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봉하까지 ‘바보 노무현’ 애끊는 추모행렬
상태바
서울에서 봉하까지 ‘바보 노무현’ 애끊는 추모행렬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5.26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하마을 취재기] 노무현 전 대통령 안치된 봉하마을 분향소 조문객 ‘밀물’

   
추모하는 조문객들

전직 대통령의 서거나 서거에 이른 과정, 서거방법까지 한마디로 큰 충격에 싸인 가운데 경남 김해시 진영읍의 봉하마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인파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25일 오후 3시15분 진영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100m도 넘는 긴 줄을 형성한 조문객들의 틈에서 30분 정도 기다리가다 봉하마을행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10분쯤 가니 봉하마을 2km 앞에서 버스에서 내려 편도 1차선의 농로를 확장한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걸어들어가야 했다.

   
진영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임시주차창. 여기서 셔틀버스를 탕고 봉하마을로 간다.
‘고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분향소’라고 적힌 분향소에는 이미 수백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분향은 30~40명씩 신속하면서도 엄숙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조문객들이 몰린 밤에는 한 번에 100명씩 분향을 했는데도 조문대기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을 정도였다. 25일 당일에만 15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계됐으며, 이후에는 아예 집계를 포기할 정도로 몰렸다.

   
분향소 입구에 설치된 방명록에 서명하는 조문객들
이날 분향소에는 하루종일  통일운동가, 피아니스트, 전직 관료등 다양한 조문객들이 노전대통령을 추모했다. 이날 밤 8시 40분쯤에 분향한 사회운동가인 임수경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두에게 알려주신 것 같다"며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는데 그 안타까움을 말로 할 수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과 오열의 시간
이날 조문객들은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부터 제대로 걷기도 힘든 노인들까지 모두 비통함속에서 분향을 했으며, 노 전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와 사저를 찾아보면서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엉이 바위는 깎아지르는 듯한 형세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서있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조문하러온 어린이들.
한 현역 장교는 노전대통령 앞에서 큰 소리로 거수경례를 했으며, 분향소 앞에는 삼천배를 하는 조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밤이 되자 조문객들의 대기행렬이 점점 길어져 한 때 1km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1~2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겨우 1분 정도로 짧게 분향을 했지만 한결같이 눈물을 훔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적막한 사저.

충북의 386세대를 대표했던 인사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80년대 당시 학생운동에 헌신했던 인사들의 모임인 ‘희망물결’ 회원 25명이 이날 밤 11시 50분에 분향을 했다. 이태희 희망물결 대표(40)는 “고인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면서 “어제 회원들이 봉하마을에 가서 조문을 하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와 참여가능했던 분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오게됐다”고 말했다.

곳곳서 이명박 정부 성토
특히 봉하마을 곳곳에 이명박 정부와 언론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어 엄숙함 속에서 격앙된 심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일부 노사모 회원들은 건물 옥상에서 손팻말을 내보이면서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손팻말을 든 사람들

삼천포에서 온 정자영씨(61)는 “지도자가 서민의 아픔을 나누고 미래를 같이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정부가 그러냐”라면서 “몇 퍼센트의 특권층을 위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조문을 기다리는 사람들.
또한 언론에 대한 불신도 곳곳에서 드러나 있었다. 한 플래카드에는 ‘이 시대 기자들의 영혼은 사주에 팔아 바쳤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전날 노사모회원들의 반발로 쫓겨났던 KBS중계차 2대가 이날 오후 6시30분쯤 일부 회원의 반발 속에서 다시 봉하마을에 진입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다. 장애인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는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된다. 너무너무 분하고 억울하다”면서 “기자들도 대통령이 저렇게 되도록 몰아붙이지 않았냐”라고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자수로 만든 작품을 핸드폰에 담는 조문객.
그러나 분향소를 지키는 참여정부 인사들은 한결같이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극도로 말을 아꼈다. 전직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발언 자체가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상중(喪中)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이날 본지기자와 인터뷰 시간을 세 차례나 연기했던 김두관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밤 11시쯤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인이 무슨 인터뷰를 하겠느냐”라면서 “나중에 하자”라면서 발길을 돌렸다.

   
수십만명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기록물이 상영되던  중간에 즉석 연설자들이 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고, 현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취재기자는 이날 밤 12시 35분쯤 봉하마을을 나섰다. 도로를 따라 켜놓은 ‘바보뿔’(여기서는 촛불을 이렇게 불렀다) 수백개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셔틀버스가 끊겼는데도 들어오는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간신히 택시를 타고 진영공설운동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합승을 하게 된 한 시민이 딸에게 “이런 것을 보는 것도 공부다”라고 말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그 여학생은 봉하마을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외국에서 온 동포들.

   
홍보물을 읽고 있는 어린이.
   
걸어서 봉하까지. 분향소 입구 2km전방부터는 걸어서 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