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충동 ‘사랑의 집짓기 1호’
소년소녀가장 ‘종관이네’의 겨울나기
상태바
모충동 ‘사랑의 집짓기 1호’
소년소녀가장 ‘종관이네’의 겨울나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11.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겨울은 참 따뜻합니다”

종관이네, 50년동안 산 천막집에서 스틸하우스  2층집으로 이사
모충주민 후원금모아 설계부터 공사, 내부 가구배치까지 도맡아
서원대 김정진교수가 설계, 가나종합건설 공사지휘

모충동 쌍샘골목에 위치한 ‘종관이네집’이 요즘 시끌벅쩍하다. 동네주민들은 “집한번 참 잘 지었다”는 인사를 건네고, 언론들도 앞다투어 종관이네를 보도했다. 종관이네는 50년 동안 줄곧 브럭스레트(천막)집에서 살았다. 종관이네 식구들은 옛날집에 대해 “군불을 때서 따뜻했죠. 겨울에는 찬물을 쓸수 밖에 없었고, 바람이 심하게 드나들었지만 그래도 정든 집”이라고 추억했다.

종관이네집은 올해 8월 모충동 ‘사랑의 집 제1호’로 선정됐고, 지난 10월초부터 공사를 시작 드디어 11월 5일 준공식을 가졌다. 이 새집은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지은 일명 ‘러브하우스’다.

종관이네는 거동이 불편하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종관(운호중3), 아영(모충초6) 네식구가 살고 있다. 종관이와 아영이는 어렸을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은 소식이 끊긴지 오래고, 살림은 외할머니가 고물을 주어다가 팔며 꾸렸다. 종관이는 소년가장이다.

종관이의  외할머니 이재인씨(61)는 “50년동안 늘 찬물로 빨래와 설거지를 했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니 참 좋네요. 올 겨울에는 아이들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할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구경도 많이 오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아 번잡스럽지만, 이렇게 늘그막에 좋은집을 얻게 돼서 도움주신분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종관이는 “무엇보다도 내 방이 생겨서 제일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철희 모충동장은 종관이네 ‘새집’이 지어진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에서 매년 어렵게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집수리를 해주는 예산이 있습니다. 지난 5월경 사회담당직원이 모충동은 종관이네 집이 가장 시급한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현지조사를 나갔는데 집이 낡고 오래돼 도저히 수리가 불가능하게 보였죠. 그러던 중 8월경 주민자치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강원도 태백시 철암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서울의 건축사협회에서 매년 학생들과 힘을 모아 일년에 한두채의 집을 지어주고 있더라고요. 그때 마침 모충동은 관내에 있는 서원대학교와 민학협동을 맺은 시점이라서 이번 기회가 호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원대 이희선 총장과 상의했는데 선뜻 설계와 학생들의 자원봉사, 건축비의 일부 지원을 약속해 주셔서 일은 급속도로 진행됐습니다.”

이동장은 종관이네집이 그나마 외할아버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라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관이네 집터는 면적인 27평인데다가 삼면의 남의 땅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폭도 6~7m미터 밖에 되지 않아 일반건축이 불가능했다. 종관이네 식구는 네식구, 방도 네개가 필요했다. 설계를 맡은 서원대 김정진교수는 컨네이너 스틸하우스 공법을 제안했고, 집은 2층집으로 설계됐다. 총면적은 18평, 1층은 11평 2층 7평이다. 1층 내부에 나선형 계단이 멋스럽게 자리해 2층을 연결해주고, 또 2층에는 넓은 테라스로 공간을 남겨둬 시원한 느낌을 살렸다.

하얀색 스틸하우스에는 곳곳에 사랑의 손길이 묻어있다. 스틸하우스는 상호콘테이너에서 제작했고, 가나종합건설(대표·박종희)은 매일 현장에서 공사지휘를 담당했다. 건설장비는 신양건설, 철거는 건설환경개발, 전기공사는 성근엔지니어링, 수도공사는 전문건설협회 청주시연합회, 보일러는 귀뚜라미 서청주대리점, 조경은 신원조경에서 맡았다.

 그밖에 한화종합화학 부강공장, 원성화학, 금성건자재에서 건축자재를 후원해줬다. 레아 콜렉션에서 커튼을, 리드 종합건설에서 싱크대와 붙박이장 등 가구를, 태호산업에서 침대와 이불을 후원해줬다.

또한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이곳을 사회봉사 장소로 선정하여 보름이상 건축일을 도왔고, 노래자랑대회에서 나가 상으로 받은 TV와 청소기까지 내놓은 모충동 부녀회장 신정순·엄옥순씨까지, 지역민들의 소소한 도움으로 집이 건축됐다. 그리고 모충동 15개 경로당에서 1만원씩 모아 후원했고,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도 이사 및 청소, 손님접대를 도왔다. 그래서 종관이네 이삿날은 ‘동네잔치날’이었다.

이동장은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들어갔고, 청주시에서는 이러한 집짓기 모델이 없어서 시행착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종관이가 다니는 운호중학교와 동생 아영이가 다니는 모충초등학교에서 후원금을 보내주셨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죠. 마침 종관이 외할아버지 조카딸이 1천만원을 선뜻 내놓아 공사가 무리없이 진행됐어요”라고 말했다.

총 공사비용이 3천 500만원 들어갔다고 한다. 앞으로 ‘러브하우스2호’탄생에 대해 묻자 이동장은 “쉽지는 않은 일이네요. 하지만 어려운 동민들을 부지런히 찾아내 집짓기 모델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