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자 치료·보호 사회적 연계서비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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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자 치료·보호 사회적 연계서비스 필요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9.07.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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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미비… 경찰·119구급대·행정기관 책임 떠넘기기
만취자 방치는 곧 죽음… 청주시의사회등 대책 강구해야

   
▲ 최근 청주의 한 지구대를 찾은 주취자가 자신의 집 안방처럼 앉아 있다.<자료제공=충북경찰청>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만취자 보호 및 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충북 도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본부 119구조대가 외상이 없는 한 만취자를 환자로 보지 않아 지구대로 이송하면서 책임 떠넘기기와 지구대 주취자 관리 소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공공의료기관과 경찰, 119구조대, 자치단체,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취자 보호 및 치료에 관한 대책회의를 구성해 연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만취자의 인권보호는 물론 귀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알코올 의존성 환자를 사전에 가려내 가족의 동의아래 전문적인 치료기관에서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실제 청주 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만취자로 인해 경찰력이 낭비되는 사례는 부지기수하다. ▲음주운전으로 경찰관에게 단속 당한 것이 억울하다며 지구대로 찾아와 경찰관에게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주취자 ▲택시비, 술값을 대신 내달라는 만취자 ▲순찰차로 귀가 시켜 달라는 주취자 ▲만취해 한잔 더 하자며 경찰관에게 술을 사오라며 시비를 거는 주취자 ▲지구대서 용변을 보거나 술집 앞에 세워진 차량을 찾아달라며 시비를 거는 행위 등이다.

치료보다…처벌하기 급급
이런 음주 소란자에게 경찰은 가벼운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하거나 난동을 부리고 공용물을 손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엄단하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술에 취한 사람을 약물중독자와 동일하게(응급의료법 시행규칙 2조) 주취자 안정실에서 보호하고 치료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료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응급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는 관할 행정기관도 마찬가지. 국민기초생활보장법(19조)상 행려환자, 정신착란, 술에 취해 타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거나 자살할 우려가 있는 사람을 인계받은 행정기관의 복지담당자는 구호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사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다 주취자 보호중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어 인계받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권경석(경남 창원갑) 의원은 주취자 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8월26일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디어법과 비정규법안 등으로 식물국회가 되면서 통과가 미지수인 상태. 따라서 공공의료기관과 경찰, 소방본부 119구조대, 관할행정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시켜 연계서비스를 하자는 의견이다.

환자 가려내 치료·보호 예방해야
이는 알코올의존성환자를 사전에 가려내 적절한 치료를 해 줌으로써 가정폭력과 자살 등 제 2의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권 의원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구대의 주취자 처리는 전체업무의 26.6%나 차지해 경찰력 낭비와 공권력 무시 풍조가 확산되고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사회적 연계서비스 및 관련법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부산에서는 지난 6월30일 부산시의사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시의료원, 부산시 보건과, 119구급대, 부산YWCA, 부산YMCA 등이 '상습 주취 소란자 치료·보호 대책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만취자 보호 및 치료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청주시의사회도 이 같은 주취자 보호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했으나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먼저 공공의료기관인 청주 의료원 관계자는 “이미 알코올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문제는 현재도 응급실 난동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 없이 행려환자 및 알코올 의존성 환자를 받을 경우 감당이 안 된다. 차라리 여성성폭력 및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원스톱지원센터처럼 별도의 주취자 보호센터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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