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소상인, 관심없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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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소상인, 관심없는 정치권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07.2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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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31명 중 불매운동 집회 참여자 3명에 그쳐
자치단체장 ‘침묵’ … 전북지사 “SSM 강력규제” 대조

   
▲ 홈플러스 불매운동이 시민들의 관심속에서 시민 중심의 불매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정치인들은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대한 불매운동이 직접적인 생존권이 관계된 소상인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확산된 가운데 정작 책임있는 발언과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 할 도·시의회 의원들은 집회 참여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어 그간의 외침이 선거용 구호에 지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충북경실련 회의실에서는 각 정당 충북도당 관계자들과 충북도·청주시 관계자, 도·시의회 관계자 20여명이 모여 홈플러스 청주점의 24시간 영업 철회와 상생협약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키로 결의했다.

이후 정당들은 앞 다퉈 성명서를 발표했고, 눈치를 보던 한나라당도 홈플러스 측에 간담회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 보였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홈플러스 24시간 영업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에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 속에 시민중심의 운동으로 확산됐다. 28일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홈플러스 SSM 개신2호점 입점저지 주민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결실을 맺었다.

“의원들 진정성 의심된다”
지난 15일에는 재래시장 상인을 비롯한 소상인 1000여명이 점포 문을 닫고 홈플러스 청주점 앞에서 이른바 철시투쟁을 벌여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규탄집회에 참석한 한 상인은 “그냥 앉아서 죽을 수는 없어 나왔다”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정치인들이 진심으로 관심이 있긴 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가끔 얼굴을 비추는 몇몇 의원들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15일 참석한 시도의원은 도의회 이대원 의장, 권광택 의원 2명과 시의회 최진현 재정경제위원장을 비롯해 김갑중·김명수·박종성(이상 재경위)·김기동·안혜자 의원 등 5명에 그쳤다. 그나마 이날이 가장 많은 도·시의원들이 참석한 날이다. 이에 대해 한 도의원은 “상임위 회기중이였기 때문에 대부분 의원들이 참석하기 어려웠다”고 답했지만 도의원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단지 이날만이 아니었다.

5월 12일 홈플러스 24시간 철회 공동 대응 결의 이후 주요 집회(표 참조)에 참석한 도의원은 이대원 의장과 권광택 김법기 의원 등 3명뿐이다. 31명이나 되는 도의원 가운데 10%만이 참석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상임위가 열리고 있더라도 현장에 상임위 의원들 가운데 한둘은 참석할 수 있었고, 잠시 짬을 낼 수도 있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시의회에서는 고용길 의장을 비롯해 9명의 시의원이 집회 현장을 방문해 도의원들보다는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하지만 참석한 시의원들 또한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재경위 소속 의원들이거나 해당 지역구 의원 일색이다. 도시건설위나 기획행정위 소속 의원들은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 의원들도 일회성 참여에 그쳐 진정성이 의심된다. 

어쨌든 시의원들의 관심은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고 도의회의 경우 ‘상위법인 유통법 개정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례 제정은 의미가 없다’는 논리 속에 여전히 조례 제정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 관계자는 “집회 현장에 나서는 것이 의원들의 관심이나 적극성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나 소상인들은 많은 정치권의 지지를 원한다. 이제는 시민운동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정치인들의 참여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정치인들이 적극 동참했다면 지금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첨복단지 유치 등 현안이 많기도 하지만 도의원들이 기본적으로 홈플러스 불매운동 등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 참여율이 저조한 직접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주와 청주 관심차 커
각 정당 충북도당도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6일까지 진행된 1인 시위는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과 정치권이 함께 해나가기로 협의했지만 참여도는 저조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2회에 걸쳐 1인 시위를 한 반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1회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동참조차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6월 18일 서명운동 선포식 때서야 여론에 떠밀려 합류했다.

자치단체장은 요지부동이다.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은 자치단체장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충북민생경제살리기운동 관계자는 “도지사와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홈플러스 측에 어떤 식으로도 압력을 넣을 수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완주 전북지사는 27일 도청 접견실에서 전북 슈퍼마켓조합장들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형 수퍼마켓의 진입 차단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소상인들에게 힘을 싣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형마트 지역 기여 이행 협약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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