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출마가 정녕 봉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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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출마가 정녕 봉사인가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9.12.2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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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사회문화부 차장

6.2 지방선거가 5개월 남짓 남았다. 저울질 하는 사람부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한 예비후보 까지 유권자들은 연초부터 제법 그럴싸한 대접을 받을 판이다.
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 전현직 공직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시장이나 군수에 대한 이들의 지향과 오랜 공직생활이 이들의 출마를 부추길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 출신이 단체장으로 적격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최소한 행정분야 만큼은 달인인 이들을 따라 갈 사람이 없겠지만 민주주의나 주민자치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적임자라고 할 수 없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진리를 이들이 공직생활을 통해 체득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입맛이 개운치 않다.
단체장으로서 공무원 출신의 자질론은 차치하다라도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치9단의 원로 정치인을 능가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출마의 변을 밝힌다. 이런 판에 박힌 듯한 말을 듣자면 격한 표현으로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정녕 이들이 시장이나 군수가 되겠다고 선거에 나선 이유가 봉사하기 위함인가. 적게는 30년, 길게는 40여년 공직생활 동안 과연 이들이 지역과 주민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봉사했는지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차라리 고위직에 까지 올랐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돼 단체장 한번 못 해보고 퇴장하는 것이 아쉬워 도전해 보겠다는 게 솔직한 속내가 아닐까.
아니면 현 단체장이 일하는 것을 보니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워 직접 나서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어떤가.

이들이 봉사하겠다는 말을 믿기 힘든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그동안의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은 민의나 여론 보다 자신이나 영향력 있는 특정인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밀어 붙이곤 했다. 또 소속정당으로부터 공천받기 위한 다양한 제스쳐와 표를 의식한 선심성 사업을 난발하기도 했다.
심지어 특정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으면 출마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출마 하겠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열심히 표를 다지면서도 정작 어느 자리에 출마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게 현실이기는 하지만 단체장에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눈에는 지역과 주민에 앞서 이해관계와 차기 선거를 의식한 표가 먼저 보이지 않겠는가.
공직자 출신이든 정치 지망생이든 이번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들 중에 소신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을 만나길 기대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는 백화점식 공약 말고 시정이나 군정 운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인물을 만나고 싶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면 최소한 정당 공천에 연연하는 자, 출마하려는 목적이 불문명한 자는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지방선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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