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주계약자공동도급, 제 발등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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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주계약자공동도급, 제 발등 찍었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0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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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방식 모른 채 실수 연발…‘특정업체 겨냥’의혹도
입찰공고·최소 반복…문제 잇따르자 ‘조달청 의뢰’급선회

청원군이 약 70억원에 이르는 관내 농어촌생활용수 개발사업을 입찰공고하는 과정에서 입찰방식에 대한 이해도 없이 주먹구구식 입찰공고를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청원군이 최초로 게재한 입찰공고대로라면 자격을 충족하는 업체가 4곳뿐이어서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입찰진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청원군 상하수도사업소는 금요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에 긴급으로 전자입찰 공고를 냈다. 가덕·남일·강내 배수지 3곳에 대한 배수지와 송수관로·배수관로 공사에 대한 입찰이다. 입찰방식은 제한경쟁·총액입찰·공공도급(주계약자관리방식)·전자입찰을 택했다.

   
▲ 청원군이 지난달 29일 주계약자공동도급방식으로 입찰공고한 사업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공문에서 나타나듯 촉박한 입찰등록마감 일정은 물론, 산출근거도 없이 토목공사업과 하수도설비공사업의 비중을 각각 50%로 정하는 등 업계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기준없는 입찰기준
하지만 청원군 상하수도사업소의 전자입찰 공고는 허점투성이였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양희문 대한건설협회충북도회 부처장은 “입찰공고문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종합건설업과 상하수도설비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는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행정안전부의 주계약자공동도급 운영요령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토목공사업과 상하수도설비공사업 비율을 근거도 없이 50%씩 배정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원군이 이번 사업에 적용한 주계약자관리방식에 의한 공동도급은 지난해부터 시범운영돼 지금까지 12개 광역지자체가 적용했고, 충북에서는 이번 사업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주계약자관리방식은 일반공동도급 방식의 폐해로 지적됐던 이면계약이나 불법하도급 등의 문제점을 개선할 제도로 그동안 하도급형태로 사업을 진행해 온 전문건설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문제는 주계약자관리방식을 실시한 청원군이 이 방식에 대해 정확한 사업진행방식을 숙지하지도 못했고, 입찰공고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실수를 연발하며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지난 1월 8일자로 하달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르면 ‘계약담당자는 1개의 법인(또는 개인)이 건설업 면허(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를 중복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주계약자나 부계약자 중 1개의 구성원자격으로만 참여해야하며, 이러한 내용을 입찰공고에 명시해야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청원군은 오히려 이와 상반되는 내용을 입찰공고에 명시했다. 단독입찰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에 대한건설협회충북도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청원군은 입찰공고를 낸 지 35분만에 취소공고를 내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밖에도 입찰공고문에는 상식을 벗어난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청원군은 입찰공고 개시일을 1월 29일 오후 6시로 하고 입찰등록마감일을 2월1일(월요일) 6시로 발표했다. 날짜상으로는 3일이지만 주말을 제외하면 월요일 하루인 셈이다.

또한 토목공사업(통상 종합건설 몫)과 하수도설비공사업(전문건설 몫)을 같은 50%로 공고했다. 공정에 따라 사업비용의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나눠주기 식으로 공평하게(?) 2등분한 것이다.

행안부의 주계약자공동도급 운영요령에는 공종내역의 구분에 대해 공종별 목적물 물량내역서를 기준으로 공동수급체 구성원간의 하자구분이 분명하도록 시공분담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총공사비만 추정했을 뿐 공정별 사업비는 계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 447개 업체 중 4곳만 조건충족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말을 끼고 긴급으로 공고를 낸 점이나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 점, 50%를 기준으로 할 경우 5년간 실적 누계액이 63억원이 넘는 업체라는 점에서 특정업체를 염두에 둔 입찰 진행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도내에는 447개 업체가 상하수도설비공사업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에 따르면 5년간 실적이 63억원을 넘는 곳은 단 4곳뿐이다. 이를 두고 전문건설협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상하수도설비공사업 관계자는 “어차피 공사현장도 3곳이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분할발주 등을 통해 여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주계약자관리방식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청원군의 어설픈 행정처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5분만에 취소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청원군은 다급히 지난 1일 오후 1시에 지적됐던 조항을 변경하고 토목공사업 71.89%·상하수도설비공사업 28.11%라는 구체적인 비율로 재조정해 다시 입찰공고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에 대해 건설협회가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고 다시 55분만에 취소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청원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행정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물량내역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별 사업비를 구분해 계산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주계약자방식 ‘뜨거운 감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청원군이 2010년 사업예산을 조기집행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는 긴급입찰공고를 냈고, 마감일시는 공고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지역업체에 이익을 더 주기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청원군은 태도를 바꿨다. 청원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이와 같은 종류의 공사는 조달청에 맡겼다. 주계약자공동도급방식을 포기하고 조달청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건설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조달로 시행될 경우 지역의 특성상 실적가에 비해 10%이상 낮은 조달가에 공사를 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도 “조달청 의뢰로 가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방식이다. 도내에서 처음 시도한 주계약자관리방식인데 반드시 성사돼야한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청원군이 이제와 행정편의를 위해서 조달청에 의뢰한다면 지금껏 주장한 내용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주계약자관리방식에 대해 전문건설협회와 건설협회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주계약자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사업규모가 크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가 한정돼 일반건설업체가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전문건설업체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보다는 일반공동도급을 유지하고 내부정화를 통해 폐해로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 1월 12일 행안부는 주계약자공동도급방식을 권고사항으로 시달했다. 이번 일은 유감스럽지만 열악한 중소 전문건설업체를 위해서라도 시급히 확대 시행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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