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파문은 지역정가에도 후폭풍
상태바
양길승 파문은 지역정가에도 후폭풍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8.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신당 부진에다 “더 꼬인다 꼬여” 영향력 미미 여론도
한나라당, 표정관리속 “자질론 비교우위 강조”

양길승 파문에 지역정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의 속앓이는 몰카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정도가 심해졌다. 내년 총선출마를 준비하는 한 인사는 “지난 몇년의 공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기분이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충북도지부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한 민주당의 공조직은 요즘 파장 분위기다. 관계자들도 말에 극도로 신경쓰는데다 경우에 따라선 사람만나는 것조차 꺼린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은 남의 흉사에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는 눈치다. 양길승 사태가 민주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된만큼 자질론의 비교우위를 은근히 내비치기도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다른건 몰라도 요즘 주변으로부터 그래도 한나라당 사람들이 점잖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론의 피해자
양길승 향응과 몰래카메라가 처음 언론에 보도되면서 민주당은 엉뚱한 화살을 맞았다. 당내 갈등이 몰카 배후로 지목되면서 가뜩이나 살얼음을 걷던 민주당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동안 신,구간 알력이 종종 여론화되자 지난 4월 도지부 당직개편을 통해 전략적(?) 통합을 이뤘던 민주당으로선 악재중의 악재가 터진 것이다. 문제는 일이 벌어진 후에 더욱 두드러졌다. 양길승 사태 초기에 민주당내의 파워게임으로 여론이 호도됐는데도 이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못한 것을 많은 사람들은 질책한다.

당직자 일괄 사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의 확고한 입장을 지키는 자세가 더 절실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당의 대처과정을 보면서 실망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밝혀주겠지만 민주당 공조직이 그런 식으로 파문에 휩싸일 필요는 없었다. 당내에 마치 엄청난 전선(戰線)이 존재하는 것처럼 언론이 추측보도를 쏟아내도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어느 조직이건 두 사람만 모여도 갈등구조는 생기게 마련이다.

민주당 도지부 역시 이런 차원의 갈등구도가 다소 두드러졌을 뿐이지 몰카를 찍어 상대를 죽일정도의 반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쪽으로 매도됐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당 스스로가 떠 안게 됐다.”

조직관리의 책임자는 도지부장
이 관계자는 이런 맥락에서 도지부장인 홍재형의원의 책임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이 양산해 낸 당내 갈등론의 압권은 홍재형도지부장과 오원배 당시 부지부장간의 대립설이다.

나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초라함마저 느꼈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이나 이를 반박하는 측이나 대응하는 것이 조악했다. 집권당의 위상은 안중에도 없더라. 엄밀히 따지면 하위 당직자들이 책임질게 아니라 홍재형지부장이 총대를 맸어야 옳았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조직관리 부실의 궁극적인 책임자는 바로 그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가 갈지자 행보를 하는 바람에 도지부의 정체성이 흔들린게 아니냐. 지금도 그렇다. 당장 음성 증평의 10월 보궐선거가 코 앞으로 닥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있어도 정치가 실종된 곳이 바로 민주당이다. 이런 책임을 느낀다면 앞으로는 제대로 사람을 뽑아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했으면 한다.”
민주당내에서도 양길승 파문을 특히 예의 주시하는 측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 신인들. 이들은 도덕적 참신성을 가지고 그동안 유권자에게 파고 들었는데 그 이미지가 훼손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들의 선명성도 다소 희석되는 와중에 터진 양길승 파문은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겼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도 신경쓰인다. 신당의 메리트가 떨어진후 다시 총체적인 정치불신감에 호소하면서 자신들의 자질과 인물 경쟁력을 앞세우던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양길승 파문이 오히려 약발?
그러나 이런 우려와 진단을 부인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여론조사의 정당지지도 추이에 근거한 논리다. “유권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일정한 방향을 견지하기 때문에 돌출적인 현상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노무현정권과 민주당이 지금처럼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무차별하게 난도질당하는 현실에선 당연히 한나라당 지지도가 급속하게 올라가야 하는데도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이 앞선다. 과거의 시각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인 것이다.

양길승 사태가 지역 민주당의 이미지에 재를 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곧바로 감표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내년 총선을 아직 많이 남긴 시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는 또 “엄밀히 말해 양길승 파문은 민주당이라는 공조직과는 일정부분 거리감을 갖는다. 당사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벌인 일이고, 또한 구설수에 오른 인사들의 공조직내 영향력도 그다지 크지 않다. 만약 민주당이 조직을 추스려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되레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누가 앞에서 이런 여론을 주도하며 조직을 이끌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냉정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정가에선 정치재개를 노리는 기성정치인 인사들이 활동에 복귀하는데 양길승사태가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 놓는다.

이번 일이 특정인에게 쏟아질 비판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판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내년 총선을 겨눈 이들의 정치재개는 빨라질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