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떠나요, 부르릉 타고 떠나요
상태바
제주도 떠나요, 부르릉 타고 떠나요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7.30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항공으로 떠난 제주 1박 2일

   
▲ 제주 우도가는 배편에서

“제주도 떠나요, 프로펠러 타고 떠나요”

 모처럼 제주도를 갔다. 1년에 한번씩 이런 저런 이유로 청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갔지만 이번에는 특별했다.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저가항공의 이점의 이면에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제주항공 프로펠러 비행기를 탄다는게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기우였다. 해발 5000m 이상, 시속 600km 정도로 나는 비행기는 제트엔진의 비행기와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소 시끄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전 11시 45분. 사뿐히 제주공항에 내려앉은 비행기를 뒤로 하고 파란 하늘 아래 다소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제주공항을 빠져나왔다. 여기서 또하나의 난제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최근 몇 년동안 한번도 단체관광객이 움직이는 버스투어를 하지 않아 걱정이 앞선 것이다.

   
▲ 제주 검멀레 해수욕장

 그러나 이 또한 새로운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입심좋은 강경심 안내원(스스로 안내원이라고 불렀다)은 성격도 다르고, 나이층도 다른 단체관광객 한 팀을 하나로 묶는 기술을 발휘했다.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용연(용연). 용왕이 놀던 계곡과 구름다리의 스릴이 있는 곳을 심드렁하게 둘러보고 속마음으로 ‘별거 없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찾은 곳은 용두암. 가족끼리 다닐때는 주차하기 귀찮아서 10초 정도 근처에서 바라보다가 지나친 곳인데, 오랜만에 보니 새삼스러웠다. 그리고 바위를 때리는 파도와 짙푸른 제주바다가 일품이다.

 점심을 고등어조림으로 맛있게 먹고나니 곧장 우도로 떠난단다. 버스에서 내려 우도행 도항선을 타니 그제서야 내가 제주에 도착했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인구 1800명의 작은 섬 우도는 ‘1박2일’팀이 와서 더욱 유명해진 우도봉과 검은모래라는 뜻의 ‘검멀레’ 해변, 산호사해수욕장 등 수년동안 시간이 안맞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상륙하지 못해 가졌던 서운함을 잊게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토바이족과 드문드문 보이는 자전거 여행객, 렌트카로 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렌트카등이 꼬리를 물고 꼴먹이는 소년이 소의 등을 타듯 재밌게 드라이브를 즐겼다.

 우도를 보고나서 김녕해수욕장에서 몸을 담갔다. ‘맥주병’이라 파도치는 짠물을 조금 들이키면서 온몸으로 제주바다를 느끼니 피곤해졌다. 저녁은 회정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먹으니 더 맛있다. 살아움직이는 전복도 네 점이나 물었으니 행복감이 몰려온다.

   
▲ 제주 검멀레 해수욕장

 쏜살같은 하루가 지나고 벌써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갔다. 신제주에 있는 시티콘제주호텔은 기대이상이었다. 깔끔하고, TV도 큼직하고, 새 호텔에서 나는 특유의 카펫향도 괜찮았고. 잠자리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안도감이 생길 정도니까.

 아침에 일어나니 멀리 제주공항이 보였다. 제주에서 공항전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 6시 30분인데도 비행기 한 대가 활주로에 있는 걸 보니 오늘도 제주의 하늘은 무척 바쁘려나 보다. 호텔에서 뷔페식 조식으로 배를 채운다음 정해진 일정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신비의 도로는 정말 신비하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오르막을 향해 굴러가는 병을 보면 내 눈이 의심스러우니까.

 그러나 이날의 백미는 오설록 녹차 박물관과 녹차밭이 아닌가 싶다. 오설록 녹차밭은 예상보다 컸고, 작은 박물관에서 보는 전경도 아름다웠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제주도민들이 감귤농사를 접고 녹차재배로 바꾼다고 하니 앞으로는 제주하면 녹차가 대표상품이 될 것 같다. 녹차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보성녹차밭과는 다른 여유를 느꼈다.

   
▲ 제주 오설록 녹차밭

 다음에 간 곳은 퍼시픽랜드. 예전에는 돌고래쇼만 하더니 이번에는 원숭이쇼도 있고, 바다사자쇼도 한다. 에어컨도 틀어주니 한결 낫다. 돌고래가 물을 박차고 튀어오르는 것은 볼 때마다 장관이다. 어린아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이어 점심을 먹었다. 제주도산 돼지고기수육은 도톰하면서도 쫄깃했다. 여기에 옥돔구이도 2명당 1마리씩 올라오니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여행가면 식욕이 더 돋는 법인가. 제법 양이 많은데도 덤으로 더 나온 수육을 몇 개 더 먹고나서야 직성이 풀렸다. 굵은 멸치가 몇 마리 들어있는 된장국은 숭숭썰은 감자와 두부와 함께 한숟가락 가득 떠서 먹어야 제맛이다.

 아쉽게도 나의 여행취재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오후에 서귀포를 둘러보고, 여행마지막날인 3일째는 다른 곳들도 많이 간다고 하는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취재여행에서 여럿이 함께 관광해도 즐겁다는 것, 낯선곳을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면서 주변 경치를 맘껏 들이킬 수 없는 단점이 없었다는 것, 평소 외면했던 관광지도 새로운 맛이 있었다는 것등의 수확을 챙겼다.

 버스든, 렌트카든, 자전거든, 이제 자신과 가족을 위한 제주의 2박3일을 위한 짐꾸리기를 시작할 시간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즐거워 하는 것, 그것만이 올 여름을 껴안는 무기가 아닐까.

취재협조 = (주)로얄관광
 
재래시장에서 국사발 ‘소폭’에 취하다
동문재래시장, 민속오일장을 찾아서

지난 27일 밤 8시 30분. 탑동에 있는 동문재래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나나식당을 찾았다. 이곳에는 탁자 3개에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맛있는 전복이며, 소라, 한치찜등을 소주와 곁들여 먹고 있었다.

   
▲ 제주동문재래시장

공교롭게도 이곳 손님들은 모두 제주시민이었으며, 주인과 손님모두 선뜻 낯선이의 취재를 허락했다. 식당벽에는 이곳을 다녀간 ‘육지’손님들이 적어놓은 낙서가 빼곡해 마치 대학가 선술집을 연상케 했다.
취기가 오른 제주의 김동완씨(정당인)은 취재기자에게 ‘제주식 소폭’을 2잔이나 건네며 육지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멀리서 여기까지 취재오다니 이집이 유명하구만”이라며 즐거워하는 김씨의 덕담에 스테인레스 국그릇에 소주 한 잔과 맥주를 가득 담은 제주식 ‘소폭’이은 마치 막걸리처럼 시원하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이처럼 제주에는 육지 손님의 밤추억을 더욱 빛나게할 ‘저렴하면서도 서민적인’ 재래시장 투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동문재래시장은 시티콘 호텔에서 택시로 15분, 편도요금 5000원에 닿을 수 있는 유명한 시장이다. 이곳에는 전복이며 한치, 소라등 바다생물을 파는 곳이 100곳 정도에 이른다. 빼곡한 시장에서 직접 먹을 것들을 사서 시장 입구마다 자리잡은 식당에 가져가면 된다.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가져온 생물을 손질해 접시에 담아낸다. 전복죽을 서비스로 내놓는 곳도 있다. 이렇게 하면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싸고, 직접 사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 제주 민속오일장 모습

낮에는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민속오일장이 가볼만하다. 청주의 육거리시장 같은 곳이지만 초대형 철근 구조물 아래 수백명의 상인들이 갖가지 상품들을 내놓고 손님들을 맞는다. ‘피부에 촉촉한 립스틱’등 잡화류와 의류, 채소, 수박, 갈치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야말로 만물시장이다. “사람은 말고 강아지만 찍으소”라는 강아지 할머니의 타박도 정겹다.

더욱이 이곳에는 평소에 보기 쉽지 않은 낫과 쟁기등을 직접 만들어 파는 대장간, 강아지를 파는 곳, 사주.주역등의 책만 파는 곳등 60~70년대로 시간을 이동시켰나 싶을 정도로 눈에 정겨운 곳들도 많다. 시장이 넓다보니 초행자들이 길을 잃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갈치등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눈 구경, 사람 구경삼아 나들이 하기에는 족하다. 1시간 정도면 다리가 아프니 시장 한 켠에 있는 고기국수집에서 제주도 특유의 ‘고기국수’도 사먹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하루종일 자녀들의 즐거움을 위해 봉사했다면, 제주의 재래시장에서 부부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리고 사진만 찍지말고 하나정도 사주는 미덕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