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찌개와 나물, 부지사를 감격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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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찌개와 나물, 부지사를 감격시키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7.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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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배 충북도 행정부지사

이 날도 청주시 서운동 ‘오정식당(043-257-6726)’에는 그윽한 버섯 향과 주인 오정재씨의 넉넉한 인심이 있었다. 붙임성 좋은 오 씨는 벌써 오늘의 주인공인 박경배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안면을 튼 상태였다. 지난 3월 부임한 부지사는 오정식당의 명성을 익히 듣고 한 번 맛을 봤다고 했다. ‘특별한’ 손님은 한 번 봐도 기억하는 오 씨가 박 부지사를 잊었을리 만무다.

▲ 사진=육성준 기자
박 부지사는 오정식당의 자연산 버섯찌개를 특히 좋아한다. 야채 등 부속재료가 반 이상 차지하는 다른 버섯찌개와는 달리 싸리와 능이·밤버섯 등과 쇠고기가 들어 있는 ‘진짜표’ 버섯찌개와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종류가 맛있다고 했다.

“충북에는 산이 많아서 그런가 버섯이 많은 것 같다. 버섯찌개와 나물 반찬이 부담없고 마음에 든다. 그 만큼 맛도 있고…” 그러면서 호박나물을 맛있게 먹었다. 박 부지사의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 버섯찌개를 주문하면 호박·취·무말랭이·산뽕잎나물 등과 북어, 깻잎, 우엉, 콩자반 등이 반찬으로 등장한다. 이 반찬들은 다양하기도 하거니와 눈으로만 봐도 고향의 정취가 느껴질 정도로 푸근하다. 오랜만에 어머니한테 밥상을 받는 것 같다고나 할까.

버섯과 나물은 오 씨의 고향인 보은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버섯은 특별히 많이 나오는 해 사두었다가 염장저장한 뒤 염분을 빼고 요리한다. 그리고 모든 농산물은 옥천군 안내면에 사는 오 씨의 언니가 농사지은 것들이다.

굳이 이 집에서 쓰는 재료들의 출처를 밝히지 않더라도 ‘국내산’임을 보증한다는 게 오 씨의 말이다. 맛집코너를 취재하는 만큼 요리에 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박 부지사에게 요리할 줄 아시냐고 물었다. “요리는 못하고, 주말부부 생활 5년 동안 챙겨먹는 방법은 터득했다”는 게 솔직한 대답이다.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과한 박 부지사는 81년 4월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충남도 기획관,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지방재정세제국장 등을 역임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권위의식이 없고 합리적이며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 스스로도 “아래 사람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는다. 업무도 위에서 무조건 시키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성격의 일면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충북에 와 있는 동안 구석 구석 가보려고 한다. 도내 시·군에 가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보인다고 할까? 주말에는 도내 휴양림을 돌고 싶은데 손목을 다쳐 한 동안 가보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인 수암골에 다녀왔다. 누가 충북에 대해 물어보면 설명해줄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충북에 대해 한 참 ‘공부 중’이었다.

박 부지사에게 뻔한 질문을 했다. 충북에 살아보니 어떠냐고. 그러자 “나는 어디에 사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과 대전에 주로 살았지만 청주도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업무상 여러 지역에서 살아본 만큼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중시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 부지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데 주인 오 씨가 버섯 달인 물이라며 한약처럼 검은 물을 내밀었다. 버섯 엑기스였다.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해서 우리는 한 잔씩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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