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가 잔디깎기 가위를 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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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가 잔디깎기 가위를 쥔 까닭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06.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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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헤어타운’ 이발사 황창진 씨의 숨은 봉사 ‘화제’

청주 사직2동 국보헤어타운 황창진(62) 이발사. 그는 잔디 깎는 이발사로 유명하다. 한 달에 두 번은 사람 머리카락이 아닌 잔디를 깎는 가위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잔디 깎는 이발사란 애칭을 갖게 된데는 지난해 10월 가게 앞에 세워진 벽잔디 게시판을 손수 관리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벽잔디 게시판은 새로 부임한 동장이 재개발 동네 주요 도로에 빈집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어 이를 가리려 설치한 게시판이다. 동네 학생들의 우수한 그림을 엄선해 전시하고 게시판 둘레 벽면에는 잔디를 심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바로 이 잔디 게시판을 황 이발사가 한 달에 2차례씩 손수 가위를 들고 깎고 다듬고 있는 것이다.

제천이 고향인 그는 벌써 32년째 청주 사직2동에 살고 있다. 그의 나이 30살 때에 이사와 이발관을 운영한지 수십년이 흐른 것. 이제는 이웃들이 모두 친구·가족 같아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는 “내 나이 17살 때부터 가위를 손에 쥐었지만 가위로 잔디를 깎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지 가위나 낫으로 잔디를 깎다가는 벽잔디의 뿌리가 상할 수 있어 이발 가위로 다듬게 됐다”며 “처음부터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고 청주의 명물을 손수 관리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 동네에 새롭게 부임한 동장이 살기좋은 동네로 바꾸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고서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청주의 명물이 관리 소홀로 잔디가 덥수룩하게 자라 있으면 오히려 경관을 헤치는 애물단지로 여겨질 수 있어 아무리 바빠도 손수 가위를 들고 잔디를 깎고 있다”며 “사람 머리카락 깍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기술하나 가지고 있으면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 두 딸아이 키우고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에도 요긴하게 쓰여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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