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마을의 맛은 그렇게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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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마을의 맛은 그렇게 익어가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7.29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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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 원흥이생명평화회의 상임의장

송학정의 ‘토종닭 볶음탕’

허원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54)는 역사학자이면서 환경운동가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전 대표·원흥이생명평화회의 상임의장·(사)두꺼비친구들 이사장 등 환경운동의 최일선에서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청주시내가 떠들썩했던 원흥이두꺼비마을보전운동 당시 유명해진 그는 집에서도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청원군 옥화구경 중 한 곳인 용소 부근에 집을 짓고 사는 허 교수는 “책 좀 보려고 조용한 시골로 들어갔으나 경치가 좋아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할 일이 무척 많다. 5년 동안 옥화대 전원주택단지 관리대표를 맡아 정화조·지하수·쓰레기처리 문제를 일일이 신경썼다. 지금은 쓰레기차가 들어오지만, 전에는 쓰레기를 청주까지 싣고 와서 분리배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옥화대로 놀러온 피서객들과 싸우기도 참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 대목에서 ‘깐깐한 원칙주의자’가 어떻게 했을까 그림이 그려졌다. 허 교수의 부인이 제발 싸우지말고 살자며 사정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환경론자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그는 외식보다 김치 한 가지 반찬이라도 집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소 ‘김’을 뺏지만, 상당산성 산성마을에서 닭도리탕을 먹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여름철 보양식이 필요한 시점에 맞는 선택인지라 반색을 하고 따라나섰다.

그는 ‘송학정(043-255-8535)’으로 안내했다. ‘송학정’은 음식을 푸짐하게 주는 곳으로 이름난 집이다. 닭도리탕 한 개만 주문해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반찬을 많이 내온다. 이 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두부, 고들빼기 김치, 가지나물, 고추무침, 버섯나물, 마늘절임, 콩나물무침, 마늘장아찌 등등…

닭도리탕이 나오기 전 빈대떡과 맑은 동동주를 한 동이 주문했다.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불러야 맞는다는 얘기부터 시작했다. 간판에 써있는 ‘토종닭’이라는 문구 때문일까. 닭볶음탕이 맛있었다. 쫄깃쫄깃한 육질에 먹음직스런 양념, 감자와 미나리 등 각종 채소를 듬뿍 넣은 닭볶음탕은 토요일 저녁을 즐겁게 해주었다. 허 교수도 “양념을 아주 잘 한 것 같다. 교수모임 때 여러 번 와본 식당인데 대체로 음식이 맛있다”고 거들었다.

그에게 물 맑은 옥화대에서 사는 얘기를 들었다. “2000년에 가장 개발이 안된 곳으로 들어가 집을 지었다.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근처에 수달 서식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에는 반딧불이도 있고 조용해서 무척 좋았다. 요즘 좀 시끄럽지만 평일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그는 평소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지만, 청주시·충북도 등의 지자체 환경정책을 감시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최근의 꿈은 환경센터를 짓는 일이다. 환경운동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원흥이두꺼비마을보전운동. “도심에서 개발을 하더라도 생태보존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델케이스가 됐다. 100%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이 운동을 통해 토지공사와 충북도 등의 마인드가 바뀌었다. 국내 여러 곳과 일본에서도 벤치마킹을 해가고 있다.”

허 교수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중국사를 전공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서원학원이 ‘갈짓자 걸음’을 계속하며 구성원과 지역사회를 실망시켜 오늘은 학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산성마을은 캄캄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성마을의 밤 공기는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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