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과학연구원의 연구과제, 결국은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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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과학연구원의 연구과제, 결국은 ‘골프장’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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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안전공단, 청원 옥산 36만평 신천개발에 매각
“공기업 땅장사로 골프장 부른 꼴” 비난 고조


최근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청주 인근에 골프장이 또 하나 건설된다는 소문이 갑자기 퍼졌다. 취재결과 이는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었다. 문제의 땅은 청원군 옥산면 호죽리 일대 36만평이다. 이 지역은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15년전부터 땅 매입을 시작, 교통과학연구원을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벌인 곳이다. 청원 옥산에서 천안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에 방대한 규모로 방치되어 있고, 때문에 오래전부터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곳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당시 신동아건설을 시공업체로 선정, 이미 상당한 규모의 산림지역을 정리한 상태다. 그러나 이 공사는 97년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중단됐다. 경제위기에 따른 재원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정부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다는게 공단측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당시 감사원의 지적도 있었고, 공사가 중단됨으로써 일종의 비업무용 부지를 매각하라는 정부의 독촉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땅은 지난 4월 14일 경비 청소 시설관리 전문용업업체인 (주)신천개발에 넘어갔다. 신천개발은 자민련 원내총무를 지낸 구천서 전의원이 대주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관련 기관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신천으로 매각된 부지는 호죽리 산 96~1번지 등 총 123필지 36만3천평으로, 매매가는 182억7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2년전쯤 한국자산관리공사(구 성업공사)에 매각을 의뢰, 그동안 두차례 정도 공매를 실시했으나 무산됐고, 결국 수위계약을 통해 신천으로 주인이 바뀐 것이다.

결론은 50배의 시세차익
당초 공단측이 부지를 매입할 때는 임야의 경우 평당 평균 1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을 적용한다면 공단측은 신천에 평당 5만원꼴로 매각함으로써 무려 50배의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평당 5만원은 현재의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신천측도 호조건으로 매입한 꼴이다. 이곳 호죽리 이장 이종렬씨(66)는 “80년대 중반부터 공단측이 오랜 시일을 거쳐 땅을 사 들였다. 주민들은 평당 구백원에서 천원정도로 땅을 팔았는데 그 당시의 시세보다 이삼백원 정도 높았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땅 주인들이 별 아쉬움을 못 느꼈지만 지금은 행정수도이전 등 여러 가지 개발요인이 나타나 후회막급이다.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해서 군청에 가서 따지기도 했다. 얼마전엔 신천 관계자들이 이곳에 내려 와 인근 골프장(떼제베)과의 자연여건을 비교하며 사업성까지 검토한 것으로 안다. 당초 계획대로 연수원이나 연구원이 들어서는 것은 몰라도 골프장은 좀 곤란하다. 바로 옆에 떼제베골프장이 있는데 같은 동네에 골프장이 또 생긴다면 큰 문제다. 주민들과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7년전 모 제지공장이 들어 올 때도 심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곳에 골프장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신천측은 매입대금중 현재 계약금만 건넨 상태로, 잔금중 50%는 오는 10월, 나머지 50%는 내년 4월말까지 완불한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말이 사업허가 종료시점
골프장 조성계획과 관련, 신천개발 관계자는 “땅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 다만 현지의 여건상 골프장 사업을 구상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도 180억여원에 이르는 매입 자금조달과 향후 투자비 등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내년 총선 이후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천개발의 대주주인 구천서 전의원은 17대 총선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천은 향후 골프장 사업과 관련, 청주지역에 ‘중부개발’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중이라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천개발이 매입한 땅은 당초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교통과학연구원 설립계획에 따라 이미 국토이용계획변경과 산림훼손 허가 등이 나 있는 상태여서 향후 이곳을 골프장 부지로 전환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허가 기간이 올 연말 만료됨으로써 그 추이가 불확실하다. 본보의 취재가 진행되던 22일 공단과 신천측의 관계자가 청원군청을 방문, 사업허가 기간연장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청원군은 당초의 사업목적이 달라진 이상 무조건적인 허가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곳에 교통연구원 건립을 추진하던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사업 무산에 대비, 대한보증보험에 16억5000만원을 산림 복구비로 예치해 놓고 있는데 청원군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공단측에 복구를 통보했었다. 군청 관계자는 “보증보험 기한이 내년 6월이지만 연수원 사업허가 기간이 올 연말까지이기 때문에 만약 골프장을 짓는다고 해도 올 안에 시작하지 않으면 산림복구를 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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