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양길승 비디오' 촬영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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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양길승 비디오' 촬영자는 누구인가
  • 충청리뷰
  • 승인 200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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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충북 취재도 철저한 익명제보로
SBS '양길승비디오' 촬영자는 누구인가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향응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그가 충북 청주에서 접대를 받은 후 나이트클럽을 나서는 모습 등이 담긴, 제작자 미상의 동영상이 공개돼 '음모론'이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어제 한 방송사에 택배로 배달된 이 동영상 테이프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촬영 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특정인이 특정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제(7월 31일)자 <문화일보>가 1면 머릿기사로 '제2음모론'을 제기하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없다"며 즉각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의문의 동영상 테이프는 '음모론'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고 하겠다.

7월31일 저녁 SBS 8시뉴스는 양 실장이 지난달 28일 청주의 지역유지 이모씨가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문을 나서는 모습, '3차 장소'인 포장마차 모습, 사업가 정모씨가 여종업원들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 등을 담은 동영상 테이프를 공개했다.

SBS는 파문이 확산된 7월31일 익명의 제보자 전화를 받고 택배로 이 테이프를 넘겨받았는데, 테이프에는 양 실장 일행의 술자리 모습과 이동경로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담겨있었다고 한다.

SBS는 자신들이 '양길승 테이프'를 확보했음을 과시하는 수준으로 아주 느슨하게 테이프를 공개했지만, 특정인이 의도를 가지고 테이프를 제공한 게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강하게 드리우고 있다.

양 실장의 청주 행적을 처음으로 보도한 충청지역 인터넷신문 '오마이충북' 역시 익명의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오마이충북과 SBS에 제보한 사람이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차례에 걸쳐 사건을 보도한 오마이충북의 취재기자는 3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양실장 건에 대한 전화를 받고 취재에 착수했다. 제보자 신원은 모르지만, 제보내용과 사실이 상당부분 들어맞아 취재가 계속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한국일보가 제기한 의혹과 달리 "양 실장이 K나이트클럽과 R호텔의 소유주 이모씨로부터 수사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아 이 부분은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국일보는 앞서 "양 실장이 최근 경찰에서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모씨와 술자리에 합석했다. 양 실장이 이씨로부터 수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양 실장이 '청와대 윤리강령'을 어기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것은 큰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부속실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동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방송사에 공개됐는지는 큰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양 실장은 지역유지간 파벌싸움의 희생양?

▲ SBS가 7월31일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청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는 '현장'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 SBS
비디오테이프가 만들어진 내막을 놓고 '이씨의 자작극' '사정기관의 작품' '청와대 내 양 실장 비토세력의 음모'라는 등 별의별 가설이 제기되지만, 모두 "왜 방송국에 테이프를 전달했는가?"라는 물음은 비켜가고 있다.

다만, 지역에서 호텔과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이씨가 다른 업자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경찰 내사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라이벌들이 이씨를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양 실장이 '애궂게' 희생당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일부터 이 부분에 대한 진행조사도 병행할 방침이어서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연합뉴스>는 양 실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 "1일 아침 문희상 비서실장과 상의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 실장은 7월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는 보지 못했다며 "모든 게 다 내 부덕의 소치다. 음모같은 것은 없다고 본다. 제 인생에서 이번처럼 고통스러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양 실장이 사표를 내면 대통령이 수리할 듯한 분위기였는데, 비디오 때문에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다. 민정수석실의 진상조사가 끝난 후 결정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른바 '양길승 향응파문'을 본격 쟁점화시킨 <한국일보>는 지난 4월10일자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노무현 참모 40명 중 한사람으로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소개하면서 양 실장이 "6개월∼1년간은 (청와대)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주목했다. 그러나 양 실장은 채 넉달도 안돼 청와대 '담장'을 넘어가 '사고'를 친 셈이다.

'양길승 파문'은 YS 정권시절 부속실장이 재직중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선고까지 받았던 '장학로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뒷말을 낳고 있다.

"황당... 제2음모론 조짐 근거없다"
청와대 대변인 <문화>보도 반박

청와대 기자실은 7월31일 정오를 전후해 한차례 술렁거렸다. 석간 문화일보가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빌어 "청와대내 주요보직 다툼이 있는 것 아니냐?"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이어 청와대내 세력갈등에서 양실장 파문이 불거져 나왔다는 <문화> 보도는 '제2음모론'으로 발전됐다. 기자들이 이에 대해 사실여부를 계속 문의하자 윤태영 대변인은 "실체도 없고 근거도 불분명한 음모론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달라"고 기자실에 요청했다.

이날 오후 발행된 <청와대브리핑>은 "문화일보 보도가 내세운 청와대 내부갈등설의 근거는 익명의 한 핵심관계자가 유일하다"며 음모론의 진원지만 있고, 정황증거가 없는 보도내용을 꼬집었다.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사심을 갖고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준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청와대 내부에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특정인사를 겨냥한 사례는 전혀 발견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 손병관 기자

<문화일보>는 7월31일자에서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가 "지난달 오마이뉴스('오마이충북'의 오기임)에 보도되었던 사건이 한달만에 불거진 것을 보면 민정수석실과 부속실장을 밀어내기 위한 의도적 흘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정대학 인맥의 음모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인사는 '제2음모론'에 대해 "이것 자체가 음모"라며 "청와대 정무라인이 제대로 못 움직이고 있다. 정무라인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실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는 집권 후반기에 기강해이 사례들이 표출했지만,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집권 초부터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권과 긴장관계에 들어선 언론들이 정권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청와대 스스로 패착을 자초한 사례들은 수두룩하다.

지난 5월 방미중인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상황을 알아보러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을 때, 당직을 서던 행정관 2명이 졸다가 전화를 받지 못한 일은 이제 구문(舊聞)이 됐다. 청와대는 당사자들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해이한 기강을 바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6월에는 오마이뉴스가 국정원 보안업무 관리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청와대 전속사진사로부터 국정원 간부들의 사진을 받아 공개한 것이 물의를 일으켰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새만금사업 현장을 소방헬기를 타고 '가족동반' 시찰한 것이 물의를 일으켜 관련자 3명이 모두 옷을 벗은 것도 이 즈음의 일이다. 노 대통령은 7월2일 직원조례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지방순시 때 해양경찰청 헬기 사용을 거절했었다"고 개강해이를 개탄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굿모닝시티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오보 파문'도 취재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이 연루됐다는 측면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

보도 전날 취중에 <동아> 기자의 전화를 받은 박범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비리의혹자 2∼3명의 이름을 '찌라시'(시중 정보지)에서 본 것 같다"고 언급했고, <동아>는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정권 출범후 줄곧 청와대에 대해 비난일변도의 기사를 써온 <동아>에 화살이 쏟아졌지만, '찌라시'에 취합된 정보를 출입기자에게 확인해준 박 비서관에게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다. 박 비서관은 전화를 받을 당시 술에 약간 취한 상태였다고.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 사례들이 불거져 나와 연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되자 청와대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진 상태.

청와대의 한 직원은 "(양길승 파문이)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도덕성, 청렴성에 타격을 준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이런 일이 자꾸 터지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에만 의존하는 대통령이 고립되어 있다. 작은 사안이 크게 부각되면 청와대는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고,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식물청와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직원은 "실제 위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위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 언론이 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국민이 위기라고 생각하면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은 그것을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지킬 수 없는 룰(청와대 윤리강령)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부패방지위원회가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그런 규정을 만드는 바람에 우리도 만들게 됐지만, 노 대통령도 그것이 현실적이냐고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국정운영시스템에 대해서는 "경험이 짧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유경험자 위주로 짜면 발생가능한 에러를 줄일 수 있지만 창발적으로 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학과)는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로 인해 청와대 기강해이 사례가 부각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청와대 스스로가 '꺼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번 사건은 선거법을 지키는 문제와 같다. 관행 때문에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도 과거에 비해 공직자 윤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원칙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새만금 헬기순찰'건에 대해 처음에는 '주의'라는 경징계를 내렸다가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당사자들을 모두 경질하는 강경수로 돌아선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이미 민정수석실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양 실장에게 '읍참마속'의 칼을 뽑아들지는 의문이다.

거듭되는 악재 속에 '내부기강 단속'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를 넘겨받은 노 대통령은 7월초 직원조례때 자신이 했던 발언("청와대 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을 다시금 곱씹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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