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분리’ 농협 구성원간 온도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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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분리’ 농협 구성원간 온도차 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9.10.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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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집행부 저지운동 ‘결의’ 구성원은 ‘글쎄’
“전문성 향상위해 분리해야” 찬성 목소리도

 정부가 농협 개혁을 표방하며 추진 중인 신용·경제사업 분리와 관련된 논쟁이 농협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농립수산식품부는 지난 15일 농협측이 내놓은 신경분리안과 정부안을 절충해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연내에 농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하지만 농협노조는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를 결사반대를 외치며 범국민 천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농협 내부에서도 성격이 다른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 정부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내린 가운데 농협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노조는 정부 주도의 신경분리를 반대하며 천만인 서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탄생한 이후 신경분리는 줄곧 논의의 대상이었다. 농협노조는 2007년 정부와 합의대로 2017년에 자율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협노조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농협 신경분리 논란은 15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법 제1조 및 제9조의 정신에 따라 농협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농촌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용사업을 분리 했을 때 농촌이 다 죽는다”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가 농협의 신경분리를 통해 농업·농촌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또한 신경분리는 지역조합을 합병·퇴출시키고 협동조합 노동자들을 길바닥에 내모는 구조조정의 수단이라는 것. 노조 관계자는 “농협이 신경분리로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농협의 주인이 농민이 아니라 주주가 되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는 협동조합의 구성원리와 이념에 근본적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만성적자 경제부문
농협은 크게 두개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경제부문은 농축산물 판매를 중심으로 한 농민지원사업이고, 신용부문은 시중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농협 경영은 신용부문에서 수익을 내 경제부문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문제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믿는 구석’인 신용부문마저 경쟁력을 잃고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우쳐 조합원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정체성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만성적자에 시달려왔다. 2006년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는 적자규모가 늘어 13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충북본부는 도내 경제부문에 대한 별도의 자료가 없다고 밝혔지만 지역의 특성상 신용부문 대비 경제부문 적자비중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러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경제부문은 지난해 신용부문으로부터 8522억원을 차입했다. 지난해 경제부문 교육사업비 3000억원도 신용부문에서 해결했다.

신용부문의 2006년 당기순이익은 1조원이 넘는다. 2007년에는 1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도 금고를 유치하는 등 특수은행의 덕을 본 것도 순이익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용부문의 수익구조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2009년 실적을 살펴보면 순이익은 절반으로 줄었고, 보험사업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192억원에 그쳤다. 전년도인 2007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757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43.3%가 하락한 것이다.

신용부문 수익률이 단기간에 크게 악화된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교육사업비 등 경제부문 사업비 분담과 더불어 자금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관리비용 증가, 위험자산 가중에 따른 신용리스크 증가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농협중앙회의 설명이다. 이래저래 농협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신경분리를 통해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높여 경제부문은 물론 신용부문의 수익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농협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양 부문에 인력이 왔다갔다하는 현 체제에선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농협 내부에서도 신경분리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경분리가 논의될 때마다 전 구성원이 하나가 돼 반대하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충북본부 관계자는 “많은 구성원들이 신경분리가 되면 신용부문에 남아 있길 바라는 것 같다. 갑작스런 정부의 추진에 당혹감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신경분리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시민들의 눈에 농협이 대단히 잘못된 운영을 해 개혁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옳지 않다. 신경분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된 것이고,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 2011년 신경분리 마무리
한편 농협중앙회는 지난 15일 신용부문을 2012년까지 분리하고 경제부문을 2015년 분리하는 ‘2단계 신용·경제사업 분리 방안’을 내놓았다. 노조가 주장하는 2017년 신경분리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농협중앙회의 분리안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 산하에 현재의 교육지원과 상호금융 분야를 계속 유지하고, 신용부문을 2012년 지주회사 형태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부문은 자립기반이 구축되는 2015년에 경제지주회사의 형태로 분리하되, 자금 지원 등 제반 여건이 마련되는 정도에 따라 그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 규모에 따라 경제지주회사 설립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는 경제부문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6조원 가량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경분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 중에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2011년부터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별도의 지주회사로 분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조합의 상호금융특별회계도 농협중앙회에서 떼어내 상호금융중앙금고 형식으로 전환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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