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알려주는 시험 '왜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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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알려주는 시험 '왜 보나요?'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0.07.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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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일부초 학업성취도 평가서 시험감독관 부정행위 논란
학교 간 경쟁·서열화가 낳은 부작용…일제고사 무용론 대두

   
▲ 학교간 서열화를 부채질하는 일제고사는 초등학생들의 교과 진도는 뒷전인 채 문제풀이만 강요하는 파행교육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도내 일부 초등학교에서 시험 감독을 하던 교사가 평가대상 학생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부정행위가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일제고사에 대한 무용론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충북인뉴스 7월16일자> 일각에서는 표집고사로 치르던 시험을 일제고사로 치르면서 학교 및 학생 서열화가 낳은 부작용이란 지적이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도내 학교 간 성적순위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공개하다 보니 학교장과 교감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시험 감독으로 나선 교사들은 힌트를 줘서라도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은 심정이란 얘기다. 이 같은 과열 경쟁교육이 정정 당당한 평가를 가르쳐야 할 교사가 학생에게 부정행위를 가르치는 파행교육을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3·14일 2일에 걸쳐 도내 초6, 중3,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히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제천의 일부 초등학교에서 시험 감독을 하던 교사들이 정답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한 초등학교 학부형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염려되어 자녀와 통화를 하면서 '정답을 알려주고 시험을 치렀다'는 사실이 우연히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제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은 "시험 감독을 하던 교감이 3문제의 정답을 알려줬다"고 답변했다. 과학시험을 보면서 'B형'을 묻는 문제에 학생들이 대부분 'A형'이라 쓰자 '다시 한 번 확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시험 감독을 하던 3∼4학년 체육교사는 수학공식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사회과목 시험을 보면서 시험 감독을 하던 교사가 '불국사'를 묻는 문제에 대해 답지에 '불'자를 써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관련교사 "힌트만 줬을 뿐" 혐의부인
이 같은 시험 감독관의 부정행위가 지난 16일 충청리뷰의 자회사인 인터넷 충북인뉴스에 보도되자 제천 교육청과 도교육청은 17일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그 결과 우선 평가대상 학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3명의 학생이 정답을 알려줬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 감독을 했던 교사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힌트를 줬을 뿐 정답을 알려 준 바 없다'고 관련사실을 부인했다.

실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해당학교 교감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힌트를 줬을 뿐이다"며 "대 놓고 정답을 알려준 바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항간에선 "정답을 암시하거나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한 것도 부정행위에 해당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관련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특별감사를 꾸려 현장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17, 19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선 이수철 교육정책국장은 "학생과 교사에 대한 설문 및 사실 확인서를 받은 결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거나 '정답을 암시하는' 등의 일부 사실이 드러났다"며 "하지만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선 와전된 부분이 있는 듯 해 좀 더 철저하게 조사한 뒤 교육자로서 해선 안 될 일을 한 교사에 대해선 징계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해당교사 징계조치" 밝혀
또 "언론보도 이후 추가로 부정행위가 적발된 학교는 없었다"며 "다만 전교조 충북지부가 제천 이외에 청주와 충주 등에서도 부정행위 사례가 접수되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만큼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할 경우 사실 확인에 들어가겠다. 다만 허위 제보일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도교육청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기보다 특정학교를 희생양 삼아 조기에 수습하려 한다"며 "필요할 경우 전수 조사를 벌여 파행교육을 낳는 일제고사에 대해 재고를 해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전교조 충북지부는 "도 교육청이 한·두 학교의 문제만으로 사태수습에 나서기보다 파행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 최종돌 사무처장은 "이 같은 사태는 예견 됐었다"며 "시험 감독 교사의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해당 교사들 나름대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학교 서열화를 통해 경쟁교육을 부추긴 도교육청의 파행교육에서 비롯됐다. 근본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일제고사는 중단 되어야 하고 표집고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청주의 한 학부모는 "정답을 알려주고 치르는 시험이 의미가 있냐"며 "기초학력 미달자와 성적 미달자를 가려내 맞춤식 수업자료로 활용하겠다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만큼 일제고사는 폐지하고 지역별 학교를 선정해 시험을 치르는 표집고사로 되돌려야 한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밤 10시까지 문제풀이 등 보충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가엽다"고 말했다. 

교과 진도 '뒷전' 문제풀이만 '박차' 
청주 초등생 50여% 학업성취도 평가 학습흥미 저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교조 청주초등지회(이하 전교조)가 13·14일 일제히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5일 동안 청주시내 8개 초등학교 6학년생 4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나왔다.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준비하면서 공부에 대한 흥미도를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8.7%가 '공부하는 것이 힘들었고 오히려 의욕이 떨어졌다'고 답변했다. '공부에 흥미와 열의가 생겼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14.2%에 그쳤으며 21%는 '5학년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 전교조의 이번 조사에서 청주시내 91%에 이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대비해 정해진 시간표 외의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충수업은 74.2%가 시험문제풀이 였으며 국, 수, 사, 과, 영 수업은 11.2%, 수업 보충은 10.3%로 나와 청주시내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7교시 보충수업을 통해 문제풀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절반이 넘는 51%가 미술, 체육, 음악 등의 예체능 교과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 준비를 들었다. 시험 준비로 교육과정 진도를 제대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험 준비로 인한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어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말을 자세하게 적어 달라는 질문에는 많은 학생들이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한 학생은 "사람마다 잘 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는데 공부를 못한다고 나머지를 시키는 것은 너무하다"며 "특기를 계발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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