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개·수달 이어 백로 서식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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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개·수달 이어 백로 서식지까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06.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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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서 중부권 최대 서식지 발견…환경단체 철새도래지 보호 요구
4대강 정비·테크노폴리스 조성 계획 제동… 근린공원 시설 문제없어

   
▲ 청주삼백리 답사대가 지난 3일 무심천 지류인 문암천 답사도중 발견한 백로 집단 서식지는 1000여마리의 개체수를 자랑하고 있다. 새박사 윤무부 교수는 중부권 최대 서식지로 보호 필요성을 제기했다.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의 고심이 깊어 가고 있다. 청주 테크노폴리스 예정지이자 4대강 정비 사업 지류인 미호천과 무심천의 합수부 인근 야산에 중부권 최대의 백로 서식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무심천 백로 집단서식지 보호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오전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일대에 대한 정밀 환경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4대강 정비 사업을 비롯한 모든 개발 행위를 잠정 유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철새도래지 보호 지정 등 국가 차원의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청주시가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무심천 백로 집단서식지 보호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청주삼백리, 마을공동체연구소, 지구를 살리는 청주여성모임,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충북교사모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등 도내 15개 환경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201의 야산 백로 집단 서식지는 청주 삼백리 답사대가 지난 3일 무심천 지류인 문암천 일원을 답사하던 중 발견했다. 쇠백로와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등 왜가리과 5종 1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주삼백리 답사대 송태호(54) 대장은 "무심천 백로 집단 서식지는 하루 이틀 사이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며 "10여 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체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은 인근 백로 서식지 2곳이 개발로 훼손 되면서 안전한 이곳으로 날아든 것이 원인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백로 서식지였던 소나무 숲이 문암생태공원 조성으로 훼손 되었고 또 하나의 백로 서식지였던 까치내 버드나무가 개발로 잘려 나가면서 서식지를 잃자 이 곳 무심천 야산에 집단 서식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박사 윤무부(69·경희대) 교수는 "경남 통영의 한 섬에 이어 중부권 최대의 집단 서식지인 듯하다"며 "일단 주변에 비해 오염이 덜된 상태로 동산이 시야가 넓고 인근에 습지와 무심천, 논 등이 있어 풍부한 먹이서식지가 형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백로 집단서식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방에 문화적 가치가 높은 만큼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백로는 공단이 들어서고 주변 개발로 먹잇감이 오염되면 딴 곳을 찾아 날아가게 된다. 강원도 횡성과 양양, 경기도 여주군 북면 일원에 아직 집단 서식지가 남아 있지만 전국적으로 개발 논리에 새들의 집단 서식지가 많이 파괴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청주시 박재일 건설교통국장은 "4대강 정비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대전국토유역환경청에서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주시 이동주 도시관리국장은 "오랫동안 백로서식지로 유지되어 왔고 청주 테크노폴리스 조성계획에도 근린공원시설로 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도내 환경단체가 정밀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요청서를 접수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 윤무부 교수
처녀·과부 백로마을 시집못가 안달
새박사 윤무부 교수가 들려주는 백로이야기

우리에게 새박사로 잘 알려진 경희대학교 윤무부(69·사진) 교수가 10일 청주를 방문했다. 청주 삼백리 답사대가 지난 3일 무심천 지류인 문암천 답사도중 발견한 백로 집단 서식지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 5일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한 그는 중부권 최대 백로 서식지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윤 교수는 "다른 곳에 비해 오염이 덜 됐고 풍부한 먹이와 습지, 확 트인 시야 등이 백로가 서식하기에 적당하다"며 "백로는 얕은 물에서 물고기와 뱀, 개구리 등을 먹고 사는데 4대강 정비사업 일환으로 작천보가 설치되고 수심이 깊어지면 먹이서식지가 파괴되어 백로는 딴 곳으로 옮겨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는 백로 서식지가 국가 차원의 철새도래지 보호지정 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미호종개와 수달에 이어 백로 집단 서식지까지 발견된 것은 무심천 지류의 건강성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환경은 보존되어야 한다"며 "지방정부는 당분간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을 중지 시켜야 한다. 공단이 들어서고 먹이서식지가 오염되면 백로는 딴 곳으로 떠나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400여 종의 조류 중 60%가 습지에서 살고 있다. 이 중 충북에서도 많이 관찰되던 휘파람새나 방울새 등 40여 종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라고 말했다.

실제 백로 집단 서식지는 이미 오염된 먹이를 먹고 숨진 해오라기 등의 사체가 다수 발견되어 취재진을 안타깝게 했다. 윤 교수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무엇을 하겠다고 공언할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부터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부터 백로는 길조로 여겨졌다"며 "백로는 물이 풍부한 습지에서 주로 살았고 물이 풍부한 곳은 벼농사가 잘 되어 굶어 죽는 일이 없었다"며 "그래서 처녀, 과부는 백로마을에 시집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여름 철새인 백로는 네비게이션 하나 없이 3800㎞ 밖인 필리핀에서 해마다 5월쯤 날아와 한 여름을 지내고 겨울이 오기 전에 되돌아 간다"고 말했다.

<tip>왜가리과란?
왜가리 과는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를 포함 한 황새목에 속한다. 먹이는 물고기, 개구리 등의 수생동물들이기 때문에, 수질이 오염되면 영향을 받는다. 흔히 왜가리 과에 속하는 새를 총칭하여 백로라고 하기도 한다. 키는 30-140㎝ 정도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크며 몸은 작은 데 비해 머리와 다리가 매우 길다. 날개는 발달했고 날개 면적은 몸무게에 비하여 크며 날개를 서서히 흔들어 날 수 있다. 꼬리는 작다. 몸 빛깔은 암수가 비슷하며 백색·갈색·회색·청색 등이 있고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목과 다리가 길어 얕은 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과 다리가 짧아 물가에서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이 있다. 물고기 이외에도 가재·개구리·곤충 등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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