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계 데이터베이스 구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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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예술계 데이터베이스 구축돼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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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문화부 기자

수치화·계량화가 주는 매력은 크다. 일단 신뢰가 쌓이고, 덤으로 설득력을 갖기 마련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의 타고난 속성이 수치화·계량화 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창작자의 관점에서만 머무르는 생각이다.

요즘 문화예술계는 크게 창작자, 매개자, 향유자로 계층을 구분해 설명한다. 쉽게 말해 ‘공급자 매개자 소비자’의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된다. 창작자의 것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더라도, 매개자와 향유자의 관점에서는 비교적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수 있다.

가령 충북지역에 살고 있는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일 년에 공연은 몇 번 보십니까? 전시회장에 가본 경험은? 지역에 필요로 하는 문화관련 시설은 무엇입니까? 등등.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일수록 세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충북 문화예술계엔 정작 써먹을 데이터가 없다. 아니, 문화향유자 관점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지자체가 문화예술정책을 집행할 때마다 장르 간 단체별 시시비비가 붙는데 어떠한 근거자료를 제시해 설명해주는 법이 없다. 소위 억울해서 항의하면 다음번에 잘 해주겠다는 ‘암묵적 거래’만이 오갈 뿐이다.

그렇다면 데이터베이스 확보는 불가능한 걸까. 담당공무원들은 예술을 지원하는 데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다. 지역의 예술가와 예술단체들도, 또한 지자체와 문화예술계도 불투명한 예산 집행에 대해서는 모두 ‘불신의 씨앗’을 안고 있다.

가령 이러한 문제제기를 해본다. 충북도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10년 넘게 지원해왔다. 지금까지 예산을 지원한 사례들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을까. 이를 한 해 한 해 정리해나갔다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지역 예술계의 개괄적인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극단의 단원이 몇 명이고, 각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제 인원과 공연 필모그래피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데이터가 부재하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 시킨다. 도립예술단 창단 문제만 봐도 그렇다. 지자체도, 언론도, 지역예술단체들도 창단 문제를 놓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뺐다. 최근 어렵게 공청회가 열렸지만 논의는 1년 전이나, 1년 후나 제자리걸음이다. 예술단체들은 자기 장르의 우선순위를 주장하지만 향유자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최근 시가 발표한 옛 국정원 부지에 복합문화타워건립을 두고도 문인협회에서는 한차례 문학공원 조성을 주장했는데, 타 지자체에는 있지만 우리지역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또 미술협회에서도 도립미술관 건립을 주장했고, 똑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건 오로지 ‘머릿수’논리다. 그러다보니 협회 간 장르 간 논쟁으로만 비춰지기 일쑤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지자체가 그저 ‘예술단체들의 자기장르 싸움’으로 몰고 있는 태도다.

충북도는 지금 ‘문화선진도’ 구호에다가 ‘충북 르네상스’까지 꿈꾸고 있다. 충북문화선진도 내용을 실천하는 데는 그 무엇보다 지역문화예술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 없이 정책을 집행하는 데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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