이해하려면 삶이 깃든 민속미술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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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에 빠진 사람들 1]“전통을 이해하려면 삶이 깃든 민속미술을 알아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7.30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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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뿌리 민속박물관 이영진 관장
50년 모은 수집품 손수 골라 1000점 공개

오래된 물건엔 향기가 있다. 세월을 머금은 물건엔 사람들의 숱한 이야기와 시대의 예술이 공존하고 있다. 골동품은 흔히 골동(汨董)·고완(古玩)·고동(古董)등으로 불리는 데 현재 골동이라는 말 대신에 고미술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골동품에 새겨진 ‘값나가는 물건’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골동품은 적어도 100년 정도는 지난 예술적·역사적으로 중요한 물건을 일컫는다. 몇백년 전, 혹은 수천년 전 물건에 빠진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수집가이자, 박물관 관장이었으며 또한 ‘외로운 장사꾼’이기도 했다. /편집자

청동기시대부터 근현대작품까지 '총망라'
청원군 고은삼거리에서 10km를 속리산 길목을 따라가다 보면 파벽돌로 마감된 예뿌리 민속 박물관이 나온다. 가덕면 금거리에 위치한 예뿌리 민속박물관은 2000평 규모에 민속박물관과 카페테리어, 기프트 숍,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카페테리아 안 계단을 올라가면 2층과 3층에 숨겨진 보물창고와도 같이 박물관이 나온다.

예뿌리 민속 박물관은 통영 출신 이영진 관장(79)이 50여년 간 모은 방대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이르는 작품들은 청동, 석재, 목재, 금동, 회화, 은, 기와 등 수장목록이 다채롭다.

박물관은 지난 2005년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많은 이들에게 옛 것의 아름다움과 예(藝)의 뿌리를 알리기 위해 그 동안 수집한 3000여 점 가운데 민중들의 손때가 묻은 1000여 점을 손수 골라 전시했다. 예뿌리 민속박물관은 ‘한국 고유의 전통성을 가진 박물관’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해답을 ‘민속’에 둔다. 이영진 관장은 설립취지에 대해 “우리가 원시신앙이나 원시미술에 관한 염원과 관심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본능을 동경하는 회귀심리 때문이다. 민속미술은 전통사회에서 민중을 위하여 민중에 의한 신앙미술이며 생활미술이고 또 민간의 미술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의 소장품은 원시 청동기시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샤머니즘 고유의 미술품을 비롯힌 동물적 정령숭배의 대상물 그리고 무속문화에 융화된 불교, 도교, 유교 등 여러 갈래의 종교와 사상이 배였던 각종 미술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수집과정에서 제작연대가 삼국시대 이전으로 올라가는 민속미술품은 소실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그나마 수집된 것은 조선시대의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현재 박물관은 문화관광부에 사립미술관으로 정식 등록돼 있으며 학예사 김의진 씨를 따로 두고 있다. 모든 관리는 이영진 관장의 장남인 이창선 씨(55)가 맡고 있다. 이창선 씨는 가업을 잇기 위해 서울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물질적인 것보단 정신세계를 따지고, 돌아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는데 몇 해 이곳에 있다 보니 사람들의 무관심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해요.”

이곳에서는 해마다 테마가 있는 대형 전시회를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민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고, 올 10월에는 ‘도기’를 주제로 고려시대 이전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전시물로는 1882년(고종 19) 무렵 만들어진〈해좌전도(海左全圖)>다. 울릉도 동쪽에 독도가 그려져 있어, 독도가 조선 땅임을 명확히 밝혀 주는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그 밖에 양주 별산대놀이 탈, 안동 하회탈, 티베트의 탈, 액을 막고 복을 구할 때 몸에 지니던 부적, 장례식 때 상여에 쓰던 꼭두와 용수판(龍首板), 민간에서 만든 불상 및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불상과 와당 등이 전시돼 있다.

예뿌리 민속박물관으로 전국적으로 민속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손꼽힌다. 또한 이곳에서 이 씨 부부가 정갈하게 차린 식사도 별미다. 레스토랑에서는 비빔밥(6000원), 버섯전골(10000원), 스파게티(6000원), 돈까스(8000원)등이 마련돼 있고, 또 단골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예약하면 직접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정갈한 손맛이 일품이다.

박물관은 평일 10시부터 6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1시간 씩 연장 운영한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카페테리아 및 레스토랑은 9시까지 문을 연다. 박물관 관람료는 대인 3500원, 소인 1500원. (문의 283-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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