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에 빠진 사람들 2]"난 외로운 장사꾼” 옛날옛집 작은 미술관 조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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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에 빠진 사람들 2]"난 외로운 장사꾼” 옛날옛집 작은 미술관 조계형 대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7.3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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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 수집품 절반 이상 기증…공간까지 무료대관

 “골동품 가게 주인은 한마디로 ‘외로운 장사꾼’이예요. 사실 오래된 물건은 주인이 따로 있죠. 큰 돈을 주고 구입한다고 해서 돈으로 바로 환전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만남이 바로 ‘거래’인거죠.”

조계형 옛날옛집 작은 미술관 대표(58)는 청주에서 30년 동안 고미술품거래를 해왔다. 본업을 따로 두고, 소위 골동품이 좋아 수집에 나섰다. 그리고 우암동에서 20여 년 동안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다 지난해 운천동 고인쇄박물관 가는 길에 ‘옛날 옛집 작은 미술관’을 냈다. 늘그막에 미술관까지 낸 이유는 젊은 작가들에게 공간을 허하기 위해서다. “일부러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했는데, 젊은 작가들이 공간이 없어서 전시를 보여줄 기회마저 없으니까 안타깝더라고요.” 물론 대관비는 따로 받지 않을 계획이다.

조 대표는 90년대 후반 청주시에 금속유물 110점, 보은군에 삼국시대 토기 100여점, 제천시에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이르는 도기 120점을 기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모든 개인 수집가들은 물건을 모아서 나중에 개인 박물관을 여는 것이 꿈이예요.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박물관 여는 것은 포기했고, 개인이 기증하고 관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공공에 환원하고자 한 것이죠.”

“공공기관이 관리하면 사회적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기꺼이 내놓았다. 언뜻 생각해봐도 쉽지 않는 결단이다. “수집가는 욕심을 덜어내는 숙제를 풀지 못하면, 헤맬 수밖에 없어요. 욕심이 나서 제 깜냥보다 더 구입하면 파산하기 일쑤이고, 그러다보니 가격을 속여서 거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적어도 이 판에서 ‘정직한 거래’를 심어주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이 일을 놓지 않으려고요.”

사실 골동품 수집은 돈 있는 사람들의 취미로 인식돼왔다. 그 만큼 투명한 거래보다는 ‘은밀한 거래’가 이뤄져왔던 것. 하지만 이제 골동품을 대하는 사람들도, 파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실제로 충북엔 골동품 전문 거래인들 30여명이 모인 ‘고우회’와 순수동호회 조직인 ‘고미술협회’가 있다. 고미술협회의 경우 회원 20여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전국의 박물관 답사도 떠나고, 또 각자 소장한 작품을 가져와 작은 설명회 행사도 갖는다고 한다. 다만, 서로의 이름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은 여전히 꺼리는 상황.

또한 인터넷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가격 거품도 많이 빠졌다고. 조 대표는 “다도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만 봐도 옛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한집마다 조상들의 얼이 담긴 물건들을 하나쯤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골동품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내가 보고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해요. 조상들 유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옛날 생각도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그런 그는 특히 고미술품에 애착이 많다. 박수근, 장욱진의 판화부터 소위 근현대미술사의 대표작들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소장 작품은 약 300여점. 물론 그 가운데는 가야시대 불기부터, 도자기류, 고미술품, 현대미술까지 소장목록이 다양하다. 작품을 소유하면 자연스럽게 작가와도 인연을 맺기 마련. 그는 박수근 화백의 장녀인 박인숙 씨와 아들 박성남 씨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따라서 올 10월 옛날 옛집 갤러리 개관전에서는 박수근, 박인숙, 박성남의 작품이 함께 선보이는 전시회를 기획중이다. 세 사람의 작품이 함께 전시회장에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미술계에선 충분한 이슈꺼리다. 그는 “앞으로 민속품, 고서화, 자기전 등 테마별로 전시회를 벌일 예정이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집가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알려줬다. 첫째 심미안을 가져라, 둘째 진품에 대한 철저한 확증을 가져라, 셋째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일을 하려면 일단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죠. 박물관은 수백 번 다녀야 하고, 전문서적도 많이 읽고, 현장에서 물건도 많이 접해야 제 물건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건 역시 지자체의 태도다. “청주·청원이 교육문화의 도시라고 외치는데 사실 무언가 보여줄게 없잖아요. 개인 수집가들의 작품이 한 군데 집대성된다면 그게 바로 지역의 자산이고, 콘텐츠가 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것에 너무 둔감한 것이 답답하기만 해요.” 옛날옛집 작은 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단, 일요일은 쉰다. (문의 258-1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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