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로 하여 청주 첫인상이 바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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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로 하여 청주 첫인상이 바뀌길…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7.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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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 운천동 금은복집>
여염집 살림도 터전을 옮기고 나면 틀을 잡기까지 잔일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4월15일 청주시 흥덕구 휴암동 새 청사로 이사를 간 뒤 아직도 뒷마무리에 여념이 없는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김영회 회장을 청주시 운천동 ‘금은복집’에서 만났다.

민선1기 주병덕 지사 시절 잠시 정무부지사로 외도를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김영회 회장은 “아무거나 잘 먹는다. 그것도 복(福)이다”라고 말할 만큼 성격만큼이나 소탈한 입맛의 소유자다. 따라서 ‘이 집이다’ 싶은 맛집이 떠오르지 않는 듯 잠시 망설이는 듯 했으나 주저 없이 금은복집을 낙점했다.

직원이 혈액원을 포함해 70여명에 불과한 적십자 살림살이가 ‘뭐 대단할 게 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150여개 단체, 4300명에 이르는 봉사원들이 한 지붕 아래에 사는 대식구라는 것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여기에다 각종 강습과 교육이 끊이지 않는 곳이 적십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과 적십자 가족들은 이삿짐센터를 부르지 않고 손수 짐을 싸고 풀었다.

김 회장은 “4월14일 저녁, 정신없이 짐을 정리하는데 금은복집 박현지 사장으로부터 ‘직원들에게 저녁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밥 먹을 새도 없다’고 대답했더니 직접 싼 김밥 20인분과 구호품으로 쌀 20포대를 보내왔다”며 박 회장에 대한 감사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보은(報恩)의 차원에서 맛집을 정한 것은 아니다. 사실 금은복집의 음식맛은 정갈하고 고급스럽기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주문 메뉴와 함께 상에 오르는 반찬들은 한정식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먹을 만은 하지만 가벼운 지갑으로는 문턱을 넘어서기 어려운 고급식당이라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그날그날 가격이 정해지는 ‘참복코스’ 같은 명품메뉴도 있는 반면 5000원 짜리 산채정식도 있다. 그러고 보니 금은복집의 밥상 위 에는 유난히 산나물이 많다. 박 사장은 “강원도, 전라도는 물론 경북 울릉도까지 산사(山寺)에서 직접 공급받는 최고급 재료들로 조리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1인분에 8000원인 산채비빔밥은 사장이 추천하는 메뉴다.

또 점심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는 복칼국수가 있다. 검정콩 가루와 밀가루를 함께 반죽해 납작하게 밀은 생면에 복어육수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복칼국수의 국물은 시원함과 부드러움이 혀끝에서부터 느껴진다. 금은복집의 다양한 식단은 대기업에서 영양 사를 지내고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딸과 함께 개발한 것이다. 이날은 특별메뉴로 복어회까지 상 위에 올라 입이 오랜만에 호사를 누렸다.

‘꿈 넘어 꿈’이라는 말처럼 김영회 회장은 ‘적십자 이상의 적십자’를 꿈꾸고 있다. 새 사옥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해 120% 활용하는 것도 야심찬 구상이다. 로비는 전시회 공간으로 내주고, 회의실이나 강당도 문을 활짝 열었다. 그동안 대청호 주변에서 열렸던 ‘아홉용머리축제’의 장소로 적십자를 내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회장은 “청주의 첫인상을 바꾸겠다. 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에 하복대 유흥가가 자리해 청주의 이미지를 구긴 것이 사실이다. 가로수길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문화타운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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