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관계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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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사관계와 시사점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8.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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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고려대 교수, 조치원 마을 이장

   
80일 가까이 전개된 평택 쌍용자동차의 파업 끝에 8월 6일 노사 간 최종 합의 타결로 다행히 ‘제2의 용산 참사’는 면했다.

당초 쌍용차 회사 측은 약 260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야지만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되어 쌍용차의 경제적 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우리가 잘못이 있다면 오로지 일을 열심히 한 죄 뿐”이라며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80일 가까운 싸움이 전개되는 동안 이미 수많은 사람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공장이여, 잘 있거라!’고 하며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결코 명예롭거나 자부심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자본주의 시장 경쟁이라는 것은 제 아무리 각각의 회사가 열심히 잘 하려 한다고 해도 흥하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을 갈라세운다는 점이다. 개별 회사에서 노사가 합의해서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루는 경우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다른 경쟁 기업과의 관계에서는 부단한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자본력이나 기술력, 노동 통제력이나 상품 경쟁력이 강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오래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자원은 낭비되고 회사마다 노동자들의 삶은 황폐화한다.

둘째, 석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업은 장기적으로 사양 산업이라는 점이다. ‘피크 오일’(석유 채굴량이 최고점에 이르는 때)이 우리 코앞에 왔다는 여러 학자들의 문제제기처럼 이제 화석 에너지 시대는 점점 막다른 골목에 다가서고 있다.

식물성 기름이든 바이오 가스든 태양광이든 대안 에너지를 개발한다고 아우성이긴 하지만 소비의 측면을 성찰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여전히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시스템의 사고방식 속에서 대안을 찾는 한 사태는 ‘갈수록 태산’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과연 이 세상은 인간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봐야 한다.

셋째, 굳이 쌍용차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전 사회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더 많다는 점이다. ‘20대 80 사회’라는 명제나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명제가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또 설사 고용이 된다 하더라도 ‘워킹 푸어’ 명제처럼 일을 하기는 하는데 여전히 빈민으로 힘겹게 살아야 한다.

수십 년 전부터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면 고급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뿐 아니라 인간은 힘겨운 노동에서 해방되어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며 선전하던 가진 자들의 논리가 모두 새빨간 거짓말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그런 말이 겉으로는 그럴 듯한데 실제로는 새빨간 거짓말이 되는 것은 지금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인간의 필요라는 원리를 따르기보다는 자본의 이윤이라는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이런 내용을 우리가 진지하게 되새긴다면 앞으로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이윤의 원리에 기초한 사회경제 시스템은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점,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인간 공동체에 해롭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다음으로 할 일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과연 어떤 방향과 내용을 갖는 것인지 사회적 토론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온 세상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선 어떤 사회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 대화와 토론,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그릇 안에 갇힌 개구리로 머물 것인지, 그릇 밖으로 탈출하여 새 삶을 찾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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