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범하는 증평군을 축하해주자”
상태바
“새 출범하는 증평군을 축하해주자”
  • 충청리뷰
  • 승인 2003.10.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호(증평 세림신경외과 원장)

지난 9월 1일은 3만여 주민들이 꿈에도 그리던 출장소 개청 13년 만의 기쁜 날이었다. 하늘에는 주민들의 마음처럼 수십개의 오색 대형풍선이 떠있었고,거리마다 “증평군”의 깃발이 넘쳐났다. 작년 이맘때만해도 거리마다 피맺힌 절규뿐이었는데 ,마치 지옥에서 천당으로 날아 온 듯이 딴 세상이 열린 듯했다.

증평의 군승격에는 무엇보다도 출장소체제를 벗어나 13년만의 지방자치 동참과 참정권의 회복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증평의 군승격은 지금도 살아있는 청안군의 생활권이 증평군의 이름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직도 증평이외의 지역에서는 증평의 군승격을 정부의 광역화정책에 반하는 지역이기주의로 폄하하고, 증평을 자립기반이 취약한 초미니의 불안한 자치단체로 보는 시각이 일부에 있음을 본다. 정부의 광역화정책은 원래가 한 군이었던 군의 읍소재지가 커져서 시가된 시·군을 주로 그 대상으로 하고, 이들의 시군통합은 한 뿌리였던 원래의 행정구역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증평의 군승격과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증평의 군승격도 생활권을 중심으로하는 원래의 행정구역으로의 환원이기 때문이다.

증평의 말끝에 따라붙는 초미니 자치단체라는 말도 잘못된 것이다. 증평보다인구가 적은 자치단체가 전국에 10여개가 있고, 면적이 작은 시,군도 8군데나 된다. 증평의 자립도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주변 자치단체와의 협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 특히 괴산군과는 동반자적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상호보완적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의 괴산군과의 감정대립은 일부 정치권에서 인위적으로 조장한 면이 있어 안타깝다.

증평의 군승격을 맞이해 두가지 시급한 일은 첫 째로 주민들의 자치의식함양과 두번 째로 지역발전의 방향설정이다. 주민들은 자치시대의 주인으로서 주인정신을 갖고, 지역일에 참여하고, 자치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대화와 양보를 통한 문제해결과 화합과 단결을 통한 자치풍토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방정치의 활성화에 있다. 지방정치는 주민들이 대화와 양보를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서 시작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치풍토와 자치역량이 성숙해가는 것이다.

지난 9월 8일에 도안에서는 의미있는 일이 있었다. 마을회관에 주민대표들이 모여 군의원후보중 한명을 단일후보로 결정했다. 서로 모두 잘아는 이웃사람들끼리 등지고 싸우고 원수가 되어서 지역이 분열되고 피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비록 시골주민들이지만 기성정치인들의 멱살잡고 나뒹굴며 싸우는 추태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지방자치에는 주민들의 자치풍토조성과 자치역량의 성숙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증평은 자치단체로서 독자적인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또한 시급하다. 여지껏 괴산군의 일부로 지내왔기 때문에 독자적인 장기발전계획이 없었다. 남들보다 뒤늦은 발전을 앞당기고, 앞으로 증평이 나아갈 지향점을 찾고, 도시정체성을 정하는 일이야말로 증평의 향후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이또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 공론화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돼야 할 것이다. 한두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관주도로 획일적으로 정해서 밀어부친다면어렵게 얻은 지방자치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다. 항상 대화와 토론, 상호 이해와 양보를 통한 의사결정이야말로 지방정치활성화의 출발점이고, 지방자치풍토를 조기에 착근시키는 일이다.
주민들의 마음처럼 떠올랐던 수많은 풍선과 깃발도 늦여름 폭우에 모두 떨어지고, 폭우에 깨끗이 씻겨내린 거리처럼 이제주민들은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어렵게 태어난 도내 12번째 자치단체인 증평군을 우리 모두 축복해 주자. 하얀 도화지위에 새 그림을 그리듯이, 증평군의 출범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시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