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웃는 충북의 강력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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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웃는 충북의 강력사건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2.1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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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동안 강·절도 등 183건 미제로 남아
주점 여주인 살해 공소시효 두달 남기고 검거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부녀자 연쇄살인사건들이 드디어 해결됐다. 실종자들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고, 생사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만 했던 가족들은 새로운 슬픔에 잠겼다. 이렇듯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범인 강호순(38)의 범행이 밝혀져 충격을 주는 가운데 미제사건과 강 씨와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충북지역에서도 범인을 잡지 못한 강력사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내에서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살인·실종 사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2005년도 8월에 발생한 충주모녀살인사건 현장

노부부 피살, 용의자 증거 부족 ‘미궁’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3년 동안 충북지역에서 발생해 해결하지 못한 각종 강력사건은 183건이나 된다.

또 2000년 이후 살인·실종 사건 중, 4대 장기미제사건으로는 ‘진천 강송이양 실종’, ‘청원군 부녀자 실종’, ‘영동군 노부부 살인’, ‘충주 모녀 살인 사건’이 있다. 모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다.

2005년 3월12일 오후 7시20분쯤, 영동군 양강면 최모(당시69세)씨의 집 안방에서 최씨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됐다. 경찰은 열흘이 지난 23일 최씨의 사위 주모(당시40세)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경찰은 자신의 외도로 집을 나간 부인에게 사건 발생 4~5일 전 전화통화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장인, 장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사실을 확인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돼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사건담당형사는 “폭력 등 전과 14범인 주씨가 가출한 부인문제로 최씨 부부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조사를 펼쳤다”며 “증거를 다수 확보했지만, 수사상 밝히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2005년 8월9일 오후 11시30분쯤, 충주시 교현동 박모(당시 71세)씨의 집에서 박씨와 그의 딸 이모(당시 41세)씨가 흉기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됐다.

살해당시 박씨와 딸은 얼굴을 랩으로 싸여 있어 충격을 주었다.
경찰은 박씨의 집에서 도난당한 금품이 없고 범인이 현관을 통해 집으로 들어온 점 등으로 미뤄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단서 없이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주부 실종, 강호순 연관성 수사
지난 2005년 2월18일 오후 8시10분쯤, 청원군 강외면 궁평리 미호천교 옆 조치원 방면 버스정류장에서 조모(48)씨가 실종됐다. 조씨는 이날 부녀회원들과 모임을 한 뒤 남편을 만나기 위해 조치원역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곧바로 전담반을 설치하고 수사에 착수, 실종된 날 밤 11시2분과 3분에 조씨의 직불카드를 이용, 충남 조치원농협 현금인출기에서 50만원과 5만원등 2차례에 걸쳐 55만원이 인출 된 것을 확인했다.

또 다음날 오전에 현금을 인출하는 용의자의 모습이 CCTV에 찍혀, 170cm정도의 키에 파란색 체육복을 입은 30대로 보이는 용의자를 유력한 범인으로 보고 전단 4만매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또 실종 장소 일대를 통과한 차량 1만 4000여대를 일일이 확인했지만, 사건은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하고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다만 강호순사건과 이 사건의 범행수법이 유사해 4년이 지난 현재 경기청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담당형사는 “강호순의 범행으로 이 사건에 관심이 더 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공조수사 결과 잠정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2년 5월28일 오후 진천군 광혜원면에서 하교 길에 실종된 강송이양(당시 9세)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경찰이 집근처인 ‘희망슈퍼’에서 강양이 사 먹었던 것으로 확인된 아이스크림 뚜껑을 발견하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는 듯 했지만, 끝내 송이 양을 찾지 못했다.

강양의 아버지 강동완(49)씨의  딸을 찾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으로 2007년 3월29일, 5년 만에 경찰과 공무원, 군인, 주민 등 300여명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사건 담당형사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사를 했다. 이젠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실종 전담팀이 아직까지 구성돼 수사를 포기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건발생 5415일 만에 범인 검거 
2007년 5월,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범인을 밝혀낸 사례도 있다.

충주경찰서는 지난 92년 7월 14일, 충주시 문화동 모 주점에서 발생한 여주인 살해사건의 피의자 나모(47)씨를 검거했다. 공소시효 만료 두 달 여를 남겨놓고 이룬 쾌거였다.

15년 동안 범인검거에 몰두해온 경찰의 집념과 지난 2002년부터 도입된 ‘자동지문검색시스템(AFIS)’이 이번 사건종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청으로부터 2005년 3월 전북 정읍의 한 암자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에서 발견된 범인의 지문과 15년 전 사건의 지문이 일치한다는 ‘지문자동검색시스템’ 조회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다.

피의자는 사건 발생 직후 승려로 변장해 토굴생활을 하는 등 고달픈 도피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 졌지만, 끈질긴 경찰의 탐문수사 끝에 결국 도피행각 14년 10개월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지문검색시스템은 쪽지문과 이음새가 정확치 않은 지문도 판독이 가능하다”면서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사건을 위주로 이 시스템을 가동,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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