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아들 ‘홧김’에 죽인 40대 견디다 못해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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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아들 ‘홧김’에 죽인 40대 견디다 못해 자수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1.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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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값 치르고 하늘나라에서 아들 보고 싶었다”

청주 흥덕경찰서 형사과 서창석 경장은 지난 2일 ‘사람을 죽였다’는 한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장난전화로 생각했던 서경장은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진지해 ‘언제 만나서 얘기하자’며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3일후인 지난 5일 그 남자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범죄를 모두 털어 놓았다.

   
▲ 지난5일 경찰관들이 운동동 목련공원 야산에서 죽은 김씨의 아들이 암매장 된 곳을 파헤치고 있다.
놀랍게도 그 남자는 4년 전 자신의 당시 6살이던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아버지 김모(40)씨였다.
서경장은 “김씨가 자수를 하지 않았으면 아무도 모르는 사건이었을 수도 있었다.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도 친척들 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5년 1월23일 오전10시께. 당시 택시 운전기사였던 김씨는 근무교대를 마치고 피곤에 지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내는 외출 중이었고, 아들 혼자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부터 아들이 울면서 보채기 시작했다. 그 순간 참다못한 김씨는 아들의 얼굴을 폭행했다. 그 한 번의 폭행으로 아들은 벽에 머리를 부딪쳐 숨져 버렸다. 어쩔 줄 몰랐던 김씨는 방안에 한나절 동안 아들을 방치하다가 자신의 택시로 사체를 옮겨 운동동 목련공원 야산에 암매장 해버렸다.

그 후 김씨는 자취를 감췄다. 특히, 아들을 살해한 후 2년이 지나 서류를 떼기 위해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사건이 일어나고 8개월여 만에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경장은 “주위 친척들은 김씨가 아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으로 생각해서 이 끔찍한 범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들의 사망신고도 돼있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살아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살을 하고 싶었지만, 하늘나라에서 아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죄 값을 치르고 아들을 보고 싶었다. 4년동안 너무도 괴로웠다”며 자수한 이유를 밝혔다.또, 김씨는 가출한 뒤 매일 밤, 아들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리며 술에 의지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치고 경찰은 자수한 김씨와 함께 운동동 암매장 현장에서 아들의 시체를 발굴했다. 매년 이곳을 찾아왔다는 김씨는 현장에 가자마자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한순간의 실수와 잘못된 판단이 영원히 가족들을 갈라놓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며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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