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고 믿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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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고 믿나요?”
  • 충청리뷰
  • 승인 200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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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하는 역사기행 (25)-농업과학관

오늘 아침에 무엇을 드셨나요? 밥상에 올라온 음식은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요즘은 서구화되어 빵을 먹는 집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밥과 김치, 국이나 찌개를 포함한 밥을 먹습니다. 각 나라마다 풍토가 다르듯 먹는 음식도 모두 다른데요. 오랜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식으로 밥을, 찬으로는 김치를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늘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네 밥상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고 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그것을 알 수 있는 곳으로 가려 합니다. 바로 청원군 오창면에 있는 농업과학관입니다.

차를 타고 율량동에서 진천 방향으로 10여분 가다보면 왼쪽에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이라는 푯말이 보입니다. 그리고 정문을 지나 여러 종류의 벼가 심겨진 곳을 따라 들어오면  농업과학관이 보입니다. 이곳에서는 도시화, 산업화로 점차 사라져 가는 귀중한 농경 유물과 농촌의 사계절 모습, 그리고 농사의 발달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모형으로 꾸며놓아 농사를 지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기가 좋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리나라의 24절기와 각 절기마다 먹는 음식이 벽을 장식하고 있는데요. 음식들을 보면 예전에 어른들이 해 주셔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실제로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 많지 않아 아이들이 “이게 뭐예요?”물어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집집마다 절기에 장만하여 나눠 먹으며 건강을 지켰던 선조들의 지혜를 느끼게 합니다. 돌아오는 동지에는 부지런을 떨어 아이들과 팥죽을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70년대 이후 농사는 기계를 많이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요. 아주 오랜 옛날에 사용되었던 돌로 만든 돌보습과 돌도끼부터 보습, 쟁기, 가래, 써레 등 이곳에는 많은 농기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물건이 많아 어떤 용도로 쓰였던 물건인지 알기가 어려운데요. 이곳을 오기 전에 <쌀 한 톨 한 톨>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왔더니 농사의 과정을 이해하고 농기구의 용도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이렇게 실물을 보고 집에 돌아가서 농사와 관련된 낱말을 모아 아이들과 함께 용어사전을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농촌의 사계절을 인형으로 꾸며 놓은 곳입니다. 계절별로 농촌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간접경험을 하기에 적당하더군요. 봄에는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는 잡초를 뽑고 거름을 주는 것을 보면 농촌의 분주함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편하게 먹는 밥이 모두 농부들이 흘린 땀 한 방울 한 방울이라고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밥이 귀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가을에는 수확하는 모습을 통해 농부들의 땀의 결실을 보는 것 같아 절로 부자가 된 것 같고, 겨울에는 조금은 한가해진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함께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노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도시에 사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여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미래의 농사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요? 유전공학의 발달로 토마토와 감자가 열리는 토감, 치료약이 들어가 있어 먹으면 병이 치료되는 과일.....  우리가 상상만 했던 일들이 꿈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날이 멀지 않았는데요. 전시관을 둘러보며 미래의 농촌 모습을 꾸며 본다면 일이 너무 힘들어 꺼렸던 농부라는 직업이 의사나 변호사가 부럽지 않을 듯 싶어 전망좋은 직업으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농업과학관에서 나오기 전에 빼먹지 말고 보아야할 것이 있습니다. 나오는 출구에 있어 찾기 쉬울 겁니다. 바로 옥산 소로리에서 발견된 볍씨인데요. 단단한 찰흙층 아래 3.3-5m 사이에 분포되어 있는 토탄층에서 나온 15톨의 이 볍씨는 10만년 전의 것으로 중국 양자강 유역의 하모도에서 발견된 볍씨보다 더 오래되어 우리 조상들이 오래 전부터 쌀을 먹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옥산으로 가보세요 그리고 길가에 세워져 있는 소로리라는 지명을 발견한다면 좀더 오랫동안 소로리볍씨를 기억하지 않을까요?
 
*참고 도서*
쌀 한 톨 한 톨 , 임정아, 보림
보리타작 하는 날, 윤기현,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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