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주먹구구식으로 손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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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주먹구구식으로 손대지 마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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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복원을 위한 정책간담회’서 전문갇사회단체 주장
무심천관리 전담부서 설치는 찬성, 종합개발계획은 “너무 빈약” 평가

무심천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무심천에 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이되,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심천에 무엇을 설치하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는 제대로 복원하고 나서의 문제라는 의견이다.

‘청주시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환경분과에서는 지난 4일 무심천 복원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고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청주시 담당 공무원 등 20여명이 참여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청주시에서는 곽승호 도시과장, 김봉근 공원녹지과장, 김재선 환경과장, 김태연 건설과장, 서정수 총무과장, 신필수 도시건설국장, 심희명 하수과장 등 무심천과 관련된 과의 과장급 이상이 모처럼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천의 직선화 가장 큰 문제”
시는 무심천 생태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0∼2005년까지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미호천 합류지점까지 12㎞에 달하는 구간에 80억원을 투입, 상류지역은 자연생태형 중류는 친수형 하류는 자연생태형과 정화형 공간으로 복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추진한 사업으로는 제2운천교∼송천교 구간에 대해 돌쌓기와 징검다리, 관찰로, 습지 등을 만든 것.

그러나 이같은 생태공원화 사업에 대해 손영목 교수(서원대 과학교육과)는 “무심천 하류지역은 가장 취약한 생태환경을 보여주고 있고, 하천이 직선화 돼있다는 게 큰 문제다. 생태공원화 사업을 하려면 무심천이 생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조성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심과 하상구조가 다양하고, 수변식물도 우거져야 하는데 이런 것은 물의 속도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천을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돼서 홍수 몇 번 거치면 여울과 소가 자연스레 나타난다”며 기반조성은 사람이 하지만 나머지는 자연이 하는 대로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재 청주환경련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무심천 종합발전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계획에 불과하다며 시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있지만 반영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김재한 교수(청주대 지리교육과)는 당장 보기 좋으라고 무심천에서 자생하지도 않는 식물을 식재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제하고 이런 세부적인 계획보다는 생태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충고했다. 무심천 하상구조물도 도마위에 올랐는데 시에서는 앞으로 구조물 만드는 것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터플랜 제대로 만들자”
하지만 생태복원 및 친수공간 조성, 퇴적로 준설, 호안정비, 자전거도로 및 조깅로 설치, 도시방재 기본계획 수립 등으로 정리되는 무심천 종합개발계획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이게 종합계획이냐’는 비판의 소리를 들었다. 마스터플랜 없이 무심천에 부분적으로 손대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성토한 참석자들은 종합계획 용역을 주더라도 (가칭) 무심천종합계획추진단을 만들어 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염우 충북환경련 사무처장의 말이다. “무심천에 관한 마스터플랜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용역을 맡기려면 시작단계부터 전문가와 기관, 사회단체가 참여해야 하고 남석교는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 무심천 종합개발계획이라고 한 부분도 무심천 종합관리계획으로 바꿔라.” 전문가와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청주시가 무분별하게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는 개발 방안에 쐐기를 박고 손 안대는 것이 무심천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는 무심천 전담부서 설치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시는 소장을 5급으로 하고 총 13명의 인력을 배치한 (가칭)우암산·무심천관리사업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정수 총무과장은 “기구나 정원 승인에 관한 것은 행자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충북도에 기구 설치를 신청했는데 도의 검토를 거쳐 행자부로 올라갈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시기구는 아니고 정식기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담부서 설치는 대체로 찬성 여론이 많았다. 실제 현재 무심천 업무중 수질은 환경보호과, 도로 등 구조물은 건설과, 먹는 물은 상수도사업소, 기타 사업은 하수과 등으로 나뉘어 있어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대전시는 이미 지난 8월 30일 갑천·대전천·유등천 등 3대 하천을 관리하는 하천관리사업소를 출범시켜 행정을 일원화했다.

수원천·양재천 미리 답사
그리고 무심천 둔치 자전거도로 설치사업도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시는 금년 10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장평교∼신대동 환경사업소 하천 둔치까지 16.5㎞ 구간에 40억원을 들여 자전거도로를 설치키로 하고 지난 10월 공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송재봉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자전거도로도 곧 뜯어낼 구조물에 불과한데 왜 하느냐”며 주변에 자전거도로가 없어 자전거를 무심천까지 가져오기도 불편하다고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무심천 경관계획을 들은 이들은 청주시가 홍수나면 꽃나무 심고, 또 홍수 지나가고 나면 꽃나무 심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생태복원을 제대로 한 뒤 아름답게 만들 궁리를 하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책간담회에 앞서 지난 10월 31일 청주시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환경분과 위원들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수원천과 양재천을 답사하고 돌아왔다. 박창재 청주환경련 사무국장은 “상류는 과천, 중류는 서초구, 하류는 강남구가 관리하는 양재천은 관리 주체가 각각 달라 하천 상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상류에는 생활 하수가 떠 다니는 반면 하류에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다만 이 곳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는 것이 거슬리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양재천을 생태하천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원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시민들 사이에 일고 있고, 관개저수지에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며 연못 같은 것이 잘 조성돼 있다고 밝혔다. 작은 도랑 수준이고 하천의 폭이 좁다는 단점이 있지만, 생태하천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박국장은 답사팀의 의견을 받아 정리한 뒤 벤치마킹할 부분을 시에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시의 상징이며 추억과 동시에 꿈이 들어있는 무심천. 어릴적 뛰어놀던 본래의 모습을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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