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가위하나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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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가위하나면 충분합니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02.0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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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이발봉사 이어온 이동희 씨

충주구치소(소장 장보익)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동희 씨(47·교위)가 자신만의 특별한 피로회복 방법을 소개했다.

이 씨는 3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24시간 근무를 마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양로원 등 복지시설로 발길을 옮긴다. 그가 20년간 거르지 않고 해온 일이다. 그가 하는 일은 어르신들에게 이발을 해드리는 것. 이 씨는 “어르신들의 머리카락을 깎아 드리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피로도 풀린다”며 비법을 공개했다.

이 씨가 이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이다. 그의 첫 근무지는 충남 홍성교도소였다. 충주가 고향인 그는 하숙을 하게 됐고, 하숙집 주인의 직업이 이발사였던 것이 인연이 됐다. 이 씨는 “수용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어 이용기술을 배웠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렇게 배운 기술로 이 씨는 근무 중에는 수용자들에게 이용기술을 가르쳐주고, 퇴근 후에는 인근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다.

이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게 더 많다고 말한다. 그는 “개운하게 이발을 하고 나서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큰 즐거움을 얻는다”며 “요즘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도 짬짬이 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닌다”며 흐뭇해했다. 봉사활동이 자녀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구치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혐오시설이라며 구치소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2004년 충주구치소가 설립된 후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씨가 주변 복지시설은 물론 인근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가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자 그를 대하는 태도는 물론, 충주구치소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이 씨는 “가위를 들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나에게 봉사활동은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라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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