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몰카 압수수색 거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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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몰카 압수수색 거부 '논란'
  • 충청리뷰
  • 승인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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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테이프 제공자는 범죄자‥정당한 법집행" 주장
SBS "취재원 보호는 언론사의 존립 근거" 맞서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접대 사건의 도화선은 7월초 충청리뷰·오마이충북의 첫 보도였다. 하지만 다른 신문·방송이 후속보도를 하지않아 불길을 댕기지 못한채 잦아들었다. 다만 K나이트클럽에 대한 검경 수사상황에 대한 자체 추가보도가 이어졌다. 단발성 보도로 끝나는 듯 했던 양실장 사건은 20여일이 지난 7월 31일 한국일보가 1면 톱기사로 게재해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SBS가 양실장의 모습이 뚜렷하게 잡힌 청주방문 몰카 동영상을 방영하면서 폭발력있는 전국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신문의 활자와 방송의 동영상이 대중여론 형성에 끼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양실장의 나이트클럽 출입장면 등은 적당한 선정성까지 가미돼 올들어 SBS 뉴스 성가를 최고조로 높인 ‘대박’이 됐다. SBS가 단독입수한 테이프이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는 앉아서 ‘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몰카의 촬영자와 제작경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SBS의 ‘기쁨’은 고민으로 바뀌었다.

청주지검은 몰카 수사의 1차 단서가 되는 테이프 원본을 자진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SBS측은 ‘취재원 보호’을 내세워 거부했다. 심지어 지난 9일 청주지검 수사관들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집행을 시도했으나 직원들이 몸으로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격앙된 검찰은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처벌하겠다는 입장이고 한국기자협회는 ‘언론탄압적 사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공익적 목적이 아닌 불순한 의도로 제작된 몰래 카메라를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며 SBS의 태도를 꼬집고 있다.

정당한 법집행이 무산된 데 대해 청주지검은 해당 SBS 직원을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11일 취재기자에게 사법처리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양실장 수사가 자칫 검찰과 언론간의 힘겨루기라는 후유증을 유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89년 평민당 서경원 전 의원의 방북사건과 관련 서 전 의원을 취재한 한겨레신문의 편집국을 대상으로 집행한 적이 있다. 당시 안기부는 담당기자의 취재수첩을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고 한겨레신문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제집행됐다. 따라서 SBS의 이번 사태와는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다. 우선 SBS는 지난 7월 4일 인터넷 제보를 받고 다음날 비디오 테이프를 전달받았지만 한달 가까이 지난 8월 1일 저녁뉴스에서 양실장 몰카를 최초 보도했다.

SBS는 지난 1일 저녁뉴스를 통해 “시간대로 보아 양실장의 도착이후 13시간의 동선을 추적하면서 찍은 내용”이라며 “제보 비디오가 10분 분량이며 나이트클럽 룸내부를 촬영한 장면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문을 품은 쪽에서는“13시간 넘게 찍은데다 SBS로 보내진 일부 테이프가 편집된 것으로 보아 룸내부를 찍은 비디오도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SBS가 7월초 테이프를 넘겨받고도 보도를 미룬 점, 8월 1일 방영전까지 10여차례 제보자와 통화했다고 밝힌 점 등은 제보자와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SBS측은 뉴스보도를 통해 “제보자는 통화만 했을 뿐 취재진과 만남을 거부했다”고 밝힌바 있다.

당초 검찰은 SBS측에 비디오 테이프 자진제출을 요청했으나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거부당해 영장을 발부받게 됐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SBS측이 방송보도된 부분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등 모호한 태도를 보여 테이프 제공자의 신원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SBS가 방송한 영상 가운데 양 실장 주변에서 몰래 카메라 가방을 들고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신원에 주목하고 있다.

SBS는 또 “K나이트클럽 맞은편 건물에서 줌인과 아웃을 반복하면서 양실장에 초점을 맞춰 촬영했다. 가방에 넣은 몰래 카메라 등을 사용해 2명 이상이 촬영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핸드백이나 종이백에 카메라를 넣고 테이프로 고정시킨 뒤 렌즈 부위에 구멍을 뚫어 촬영하는 것.

결론적으로 사진 촬영자는 아마추어가 아니며 영상장비를 다룰 줄 아는 관련업계 종사자로 볼 수 있다.

제작자가 양실장의 청주방문과 향응사실의 물증만을 확보해 공익적 고발을 위해 사용하려 했다면, 무려 13시간의 동선을 추적하고 위험한 근접촬영까지 감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따라서 SBS측의 취재원 보호 주장은 수사를 의뢰한 양 전 실장을 제껴두더라도 하루아침에 몰카신드롬에 불안해 하는 국민들의 피해를 생각하면 범죄행위 처벌 명분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청주지검 추유엽 차장검사는 “언론의 취재 및 보도의 자유는 국가형벌권의 실현과 같은 헌법상의 요청이 있을 때는 제약이 불가피하다. 테이프를 제보한 익명의 범죄자가 보호돼야 할 취재원인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에서는 “취재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부고발이 불가능해 지고 궁극적으로 언론의 존립기반이 없어지게 된다. 검찰이 수사 편의주의에 빠져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채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발부 자체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양삼승 영산대 부총장은 SBS 사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rule of law)에 대한 인식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가장 큰 잘못은 법원 스스로가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2몰카설, 장난제보인가, 후폭풍인가

양 전 실장의 몰카 수사가 한창인 지난 5일 청주 MBC에 40대 후반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 “양 실장의 청주행적과 관련한 제 2의 몰카 비디오가 있다”며 “3000만원을 내면 문제의 비디오를 제보할 의향이 있다”고 흥정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청주 MBC 보도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남자는 ‘계약금을 선지급하면 문제의 비디오를 건네주겠다’며 ‘문제의 비디오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다’고 말하며 흥정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제의 남자에 대한 신빙성을 가질 수 없는 데다 문제의 비디오가 실재하더라도 이를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거부했다”고 말했다. 청주 MBC는 제보자의 진실성을 떠보기 위해 “만나서 얘기하자”고 역제의를 했으나 불발됐다.

같은 시기에 동아일보 청주주재기자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몰카 비디오 거래제의가 있었다는 것. 제보자는 “양 실장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모습을 찍었다”며 자랑했으나 직접 만나자는 기자의 제의를 받고 흐지부지 통화를 중지했다는 것.

이밖에 민주당 청원지구당 박모씨는 <충북방송> 취재과정에서 “제 2몰카 존재사실을 들은 바 있다. 대전지역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는 모씨가 K나이트클럽 이원호씨와 원한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주문받아 사전준비를 하고 촬영했다고 하더라”며 소문의 진원지는 밝히지 않은채 ‘카더라’ 통신으로 그쳐.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청와대 직원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잡아낸 몰카의 위력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몰카 신드롬이 반대로 확인할 수없는 제 2몰카설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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