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축협 공금횡령 의혹 “국감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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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축협 공금횡령 의혹 “국감 받아라”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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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수씨, “뇌물 커넥션에 제3의 인물 있다” 주장
충주경찰서, 검찰에 수사지휘 품신

속보= 충주축협 전 임원들의 공금횡령의혹 고발건을 수사해 온 충주경찰서는 일단 기초수사를 벌인후 충주지청에 수사지휘를 품신했다. 또한 조합원 연명으로 고발을 제기한 조합원 나문수씨(57)는 조만간 지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당국에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실력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당국의 미온적 수사에 반발해 온 나씨는 조만간 있게 될 국회 국정감사에도 이 문제를 의제로 올리기 위해 현재 심규철의원(보은 옥천 영동) 등 국회 법사위 의원들을 상대로 사건 알리기에 나섰다.

지난 96년 충주축협이 본소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합 임원들이 건물시가를 높게 처주는 대가로 건물주로부터 1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검찰에 구속됨으로써 본격 불거진 이사건은 여전히 충주지역에 갖가지 억측을 양산하며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3년 후인 99년, 건물매입 당시의 조합상무 정모, 감사 최모, 이사 이모씨 등 3명이 뇌물수수혐으로 검찰에 구속돼 사법처리된 것. 건물주는 본계약 이전에 이들에게 1억7천만원을 주겠다는 각서까지 써 줬었다. 이에 대해 지난 7년간 충주축협의 파행적 운영을 문제삼으며 건물매입과정에 끊임없는 의혹을 제기한 나문수씨는 “이 사건은 단순 뇌물수수가 아닌 계획적인 공금횡령이고, 세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도 개입돼 있다”며 검경의 수사를 촉구해 왔다. 뇌물로 건네진 돈도 고스란히 조합돈이라는 것이 나씨의 주장이다. 나씨는 지난 7월 4일 당시 충주축협 조합장등 전직 임원 4명을 충주경찰서에 고발했다.

건물 신축이 건물 매입으로 돌변
우선 나씨 및 일부 조합원들이 집중 의문을 제기하는 점은 뇌물을 챙긴 사람이 과연 사법처리된 3명 뿐이겠냐는 것이다. 충주축협은 처음 20여억원으로 본소건물을 신축키로 했다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불과 10일만에 벼락치듯 문제의 건물을 매입했다. 축협이 사설감정원에 의해 40억원으로 평가된 이 건물(지상 3층 지하 1층)을 인수할 때 조합측에선 조합장과 이사(5) 감사(2) 등 8명의 명의로 가계약(96. 12. 11)을 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최감사와 이이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조합은 정상무를 시켜 무마에 나섰고, 결국 뇌물로 입을 막게된 셈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법처리된 3명이 작당해 조합측에 딴지를 걸어 뇌물을 챙긴 것이 되지만 이런 전후과정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이 건물 매입 과정에서 논란이 심했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특히 계약 자체가 조합임원의 연명으로 된 상태에서 유독 세사람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겠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 이들의 검찰조서엔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저와 이OO(이사)가 건물을 짓기로 해 놓고 갑자기 매수를 한다는 것에 분명히 뒷거래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냐고 따지니까 정OO상무가 저와 이OO 안OO(건물주)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최감사) “(안OO가 매매가의 10%를 달라고 하니 거절하여) 제가 이미 정상무에게 당신이 돈을 주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넘겨짚자 안OO이 고개를 숙이길래 제가 돈을 주면 정상무를 포함하여 3명이 돈을 나누어 가질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이이사)
이같은 진술은 결국 뇌물 수수로 사법처리된 최상무와 이이사는 이미 다른 사람들도 뇌물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99년 구속됐던 정상무는 뇌물을 건네 받을 때 최감사와 이이사로부터 “조합장과 전무에게 인사를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제가 생각하기에 받으면 안되는 돈을 받았는데 이를 조합장이나 전무에게 줄수 없었다”고 진술, 다른 사람의 관련여부를 부인했다.

“뭔가 숨기는 얘기 있나?”
이에 대해 정 전상무는 “내 선에서 알아서 한 일이고 윗선과는 상관없다. 당시로선 문제가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총대를 맨 것은 아니다. 이 문제 때문에 축협과 당사자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나문수씨 등 주변에서 제기하는 주장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뭔가 숨기는 얘기가 있지 않으냐”는 기자의 추궁에 “내가 인생을 잘못 살은 것같다.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그런데 정씨는 검찰에 구속될 당시 자신이 뇌물로 받은 5600만원을 자진 납부했는데 막상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얘기는 나문수씨가 지난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담당 검사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것. 나씨는 “당시 담당직원에게 확인하는 것까지 봤다. 그러나 오래된 일이라 담당자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자진 납부된 뇌물 5600만원은 정상무 개인 돈이 아니고 축협측이 대납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뻔하지 않은갚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5600만원은 내가 들어가 있을 때 변호사와 상의해 부인이 냈다. 돈은 여기저기서 추렴한 것으로 안다”며 축협 개입설을 부인했다.

기자의 방문취재를 거부했던 건물주 안씨는 이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다. <나씨의 제보로 작년(2002) 8월부터 3~4개월동안 검사로부터 직접 조사를 받았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검찰이) 축협으로부터 서류를 압수했지만 아무 일없이 끝났다. 올해 또 나씨의 청와대 진정으로 거의 같은 내용으로 1월부터 4~5개월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씨의 고발로 다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중략- 힘이 들더라도 좀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기사를 써 줬으면 한다>

계좌추적 했나, 안 했나?

96년 건물매매계약 동시에 건물주 안씨가 축협임원들에게 건넨 뇌물 1억7000만원은 안씨가 돈세탁을 통해 현금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검찰 조사에서 “우선 뇌물 1억7000만원를 마련하기 위해 친인척과 지인 등으로부터 현금을 차용한 다음, 2억7000만원을 축협통장(안씨 소유)으로부터 수표로 인출해 돈세탁을 거쳐 이 차용금을 변제했다”고 밝혔다. 그가 돈 세탁 과정에서 동원했다고 밝힌 인물은 7~8명이나 된다.

그러나 나씨는 “안씨가 주장하는 돈세탁 과정은 모두 거짓이고 문제의 2억7000만원도 특정인에게 뇌물로 제공된 의혹이 짙다”고 주장한다. 나씨는 “건물주 안씨가 주장하는 돈세탁 과정에 대해 관련인들의 계좌를 추적하면 거짓인지 아닌지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만약 허위로 밝혀진다면 뇌물 관계를 규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그래서 검경에 계좌추적 자료를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다.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의심가는 부분은 많다. 예를 들어 1996년 12월 19일 수표로 인출된 2억7000만원은 다음날 서울의 축협 오금동지점에서 안씨의 형수 이모씨에 의해 지급제시됐는데, 안씨는 검찰 조사(1999. 3. 23)에서 ‘그 수표를 형님한테 건네줬고 형님이 조카들 교육문제로 아파트를 마련하고자 형수를 시켜 서울 오금동 지점에 지급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 결과 아파트계약은 이미 훨씬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수사한다면 건물주 안씨가 뇌물을 만들기 위해 돈을 주고 받았다는 관련인들의 계좌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 안씨의 말만 믿어선 절대 안된다. 얼마전 충주경찰서가 나와 건물주 안씨를 대질한 적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안씨가 ‘계좌추적 조사하면 몇사람이 죽는지 아느냐. 나는 확인해 줄 수 없으니 수사관 마음대로 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쳐 황당했다. 반드시 검경이 당사자들의 계좌조사를 해야하고 만약 했다면 이를 공개해야 의혹이 풀릴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경과 충주축협측은 모든 당사자들에 대한 계좌추적 조사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K담당검사는 “계좌추적 뿐만 아니라 장시간 동안 광범위한 수사를 강도높게 벌였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큰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충주경찰서와 축협측은 “계좌추적은 이미 다 이루어졌다. 다만 통장 외 거래 즉, 현찰로 오고간 것은 확인이 불가능한데도 안씨가 막무가내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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