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불붙는 경마장 유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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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불붙는 경마장 유치 논쟁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2.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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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원군 마사회 방문 ‘의견타진’...시민단체 반발

   
▲ 제4경마장 건설과 관련해 벌써부터 지역에서 반대여론이 불거지고 있어 유치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과천서울경마공원 모습.


경마장을 유치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14년만에 다시 불붙었다. 14년동안 경마장 뿐만 아니라 화상경마장(마사회는 장외지점이라고 부른다) 논란이 네차례 정도 불었던 충북지역에서는 2009년 새해부터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지역 매출 전체의 10%
충북도와 청원군 관계자가 지난달에 한국마사회에 다녀왔다. 그들은 마사회가 경마장을 추가로 건설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경마장 유치를 위해 필요한 사항등을 파악하고 돌아왔다. 이처럼 충북도와 청원군 관계자들의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지방세수 확보 때문이다. 경마장이 1년에 지방자치단체에 기여하는 세금의 유혹이 그만큼 강하다.

현재 경마장은 과천과 부산, 제주등 3곳에 있다. 화상경마장까지 포함해 경마를 할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32곳이다.
특히 최근에 생긴 `부산과 제주 경마장이 각 지역의 지방세 1위 기업으로 등장하면서 ‘세수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2005년에 개장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지난 해 2328억원의 지방세를 부산과 경남에 내 제1의 지방세 납부업체가 됐다. 부경경마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98일 동안 총 751회의 경주를 개최해 레저세와 지방교육세등으로 납부한 지방세가 2328억원(매출 1조9249억원)을 기록해 2007년 1649억원(매출 1조3065억원)보다 41%나 증가했다.

이중 부경경마공원에서 판매된 마권 매출액은 전체의 10% 정도인 207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90%(1조7179억원)가 서울 경마공원등 타지의 교차경마 매출액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상경마장 매출이 실제 경기가 열리는 경마장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부경경마공원이 지금까지 낸 세금은 6427억원이며 이중 82%인 5291억원을 부산과 경남에 냈다.

제주도 역시 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가 2008년 제주기업 전체중 제세납부 규모 1위를 기록했다. 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가 지난해 낸 세금은 754억원. 이중 제주도에 낸 세금은 레저세 380억원, 교육세 228억원 및 기타지방세 9억원 등 617억원이다.

한국마사회 홍용현 차장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에 있는 경마장도 이런 수준인데, 만일 청주인근에 경마장이 생긴다고 했을 때 그 지역 주민들이 낸 돈만으로 세금을 걷는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면서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마장 사업을 매도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 5개 자치단체 물밑경쟁 치열
만일 청원에 경마장이 건설된다면 사정은 어떨까. 마사회는 제4경마장이 들어설 경우 4년정도의 건설기간, 3000억~4000억원의 건설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경마장 개장후 당분간 하루 10~15경주를 할 것으로 봤다. 이는 제주경마장과 비슷한 횟수이며, 연간 최소 600억원 이상의 지방세를 거둘 수 있음을 뜻한다.

   
▲ 서울경마공원 경마객들


현재 제4경마장 유치를 희망하는 곳은 청원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사회측은 표면적으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건설시점과 건설비용등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곧이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지역이든 2015년 정도면 제4의 경마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청원 오송지역이 상대적인 우위를 점했다는 주장도 많다.

그동안 청원지역을 포함한 충북지역에서는 경마장과 화상경마장 건설 계획이 4번 정도 좌절됐다. 지난 1995년에는 당시 국회의원등이 청원군 부용지역의 후보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2003년부터는 모두 화상경마장 입점이 추진됐다가 좌절됐다. 2003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모빌딩에 화상경마장 입점이 추진된 이후,  2004년 청원군 남이.부용면,  2006년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에 화상경마장 입점이 추진됐으나 지역민들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사회적 논의 필요
최근에도 시민단체는 명확하고 신속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 세수보다 사회적 비용과 대가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도박중독자를 방치해 지역사회를 병들게 하거나, 경마장 유치로 들어오는 지방세 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면서 “(경제위기가 IMF때보다 심한)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일확천금, 배금주의, 사행심이 좀 더 만연해 가고 있다. 만약 자치단체에서 합법적 도박장을 개설한다면, 서민경제와 가정은 아예 파탄나고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측은 또 “한국마사회는 자기조직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 경마장 계획을 세우고는 부지는 무상 제공받고, 민원을 잠재우고, 그러면서도 경마장 유치를 적극적으로 해 충성경쟁에서 이긴 자치단체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충북도와 한국마사회측은 시민단체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시작도 안했는데, 끝을 보려는’ 것으로 보고 매우 불쾌한 반응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는 한다, 안한다라는 계획조차 없는 상태이며, 마사회가 제4경마장 건설계획이 있다고 해서 마사회를 방문한 것이 전부”라면서 “땅을 내놓겠다는 시군이 없는 상태에서 추진도 불가능하고,  지금은 백지상태인데도 시민단체가 너무 앞서가는게 아니냐”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검토해서 공감대를 모아야지, (논의의) 싹부터 잘라서야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측도 “청주지역 시민단체의 성명서를 보고 놀랐다. 경마의 장단점을 잘 따진뒤에 그런 반응이 나왔으면 하고, 우리는 지역민들의 여론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년동안 강원도에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생겼으며, 대박의 꿈을 좇는 ‘로또’가 일상생활 저변을 자리잡기 시작했다. 14년만에 다시 화두에 오른 경마장, 과연 도민들에게 어떤 선택을 받을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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