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이원호 커넥션 실체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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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검·이원호 커넥션 실체있나?
  • 충청리뷰
  • 승인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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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교사 협박범 구속, 교사혐의 수사는 뒤늦게
청주지검 “이씨 만난 부장검사 없다” 부인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 이어 청주경실련은 지난달 12일 “전 청주지검 검사와 직원들이 K나이트클럽 대주주 이원호씨로부터 접대를 받고 검찰 고위간부가 이씨 사건 무마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이씨와 청주지검 유착설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검 감찰대상인 청주지검이 이 사건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사건의 본질에 대해 “이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양길승 전 실장이 어떤 형태의 압력을 행사했는지, 금품을 받았는지를 가려내는 것과 이씨의 살인교사, 조세포탈, 불법윤락알선 혐의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 실장 몰카수사에 전력을 쏟고있는 청주지검은 수사무마, 금품수수 의혹을 비롯한 이원호씨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몰카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가운데 대검 중수부 이첩요구가 불거지자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이씨에 대한 검찰 유착설의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 8일자 <한국일보>의 1면 톱기사가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한 경우다.  이씨가 올해 2차례에 걸쳐 현직 검사와 청주지검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현재 재경지청에 근무하는 Y검사가 올 1월과 5월 청주에 내려가 1998년부터 2년간 청주지검 근무 당시 함께 일했던 청주지검 직원들과 함께 이씨로부터 저녁식사는 물론 키스나이트클럽에서 술대접까지 받았다는 것.

Y검사는 만남사실을 순순히 인정했고 K나이트클럽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 “당시 이씨가 수사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은 없으며, 내사를 받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지난 98년 Y검사로부터 성인오락실 불법 승률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된 처지였기 때문에 ‘자신을 구속한 검사까지 끌어들일 정도의 로비귀재’로 알려지게 됐다.

사실상 이씨의 검찰 유착설은 지난해 청주지검의 살인교사, 조세포탈 내사가 중단된 배경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당시 청주지검 강력담당인 A검사는 89년 조직폭력배 배모씨 살인사건의 배후에 이씨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내사중단됐고 지난 3월 전보발령돼 청주지검을 떠났다. 일부에서는 A검사가 이씨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여의치않자 할 수없이 수사를 중단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A검사가 입수한 첩보는 사실로 판명났다. 이씨가 출소한 살인피의자에게 집중적인 협박을 받았고 이로인해 거액을 갈취당한 사실이 드러난 것. 청주지검 김도훈검사는 올 2월 이씨를 협박해 3000여만원을 뜯어낸 김모씨를 폭력혐의(공갈갈취)로 구속하고 달아난 살인피의자 조모씨를 기소중지시켰다.

89년 조직폭력배 배모씨 살인혐의로 복역했던 조씨는 지난 99년 9월 출소직후 같은 조직원 김모씨와 ㄹ관광호텔로 이씨를 찾아가 “당신 때문에 10년간 감방생활을 했다. 당신이 시켜서 한 일 아니냐, 고생하고 나왔으면 보답해야 할 것 아니냐”며 금품을 요구했다. 2000년 5월 호텔 커피숍에서 조·김씨가 속한 ‘신대명사파’ 보스격인 김모, 손모씨가 이씨로부터 3000만원을 대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는 신대명사파 고문으로 알려진 손모씨가 이씨로부터 500만원을 뜯어냈다는 것.

결국 이씨는 살인범으로 복역한 조씨 이외에 신대명사파 조직원 4명으로부터 집중적으로 협박당해 상당한 금액을 뜯긴 것이다. 또한 검찰 조사과정에서 89년 살인사건 당시 착수금 5000만원 수수설로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수사는 두 사람의 협박에 시달리던 이씨가 직접 고소장을 제출해 시작됐고 이씨는 고소인 진술이후 검찰 소환조사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재판과정에서 증인출석마저 거부해 담당검사가 ‘살인교사로 기소하겠다’고 이씨 주변인물에게 엄포를 놓자 마지못해 출석했다는 것. 하지만 이들에게 돈을 준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채 수사가 종결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청주지검이 뒤늦게 정식 내사사건으로 등재한 8월 1일은 바로 한국일보가 양실장 사건을 대서특필한 다음날이 된다. 사건의 파장이 검찰로 밀려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뒤늦게 기록을 남긴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있었다면 신대명사파에 대한 집중적인 소재추적없이 5개월이상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검사는 양 전 실장 향응접대 사건이 전국적인 사건으로 확대되고 청주지검에 수사전담팀이 구성됐지만 제외됐다. 이씨와 주변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검사가 전담수사진에서 배제된 것이다. 한편 전담수사진의 책임자인 강경필 부장검사는 지난해 A검사가 이씨 내사사건을 중단할 당시 담당 부장검사였다. 하지만 지난 2일 취재진을 만난 강부장검사는 ‘이씨 내사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 이씨 수사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과연 수사검사가 보고라인도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내사를 시작했던 것인지 강부장검사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취재진의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수사전담팀의 몰카수사가 부진한 가운데 청주지검과 이씨의 유착설이 확산되자 대검은 감찰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지역 시민단체가 대검 수사이첩을 요구하고 나서자 지검 수뇌부는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영주 청주지검장은 11일 취재진에게 “부장검사 가운데 이원호씨를 만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착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경지청 Y검사와 청주의 묘한 인연
이원호씨의 검찰유착설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장본인은 바로 Y검사다. 청주지검을 떠난 지 3년이 됐지만 이씨와의 악연 때문에 하루아침에 대검 감찰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Y검사는 청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재직하면서 남다른 일욕심으로 상당한 수사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양 전 실장 사건이 이원호 게이트로 옮아가면서 뜻하지않은 유탄을 맞았다는 동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Y검사는 이번 양 전 실장 술접대 자리에 참석했던 K나이트클럽 이씨와 골재업자인 김정길씨(민주당 도지부 부지부장)를 모두 구속시킨 장본인이다. 여기에 이씨와의 원한관계 때문에 몰카 용의선상에 올랐던 전 민주당 당직자 K씨도 Y검사가 구속집행을 한 피의자였다.

이씨는 불법오락실로 인해 사행행위규제법, 김씨는 불법 골재채취로 인한 특수절도 혐의, K씨는 사례금을 받고 경매대행한 혐의로 경매방해죄가 적용됐다. 문제는 세사람이 나름대로 ‘기댈 언덕’이 쟁쟁한 지역인사였다는 점이다. 이씨와 김씨는 오래전부터 검찰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고 K씨는 당시 집권여당 국회의원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선을 대고 있었다.

실제로 Y검사는 ‘무수한 외부전화를 받았다’며 수사무마 청탁 사실을 취재진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심지어 김씨 구속 당시 영장청구에 반발한 일부 수사과 직원들이 불법 골재채취 현장을 촬영보도한 지역 케이블TV 방송기자를 긴급체포하는등 사실상 항명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Y검사는 자신이 사법처리한 당사자들과 뒷풀이 자리를 가졌고 긴밀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언론의 더듬이에 걸려들게 된 것. 연고성이 강한 지방도시에서 검찰직원들을 비롯한 주변인물들의 권유로 이른바 검사와 피의자간에 ‘씻김 술’을 마시는 것이다.

 이에대해 Y검사는 “나를 믿어줬던 청주 분들에게 정말 송구스럽다. 어찌됐든 내 사건 피의자로부터 대접을 받은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변명하지 않겠다.

다만 직원들은 내 권유로 참석한 자리였기 때문에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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